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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속의 지구촌] 이스라엘 이민자들 (1)


인종의 용광로로 불리는 미국 내 다양한 민족들을 만나보는 시간, 미국 속의 지구촌 입니다. 오늘도 김현숙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문) 지난 주엔 불교의 나라 그리고 푸켓과 파타야 같은 세계적인 휴양지로 유명한 나라, 태국에서 온 이민자들의 모습을 전해 드렸습니다. 자, 오늘은 어디로 가볼까요?

(답) 네, 오늘은 중동의 작지만 강한 나라, 그리고 전 세계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유대인들의 마음의 고향인 이스라엘에서 온 이민자들을 만나보겠습니다.

(문) 우리는 세계 여러 나라에 살고 있는 유대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유대인들은 아주 오래 전에 이스라엘을 떠난 사람들의 후손이죠? 오늘 소개해 드리려는 사람들은 유대인 혈통을 가진 미국인들이 아니라, 이스라엘에서 지난 1948년 이후에 미국으로 건너 온 사람들이죠?

(문) 그렇습니다. 그런데요, 미국에 사는 이스라엘인들에 대한 얘기를 하기에 앞서, 하나 알아둘 점이 있습니다. 뭐냐 하면 이스라엘에서는 고국을 떠나 외국으로 이민가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단어가 따로 있다고 합니다.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 이스라엘 연구센터의 데이비드 마이어스 소장은 이를 '요딤' 혹은 '예리다'라고 하더군요.

[마이어스 소장] " 이스라엘을 떠나 미국을 포함한 외국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요딤 혹은 예리다라고 부릅니다. 이 단어들의 원래 뜻은 아래로 향하다, 또는 지위가 추락하다라는 의미에요. 반면 외국에서 이스라엘로 이주하는 사람들은 알리야라고 부릅니다. 이 단어는 요딤과 반대로 위로 향하다, 지위가 올라가다라는 뜻이지요."

(문) 이민자를 가리키는 단어의 원뜻이 이렇다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외국으로 이민 가는 사람들을 좋지 않게 본다는 말이네요?

(답) 네, 마이어스 소장은 또 일반 국민들만이 아니고요, 이스라엘 정부도 과거에는 공공연하게 해외 이주자들에 대해 적대감을 표시했다고 하더군요.

"이스라엘로 들어가거나 아니면 이스라엘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붙여진 이런 이름들은 분명하게 이들에 대한 가치판단을 담고 있습니다. 먼저 약속의 땅 이스라엘을 떠나는 요딤은 도덕적으로 열등한 존재들로 간주됩니다. 반대로 이스라엘로 들어가는 알리야들은 영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훌륭한 부류로 생각되죠. 재밌는 사실은 이스라엘 정부는 과거에 이 요딤들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밝히기도 했어요. 가령 이츠하크 라빈 전 총리 같은 경우는 지난 1970년대에 이스라엘을 떠나는 사람들을 저주받은 자들 그리고 겁쟁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바뀌긴 했지만, 일반적으로 이스라엘을 떠나는 사람들은 배신자 아니면 겁쟁이로 비난받는 경우가 많았죠."

(문)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신들이 하느님에게서 특별하게 선택받은 민족이고, 이 이스라엘 땅도 하느님이 자신들에게 준 특별한 땅인데, 조국을 떠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를 하는 것 같네요. 그렇지만 정부까지 나서서 이민을 떠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모습은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가 힘든 경우네요.

(답) 그렇죠? 하지만 이런 비난을 받으며 조국을 떠나는 이스라엘인들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워싱턴 디씨 안에 있는 유대인 식당 엘리스 레스토랑에서 만난 이스라엘 출신 미국인, 샤로니 씨는 바로 이스라엘의 생활 환경을 그 이유로 꼽더군요.

[샤로니] "이스라엘은 새로 생긴 나라고 또 살아 남기 위해선 다른 나라들과 싸워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이스라엘에 남아 있을 필요가 있다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실상은 이스라엘에서 산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가 않습니다. 이곳 미국과는 달리 일주일에 6일을 일해야 합니다. 또 항상 테러 위협에 시달리죠. 특히나 많은 남자들이 군에서 제대한 후 이스라엘을 떠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는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행을 택했습니다."

(문) 역시 아무리 자기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이스라엘인들이라도 폭탄 테러와 주변국의 위협이 항상 존재하는 환경이 살기에 편하지 만은 않았겠죠?

(답) 그렇습니다. 샤로니 씨는 조국에 대한 죄책감이 많이 엷어지기는 했지만, 조국을 떠났다는 죄의식을 완전하게 극복하지는 못했다고 하더군요.

(문) 그런데 미국에 사는 이스라엘인들의 수는 정확한 통계를 잡기가 힘들지만, 전문가들은 대략 5십만명 정도의 이스라엘인들이 미국에 사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던데요?

(답) 네, 그런데 이 이스라엘 이민자들은 다른 이민자 집단에서 보기 어려운 특이한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교 이스라엘 연구 센터의 데이비드 마이어스 소장은 이를 이스라엘로 돌아가려는 성향이라고 분석하더군요.

[마이어스] "보통 미국에 오거나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이스라엘인들은 일시적으로 이스라엘을 떠난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령 외국에서 학위를 따거나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것을 고국에 돌아가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생각하는 거죠. 이스라엘 출신 이민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특징이자, 또 유별나게 눈에 띄는 경향이 바로 이렇게 어느 곳을 가든 잠시 머물다 이스라엘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한다는 점이에요."

[레비] " 만일 이스라엘에 전쟁이 나면, 전 이스라엘로 돌아가 싸울 거에요. 아마 이 식당 안에 있는 모든 이스라엘 남자들은 이스라엘에 전쟁이 나면 모두 총을 들고 나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전 미국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고, 이곳 생활이 좋지만, 언젠가는 이스라엘로 돌아갈 생각이에요."

[로젠탈] " 우리 가족은 이제 고국으로 돌아갈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전 모든 유대인은 이스라엘로 돌아가야 하고, 이스라엘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주변에 있는 미국 친구들이 제가 이스라엘로 돌아간다니까, 너 미쳤냐는 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이스라엘이야말로 제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어요."

(답)유대인 식당인 엘리스 레스토랑에서 만난 이스라엘인 레비 씨와 로젠탈 씨의 얘기였는데요? 앞서 들으신 마이어스 소장의 말처럼 레비 씨와 로젠탈 씨도 언젠가는 조국인 이스라엘로 돌아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죠?

(문) 그동안 미국속의 지구촌 시간에 많은 이민자들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이 이스라엘인들처럼 이렇게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꿈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이민자 집단은 처음인 것 같네요.

(답) 그렇죠? 그런데 이런 특징은 이들 이스라엘 출신 이민자들이 미국에 있는 다른 유대인 공동체와 교류를 하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라고 하는군요.

(문) 미국에 잠시 살다가 고국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만의 모임을 만들지도 않고, 또 이스라엘 출신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온 유대인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말이군요?

(답) 네, 같은 유대계라고 하면, 모두 서로 친밀하게 지낼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좀 의외죠? 그런데요, 이런 이스라엘 이민자들의 전통적인 성향에도 서서히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조국을 떠나는 이민자들을 그동안 비난해 오던 이스라엘 정부가 이들 이민자들을 다시 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다시 데이비드 마이어 소장의 말을 들어 보시죠.

[마이어] " 이민자들에 대한 이스라엘 정부의 태도가 바뀌면서, 변화가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이스라엘을 떠나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과 경멸이 조금씩 누그러지면서 미국에 사는 이스라엘인들 중에는 미국에 잠시만 머물다 가려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즉 미국 땅에 뿌리를 내리고 미국에 눌러앉으려는 이스라엘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말이죠."

(문) 이민자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미국에 정착해 살려는 이스라엘인들이 늘고 있다는 말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앞서 소개해 드린 레비 씨와 로젠탈 씨와는 달리 미국 생활에 만족하면서 영원히 정착하고 싶은 소망을 밝히는 이스라엘인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바로 농장 인력 취업 알선업을 하고 있는 모르데카이 오라이안 씨입니다.

[오러이안] "제 회사는 농장이 사람들을 필요로 할 때 이들 인력을 날짜에 맞춰 공급하는 일을 합니다. 저는 이스라엘에서 농사를 지었는데, 이곳 미국에서 하는 일에 아주 만족하고 있어요. 또 저는 미국에서 하는 저의 일이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스라엘에서의 경험을 살려 미국 경제에도 기여하고 돈을 버니까 말이죠. 언젠가는 이스라엘로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전 제 일을 사랑하고 일에 대한 자부심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미국에 쭉 살게 될 것 같아요."

(문) 자 이런 오라이안 씨처럼 점차 미국에 정착하려는 이스라엘인들이 늘어난다면, 기존의 이스라엘 이민자들의 문화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겠군요?

(답) 네, 그러습니다. 이스라엘 연구 센터의 마이어 소장은 그 변화상을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마이어스] " 현재 이스라엘계 미국인 공동체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익 단체나 언론 그리고 학교 같은 자신들만의 조직을 서서히 만들어 나가고 있어요. 이런 현상은 이스라엘계 미국인들이 이제는 서서히 미국 안에서 뿌리내리고 살려고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제까지 이스라엘계 미국인들은 미국에 잠시만 머물다 고국으로 돌아가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다른 유대계 공동체와 관계를 맺는 경우가 드물었어요. 하지만 서서히 이스라엘계 미국인들이 미국에 정착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또 앞으로 점점 미국화된다면, 이스라엘계 미국인들이 기존 유대계 미국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이들 공동체에 편입될 날도 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 자, 미국 속의 지구촌, 오늘은 이스라엘 편, 첫 시간으로 민족적 자부심을 가지고 살면서, 조국으로 돌아가기를 꿈꾸는 이스라엘인들의 모습, 하지만 이와 동시에 변화의 바람도 불고 있는 미국 내 이스라엘 공동체의 모습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다음 시간에도 이스라엘인들의 이야기는 계속되죠?

(답) 네, 다음 시간에는 미국 안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스라엘인들의 모습과 중동 평화 협정을 바라보는 미국 내 이스라엘인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유대인 학살을 다룬 영화죠? '쉰들러의 리스트'의 주제 음악을 들으면서 저는 물러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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