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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억류 미국 여기자들, 미 가족들과 통화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여기자 2명이 지난 26일 미국의 가족들과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여기자는 또 지난 달 15일 평양의 스웨덴 대사관 외교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를 전달했습니다. 김근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기자들이 최근 미국에 있는 가족들과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여기자 억류 사태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29일 중국계 로라 링 기자와 한국계 유나 리 기자가 지난 26일 각각 미국에 있는 가족들과 전화통화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정부가 두 여기자와 가족들 간 전화통화를 허용한 것은 인도주의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두 기자를 국제법에 따라 대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추가 핵실험을 실시한 바로 다음 날 두 여기자와 가족 간 전화통화를 허용한 것은, 최근 고조된 미국과의 긴장 관계에 국면 전환을 추진해 보려는 의도도 없지 않은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두 여기자는 가족들과의 전화통화에서 안부를 주고받으면서, 큰 문제 없이 지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나 리와 로라 링 두 기자는 또 지난 15일 평양주재 스웨덴대사관 관계자와의 면담에서 직접 작성한 편지를 전달했고, 이 편지는 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해졌습니다.

편지에서 두 여기자는 감옥이 아닌 곳에서 힘들지 않게 지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가족들이 보낸 의약품 등을 잘 전달받았으며 식사를 잘 하고 있고, 식사 후에는 건물 밖으로 나가 바깥 공기를 쐴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북한 당국을 의식한 듯,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는 내용도 들어있었습니다.

특히 로라 링 기자의 언니이자 언론인인 리사 링씨는 지난 29일 인터넷 친목 사이트인 '페이스북'에 여동생이 보낸 편지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링 기자는 편지에서 수감초기 많이 울었지만, 점점 더 기분이 나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매우 노력하지만 때로는 힘이 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링 기자는 이어 앉아서 명상을 하거나 숨을 깊게 들이 마시고 긍정적인 일들에 대해 생각하며, 가족들이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케이블 방송인 `커런트 TV' 소속인 두 기자는 지난 3월17일 북한과 중국 국경지역에서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던 중 북한 군에 의해 체포돼 억류 중입니다.

북한 정부는 이들에 대해 불법입국과 적대 행위 혐의를 확정했으며, 오는 4일 재판을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북한 당국이 두 여기자의 재판 일정을 확정한 것은 곧 석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며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언론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두 여기자의 가족들이 4일로 예정된 재판을 앞두고 미국 주요 언론에 출연해 이들의 석방을 촉구할 계획입니다.

리사 링 씨는 최근 인터넷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그동안 두 기자 억류 사태가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어서 가족들이 침묵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현재의 핵 대치 상황에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리사 링 씨는 미국의 NBC와 CNN 방송 등에 출연할 예정이며, 미국과 북한 정부 간에 이번 사태의 인도적 해결을 촉구하는 노력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한편 미국 시간으로 오는 3일 워싱턴과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내 7개 도시에서는 두 여기자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미국의 소리 김근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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