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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기업, 잇단 악재속 불안 확산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계속되고 있는 대결 상태 속에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국 기업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잇따른 악재 속에 공단 폐쇄로까지 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최근 잇단 악재로 어려움을 겪었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소식까지 전해지자 망연자실한 분위기입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유창근 부회장은 "상당수 업체들이 주문 취소와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업 의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허탈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영 어려움을 많이들 겪고 있습니다. 일단 자금 압박을 받고 경영내적인 고통을 받다 보니깐 사장님들이 일감이나 돈을 구하러 다닙니다. 바이어들한테 주문이 취소되는 등 궁하니깐 남대문 같은 곳에 쫓아다니면서 아주 싼 일이라도 갖다가 공장을 돌릴 수 있고 임금이라도 줄 수 있으니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입니다."

실제 상당수 업체들이 잇단 주문 취소로 매출이 반으로 줄어드는 등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북한 근로자에게 기본급의 70% 정도만 지급하는 유급 휴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의류업체를 운영하는 한 업체 대표는 "거래처에서 남북관계가 좋아질 때까지 발주하지 않겠다고 통보해왔다"며 "이대로 가다간 공장 문을 닫을 지경"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기업인 중 일부는 탈진해 입원하는 등 하루하루가 힘겨운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27일 군사적 타격까지 경고하고 나서면서 지난 3월 미-한 군사훈련 때처럼 개성공단 통행을 또 다시 막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통일부는 최근 입주기업들에게 공장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만 남겨둘 것을 요청했습니다.

한 섬유업체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어느 업체에서 물량을 주려고 하겠냐"며 "또 다시 통행이 차단될 경우 사실상 개성공단은 끝"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남측 정부에서 도저히 이런 상황에서 국민을 못 보내겠다고 해서 차단을 하든 북측에서 차단을 하든 차단 행위만 없으면 그래도 끝은 아니라고 봅니다. 마지막 희망을 가져볼 수 있습니다. 또다시 차단이 될 경우 우리야 언젠가 열릴 것이라고 믿지만 거래처에선 다시는 오더를 주지 않을 것 아닙니까? 제발 좀 차단만 안 시켰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연이은 악재에 '공단 폐쇄'라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업체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북한으로부터 '공단에서 철수하라'는 통보를 받는 일만 남은 것 같다"며 "핵실험까지 한 마당에 개성공단이 제대로 운영될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북한이 협상을 통해 최대한 많은 것을 받아내려는 엄포로 여겼지만 실제 공단 폐쇄까지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업체의 경우 개성공단 말고는 갈 곳이 없어 철수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 입주업체 관계자는 "영세 업체들의 경우 이미 중국이나 동남아를 거쳐 개성공단에 갔기 때문에 공단이 폐쇄되면 파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에 대해 50억원까지 보증하던 손실보험 한도를 최근 70억원까지 올렸지만 기업들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입장입니다

유창근 부회장은 "개성공단에 수백억원을 투자한 업체도 있어 손실보험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유 부회장은 "철수하고 싶어도 자발적으로 그만둔 기업들은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10개월째 관광사업 중단으로 한계상황에 내몰린 현대아산도 자포자기 상태입니다. 현대아산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은 기업 차원에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현재로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일단 북한의 핵실험 후에도 개성공단은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남측 인원의 방북을 필요한 한도 안에서 최소화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27일 군사행동 가능성까지 거론함에 따라 개성공단에 대한 정부의 고민은 한층 깊어지고 있습니다.

남북 간에 군사적 긴장을 통제할 핫라인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해상교전 등이 발생할 경우 개성공단에 있는 1천 명 안팎의 남측 인원들이 사실상 인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 당국자는 "개성공단만큼은 유지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 신변안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북한이 공단을 폐쇄할 지 여부는 현재로선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개성공단에 억류된 직원 문제에 대해 "억류 근로자 문제는 북 핵 문제와 관계없이 반드시 풀어야 하는 사안으로 최대한 빨리 석방할 수 있도록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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