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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강경 기류, 내부 정치문제서 기인’


미국 등 국제사회에 대한 북한 정부의 최근 잇따른 강경 조치들을 북한 내부의 정치 문제와 연관 짓는 관측이 늘고 있어 주목됩니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 이후의 후계 구도와 관련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이 미국 등 국제사회를 겨냥해 추가 핵실험을 위협하는 것은 평양 내부의 정치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말했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18일 서울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서 북한이 6자회담을 거부하고 핵실험을 공언하는 등 공격적으로 나오는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과 내부의 권력 투쟁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내부에 후계자 문제를 놓고 권력 투쟁이 진행 중이라는 얘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 2월 19일 아시아를 순방하면서, "북한 내부에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획책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고 말해 관심을 끌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소인 아시아재단 산하 미-한 정책센터의 스콧 스나이더 소장도 북한의 내부 사정이 심상치 않은 것 같다며,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위협 등이 후계자 문제와 관련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스나이더 소장은 북한의 행태가 과거와 달라졌다며, 과거에는 어떤 조치를 취한 다음에는 시간을 갖고 미국의 반응을 지켜봤는데 최근에는 바로 긴장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의 민간 연구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보니 글레이저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북한의 후계자 승계 작업을 감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글레이저 연구원은 최근 평양에 다녀온 중국 전문가로부터 북한에서 후계자 승계 작업이 시작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 의회 산하 연구기관인 의회조사국 CRS의 래리 닉쉬 박사는 북한에서 군부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와 온건 협상파 간에 권력 다툼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북한에서 대미 관계는 주로 내각 소속인 외무성, 그리고 남북 관계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같은 당 소속 기구가 다뤄왔습니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나온 지난 해 8월 이후에는 군부가 협상파를 제치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고 닉쉬 박사는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권력의 추가 협상파로부터 군부를 중심으로 하는 강경파로 이동했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개성공단입니다. 개성공단은 원래 당 소속인 조평통과 내각 소속인 조선중앙특구 개발지도총국이 담당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해 11월부터는 군부가 직접 나서 판문점 직통전화를 끊고 개성공단을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의 인민군 총참모부는 남한 정부를 비난하는 각종 성명을 발표하고 개성공단의 육로를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래리 닉쉬 박사는 특히 군부가 핵 문제와 대미 관계에서도 외무성을 제치고 직접 나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해 10월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회담 자리에 북한 군부 인사가 등장했는데, 이는 군부가 핵 문제와 대미 관계를 다루기 시작했다는 신호라는 것입니다.

닉쉬 박사는 북한 군부는 외무성이 미국에 대해 너무 유화적이라고 생각해 대미 협상파를 처단했을 수 있다며,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이미 사라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북한의 최근 강경 조치들을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 문제를 둘러싼 권력 다툼이나 대미, 대남 정책을 둘러싼 노선 갈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평양의 내부 사정이 상당히 복잡한 것 같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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