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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통신] 한국 대법원, 존엄사 인정


지난 한 주 동안 한국에서 일어났던 주요 뉴스를 통해 한국사회의 흐름을 알아보는 강성주 기자의 '서울통신'입니다. 서울의 강성주 기자가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문) 지난 주에 전해 주신대로 한국에서는 박연차 리스트 관련자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고 있고, 또 개성공단 한국인 근로자 유 씨가 두 달 가까이 억류돼 있지만 해결의 기미가 없다는 소식 등 여러 가지 뉴스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어제 한국 대법원이 내린 판결입니다. 한국 대법원이 존엄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고요?

답) 그렇습니다. 한국 대법원은 어제, 한국 사회에서 지난 10 여년 간 논란이 계속돼 온 존엄사에 대해, 존엄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존엄사는, 말 그대로, 의학적 치료를 통해 더 이상 회복될 가망이 없다고 판단되는 말기 환자가 생명 연장을 위한 치료 대신 자연스럽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한국 대법원은 어제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서울에 사는 77살 김모 씨 가족들이 서울 연세대학교 부설 세브란스 병원을 상대로 낸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해 달라'는 소송 상고심에서, 소생 가능성이 없는 김씨에 대한 연명 치료를 중단해도 된다고 판결한 1심과 2심의 판결이 문제없다고 확정했습니다.

문) 김 씨 가족들이 이 소송을 내게 된 과정을 설명해주시죠?

답) 네, 과정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서울에 사는 77살 김모 할머니는 지난 해 2월 세브란스 병원에서 폐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직검사를 받다가 과다 출혈에 따른 뇌 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습니다.

석 달 뒤인 2008년 5월, 김 씨 가족들은 기계 장치로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 것이 평소 어머니의 뜻이라며, 무의미한 연명 치료 장치를 제거해 달라고 병원 측에 요청했으나, 병원 측이 이를 거부했습니다.

이에 김 씨 가족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지난 해 11월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이러한 가족들의 요구를 받아 들여, 연명 장치를 제거하라고 판결했으나, 병원 측이 이에 불복해 항고했습니다. 2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도 2009년 2월 김 씨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병원 측은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어제 전원합의체 판결로, 어머니가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기로 원했다고 주장한 김 씨 가족들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어제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밝힌 이용훈 대법원장의 판결문 일부입니다.

"원고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하였고 현재 시행되고 있는 연명 치료를 중단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신체 침해 행위에 해당하는 연명 치료를 계속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침으로 환자의 사전의도 지시 또는 추정적 의사에 의하여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문) 이 판결이 있기 전 한국에서는 몇 차례 존엄사 인정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었지요?

답) 네, 그렇습니다. 12년 전인 지난 1997년 12월 서울 보라매 병원은 뇌출혈로 입원한 58세 남자 환자의 부인이 치료비가 없다면서 응급 상태인 남편에 대해 산소 호흡장치를 떼 달라고 요청하자, 이를 받아 들여, 호흡 장치를 제거한 뒤 퇴원을 허용했습니다.

퇴원한 환자는 이내 숨졌고, 부인이 장례비 보조를 받으려고 파출소에 신고하자, 경찰이 수사에 착수해, 부인은 살인죄로 또 보라매 병원 의사 2명은 살인 방조죄로 구속돼 재판을 받았습니다.

그 뒤 의사들은 대법원에서 살인 방조 혐의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의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또 지난 2006년 6월 서울대학교 병원에서는 말기 간경변으로 3개월 간 입원 치료를 받던 당시 72살인 환자와 딸의 요청에 따라 산소호흡기를 제거하는 결정을 해, 환자가 숨졌습니다.

이에 대해 숨진 환자의 아들이 의사를 살인죄로, 누나를 존속 살인죄로 고소했으나, 대법원은 무혐의 판결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문) 예, 방금 말씀하신대로 소위 존엄사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의견이 극단적으로 달라 한국 사회에서는 그 동안 갈등이 많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답) 그렇습니다. 어제의 판결에 대해서도 그동안 존엄사를 인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해온 의료계에서는 찬성의 뜻을 표하고 있습니다.

또 일반 국민들도 존엄사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해 왔지만, 이에 대한 법적인 또 도덕적인 결정이 없었기 때문에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늦긴 했어도, 법원이 적절한 결정을 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단지 종교계에서는 대법원의 이러한 판결을 계기로 생명에 대한 경시 풍조가 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존엄사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빨리 마련해, 악용을 막을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실 대법원도 어제 판결에서 존엄사에 대한 3 가지의 허용 기준을 판결문을 통해 제시했습니다.

첫째,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 단계에 진입해야 하고, 두번째, 환자의 사망 단계 진입 여부는 전문의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판단해야 하고, 세번째, 연명 치료 중단에 대한 환자의 사전 의사 표시가 있어야 한다고, 그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문) 현재 한국에는 존엄사를 적용할 수 있는 말기 환자가 얼마나 있습니까?

답) 네, 현재 한국에서는 한 해 암으로 6만 명 가량이 숨지고 있습니다. 또 중증 뇌졸중과 여러 가지 다른 질병이나 고령으로 인한 노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말기 입원 환자가 4만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이들 중 상당 수는 의학적으로 치료가 불가능하고 식물인간 상태로 오랜 시간을 보낸 환자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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