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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개성공단계약 무효선언


남북한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지난 2003년 개설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북한은 15일 개성공단 관리 당국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이름으로 남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남한 측과 맺은 토지임대료와 사용료, 노임, 각종 세금 등 관련 법규들과 계약들의 무효를 선포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특히 남측은 통지사항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며, 그럴 의사가 없으면 개성공단에서 철수해도 무방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강한 유감을 나타내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입니다.

"북한 측은 오늘 오후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관련 토지임대료, 토지사용료, 임금, 세금 등 기존에 각종 법 규정들과 계약들의 무효를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통지문을 보내온 바 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는 바입니다. 이는 개성공단의 안정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조치로서 우리 측은 결코 받아드릴 수 없다는 점을 명백히 밝히는 바입니다."

남한 측은 만일 북한 당국이 통보 내용을 일방적으로 시행한다면 이에 따른 책임은 북측이 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지국 연결해 자세한 내용 들어봅니다.

) 먼저 개성공단 관련 계약 무효를 선언한 북한 측 통지문 내용을 좀더 자세히 전해주시지요.

답) 북한은 15일 낮 12시 반쯤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이름으로 남측에 통지문을 보냈습니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공단 관련 계약을 무효화한 뒤 앞으로 변화된 현실에 맞게 모두 개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새로 제시하게 될 조건을 남측이 무조건 받아들일 것도 주장했습니다. 통지문은 이러한 조치들이 위임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통지문은 또 동족대결을 추구하는 자들에게 언제까지나 호의를 베풀 수 없다면서 앞으로의 사태가 어떻게 더 험악하게 전개되는 것은 전적으로 남측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남측이 현대아산 직원 문제를 남북 접촉의 의제로 포함시킬 것을 요구한 데 대해 의제 밖의 부당한 문제라며 개성 접촉이 무산된 책임을 남측에 돌렸습니다

통지문은 이어 "이런 상황에서 이미 예고한 대로 협상을 통하여 논의하려던 입장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주장해 유씨 문제를 의제로 포함시킨 접촉이나 대화엔 응하지 않을 것임을 거듭 밝혔습니다.

) 한국 정부는 북한 측의 이번 일방 통보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구요?

답) 네 그렇습니다. 한국 정부는 앞서 한국 측의 회담 제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일방적으로 계약 무효를 선언한 것은 `무책임한 조치'라고 비난하며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이 같은 조치가 개성공단의 안정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것이므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데요.

정부는 또 북한이 이 조치들을 즉각 철회하고 한국 정부가 15일 오전에 제의한 당국간 실무회담에 호응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입니다.

"우리 측은 오늘 오전 개성공단 관련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5월 18일 오전에 실무회담을 개최할 것을 제의한 바 있습니다. 북한 측이 자기들의 입장을 이처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북한 측은 이제라도 부당한 자세를 버리고 관련된 법규정들 및 계약들의 무효선언을 즉각 철회해야 하며, 우리 측이 제의한 당국간 실무회담에 조속히 동의해 나오기를 촉구합니다."

청와대도 북측 발표 직후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으며 이명박 대통령도 참모진으로부터 즉각 관련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북측의 발표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고, 향후 남북 대화에 대한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려면 북한의 반응을 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문제에 있어서 순리대로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며 우리 정부가 북측의 주도대로 끌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한국 정부는 북한 측의 발표에 앞서 오늘 당국 간 회담을 하자는 제안을 했었다지요?

답) 네 앞서 잠깐 전해드렸듯 당초 한국 정부는 지난 8일 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당국간 접촉을 오늘 오전 10시에 갖자고 제안했습니다.

장소는 개성공단 내 남북 경협사무소로 하고 유 씨 문제를 포함한 모든 현안을 논의하자는 뜻도 전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측의 통지문을 받은 북측은 추가접촉을 15일이 아닌 12일에 갖자며 동하지만유 씨 문제는 의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유씨 문제가 개성공단의 근본적이고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한국 측 입장과 자신들이 제기한 계약 관련 내용만 논의할 수 있다는 북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선 것인데요.

양측의 이견을 좁히기 위한 연락관 접촉이 이어졌지만, 추가 접촉을 위해 개성에 머물던 북측 대표단은 자신들이 통보한 12일에 한국 대표단이 방북하지 않자 곧바로 평양으로 철수해버렸습니다.

또 남측이 추가접촉을 거부한 만큼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일방적으로 발표할 뜻을 내비치며 한국측 대표단 명단을 담은 통지문 접수와 대표단의 육로 통행 동의를 거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측은 12일 개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최후의 결단을 내리겠다며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정부 당국자가 전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일단 추가 접촉을 다음주 초 갖는 방안을 북측에 다시 통보했지만 북측의 태도로 볼 때 접촉 성사 여부는 한동안 불투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라고 보고 있습니까?

정부는 일단 북한의 의도가 개성공단을 실제 폐쇄까지 몰고가겠다기 보다는 이명박 정부를 길들이기 위한 압박전술의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수용과 개성공단 철수라는 양자택일 카드를 통해 개성공단을 최대한 벼랑 끝으로 몰고 감으로써 이명박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의도라는 건데요.

정부 당국자는 "북한도 공단을 유지할 필요가 있고 거의 6년간 공단을 운영해 왔는데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렇게 극단적으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이번 발언이 남측 기업의 개성공단 철수와 관련한 최초의 공개적인 언급이었다는 점에서 개성공단 폐쇄도 불사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북간에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 개성공단 폐쇄라는 카드를 빼 든 만큼 남북 최고 지도자 차원의 결단이 요구되는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개성공단 기업들과 유씨 석방 문제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답) 북한이 예고한 대로 각종 법규를 새롭게 개정해 임금 등이 큰 폭으로 오르면 개성공단 기업들은 상당한 부담을 떠안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업체에 따라선 가동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뿐 만 아니라 북한에 억류된 지 15일로 47일째를 맞고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씨 처리문제도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북한이 미국 여기자 두 명을 재판에 회부한 것처럼 유 씨에 대해서도 북한 국내법을 적용해 재판에 회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한국 정부는 유 씨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여전히 강하지요?

네 그렇습니다. 한국 정부는 국민인 유씨 석방 문제는 거래의 대상도 협상의 대상도 아니라는 확고한 입장입니다.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은 "유 씨 문제를 해결하는 게 (실무회담의)의 목적"이라며 "개성공단 중대 현안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에서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고 다른 정부 당국자는 "유 씨 문제는 정부로선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부는 일단 회담성사를 위해 북측에 조건 없는 접촉을 제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때문에 오늘 제의한 통지문에 유씨 문제를 의제로 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개성공단 계약 무효를 선언하고 유씨 문제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극도의 긴장 속에 새로운 국면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서울지국 김은지 기자와의 문답 내용은 오른쪽 방송듣기를 통해서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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