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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대북기류 `관대한 무시정책’

  • 최원기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가 중국, 한국, 일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앞으로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어떻게 펼쳐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보즈워스 특사는 지난 12일 워싱턴에 도착한 직후 곧바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순방 결과를 보고했는데요, 최원기 기자와 함께 보즈워스 특사 순방 이후 북한 문제에 대한 워싱턴의 기류를 알아봅니다.

) 워싱턴은 보즈워스 특사의 이번 아시아 순방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답) 워싱턴은 보즈워스 특사의 이번 순방을 '당연한 수순'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달 29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2차 핵실험을 실시할 수도 있다'고 위협을 가했는데요.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보좌관으로 북한 핵 문제를 다뤘던 데니스 와일더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보즈워스 특사가 이번 순방을 통해 중국, 한국, 일본이 북한의 2차 핵실험 위협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파악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보즈워스 특사가 이들 나라들과 공동의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아무래도 핵심 관심사는 오바마 행정부가 보즈워스 특사 순방 이후 북한 핵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것인데요. 워싱턴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답) 현재 워싱턴에는 북한 핵 문제 대처 방안과 관련해 크게 두 가지 시각이 있습니다. 하나는 이른바 'Benign Neglect-관대한 무시'정책을 펴야 한다는 견해이고, 또다른 하나는 북한의 핵실험을 막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북 접근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 용어에 대한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요. '관대한 무시' 정책이 무엇인지 좀 설명해주시지요.

답) 네, 말 그대로 북한의 핵실험 위협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입니다. 북한 수뇌부가 이미 핵실험을 결심했다면 미국이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을 공산이 큽니다. 따라서 북한이 핵실험을 위협했다고 해서 겁을 먹거나, 또 평양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면서 침착하게 관련국들과 협력해 공동의 대응 방안을 만드는 것을 관대한 무시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보니 글레이저 연구원은 북한은 내부적으로 후계자 문제 등을 겪고 있는 것 같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관대한 무시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 관대한 무시 정책이라고 해서 북한과 아예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겠죠?

답) 그렇습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 가운데는 한미경제 연구소의 잭 프리처드 소장과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을 역임한 미첼 리스 월리엄 앤 메리 대학교수 등이 관대한 무시 정책을 옹호하고 있는데요, 이들 역시 보즈워스 특사가 방북해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 보다 적극적인 대북 개입정책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답) 과거 클린턴 행정부에서 북한 핵 문제를 담당했던 조엘 위트 씨와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국장 등이 이런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이들은 워싱턴이 '관대한 무시 정책'을 펼 경우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하고, 그 결과 북한의 비핵화라는 미국의 전략적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워진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 그러면 관대한 무시 정책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습니까?

답) 관대한 무시 진영의 인사들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미 핵실험을 강행하기로 결심을 했다면 미국으로서도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북한의 핵실험은 플루토늄을 허비하는 것이며, 미국의 우려는 핵실험보다 핵 확산이라고 말했습니다.

) 지금 얘기를 들어보니 양쪽 다 일리가 있는 주장 같은데요. 북한에 대해 관대한 무시 정책을 펴자는 쪽과 적극적인 개입 정책을 펴자는 두 진영 중에 어느 쪽 목소리가 더 우세합니까?

답) 관대한 무시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 좀 우세한 편입니다. 지난 1월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할 때만 해도 관대한 무시 정책과 적극적인 개입 정책의 목소리는 엇비슷한 듯 했습니다. 숫자로 표현하면 한 5대5정도라고 할까요.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그 비율이 한 7대3정도로 바뀐 것 같습니다. 관대한 무시 정책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더 커진 것 같습니다.

) 한마디로 평양을 보는 워싱턴의 시각이 차가워졌다는 얘기인데, 그 원인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답) 역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위협을 꼽아야 할 것 같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정권 출범 초부터 핵 문제를 비롯한 모든 문제를 대화를 통해 풀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보즈워스 특사의 방북을 거부하고 4월 초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데 이어 이번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까지 공언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평양을 보는 워싱턴의 시각은 싸늘하게 식었다고 과거 부시 행정부 시절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자문관을 지낸 폴 챔벌린 연구원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폴 챔벌린 연구원은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에 화해의 손짓을 보냈는데 평양은 로켓 발사와 대화 거부로 대응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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