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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쯔양 회고록, 천안문 사태당시의 지도부 강력비판


지난 1989년 톈안먼 시위 사태 당시 무력 진압에 반대하다 실각한 자오쯔양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회고록이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이미 4년 전에 사망한 자오쯔양은 회고록에서 덩샤오핑을 비롯한 당시 중국 지도부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자오 전 총서기의 회고록 내용, 알아 보겠습니다.

문) 중국 공산당 핵심 인물이 지도부 주요 인사들을 맹비난하고 있다는 점, 바로 자오쯔양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회고록이 많은 관심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죠?

답) 그렇습니다. 그 주요 배경은 1989년에 일어난 텐안먼 사태입니다. 당시 학생들이 시위에 나선 데 대해 중국 지도부가 대처 방안을 논의하는 장면이 아주 자세히 묘사돼 있습니다. 1989년 5월 17일 당시 중국 최고 지도자 덩샤오핑이 자오쯔양을 집으로 부르는 대목이 나오는데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오쯔양은 그 날 덩샤오핑과 둘이서만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덩샤오핑 집에 도착해 보니 이미 정치국의 보수파 정적들이 덩샤오핑을 중심으로 둘러앉아 있었다고 하구요. 그날 자오쯔양은 게엄령을 내리고 학생들과 대화를 시도할 것을 덩샤오핑에게 권했습니다.

문) 무력 진압에 반대했다는 거죠?

답) 예. 그게 화근이었습니다. 회고록을 보면 그런 조언을 들은 덩샤오핑이 거친 동작을 써가며 흥분하는 모습이 나와 있습니다. 리펑을 비롯한 정적들 역시 자오쯔양의 온건한 대안을 맹렬히 비난했구요. 자오쯔양은 그 날 깨달았다고 합니다. 역사에서 자신의 역할이 막을 내렸다구요. 그래서 당일로 정치국 상무위원 회의에서 총서기직 사직서를 냈습니다.

문) 최소한 군을 동원해서 학생들을 무력 진압하는 총서기가 되는 상황은 피했군요.

답) 그렇게도 볼 수 있지만 그 대가가 컸습니다. 자오쯔양이 예상하고 각오한 대로 곧 그를 향한 비난 기류가 거세졌으니까요. 결국 당을 분열시키는 주범으로 낙인이 찍혀 가택연금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2005년 사망할 때까지 가택연금 상태였으니까 그 날 이후로 외부활동을 전혀 못하게 된 것이죠.

문) 그야말로 비운의 정치인으로 남았군요. 자, 회고록 얘기를 좀 더 해 볼까요? 책 표지를 보니까 중국의 국기죠, 오성홍기의 빨간색 바탕에 자오쯔양이 가운데 있고 좌측에는 덩샤오핑, 그리고 우측에는…사진이 좀 흐린데…리셰녠 당시 국가주석 같죠? 책 제목이 "Prisoner of the State"이군요. 국가의 죄인이라는 뜻이네요. 어떻게 사후에 출판됐나요?

답) 자오쯔양이 직접 회고록을 집필한 건 아니구요. 오랜 가택연금 기간 동안 자신이 겪은 역사의 현장을 구술 녹음한 것입니다. 카세트 테이프30개 분량 정도된다고 합니다. 이 자료를 친한 친구 3명이 몰래 중국 밖으로 반출해 회고록이 출판될 수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톈안먼 사태와 관련해서 당시 학생 시위가 누군가에 의해 지도되고 조직된 반사회주의적 정치투쟁이라는 공산당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공산당이 옳은 방향으로 가기를 바랐을 뿐이라는 겁니다.

문) 직접 녹음했다고 하니까 최소한 회고록의 진위 논란은 없겠군요. 그런데 덩샤오핑과 관련해서는 흥미로운 주장을 하고 있더군요.

답) 예. 덩샤오핑 하면 경제 개혁에 대한 남다른 의지를 가진 인물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중국 경제를 개방하고 농업과 일부 산업에 자본주의적 요소를 도입하자는 의견은 자오쯔양 자신이 처음 개진했다는 겁니다. 물론 정치국 소속 보수파 정적들은 이에 강하게 반대했다고 하구요. 이런 상황 속에서 덩샤오핑은 늘 경제 개혁에 반대하는 쪽의 손을 들어줬다고 합니다.

문) 근거가 있는 얘길까요?

답) 미국의 일부 중국 전문가들은 자오쯔양의 주장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덩샤오핑이 개혁의 '대부'이긴 하지만 실행 단계에서 개혁을 실제로 추진한 인물은 자오쯔양이 맞다는 얘깁니다. 덩샤오핑에 대한 자오쯔양의 평가는 더욱 신랄합니다. 덩샤오핑이 경제 개방에는 적극적이었지만 민주주의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겁니다. 결국 학생 시위 무력 진압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최고 권력자였던 덩샤오핑이 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문) 사실 이 책이 더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정적들에 대한 비난 때문만은 아닌 것 같죠? 정치체제와 관련해서 의미심장한 교훈이 될 말을 남겼다고 하는데요. 소개해 주시죠.

답) 예. 바로 자오쯔양이 서구식 의회민주주의를 높이 평가한 부분입니다. 공산당 총서기가 의회민주주의만큼 더 좋은 정치제도는 없다고 한 진술은 충격적이기까지 한데요. 시장경제 도입도 중요하지만 의회민주제도가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시장경제가 덩달아 발전할 수 있고 부패를 척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 현 지도부가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죠?

진행자) 귀담아 들어야 하는 내용이긴 한데 정작 중국에서는 자오쯔양의 회고록이 금서로 분류될 것이라고 하네요. 영어로는 오는 19일 출간될 예정이고 중국어판도 홍콩에서 곧 나온다고 하는데, 얼마나 많은 중국인들이 책을 접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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