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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올해 워싱턴 한국영화제 여성 감독 작품 위주


이번에는 미국 내 문화계 소식을 전해 드리는 ‘문화의 향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또 어떤 소식을 갖고 나오셨나요?

(부) 네, 지난 시간에 이어서 오늘도 영화제 소식을 전해 드리려고 하는데요. 이 곳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는 코리안 필름 페스티벌 (Korean Film Festival), 바로 한국영화제 소식입니다.

(엠씨) 한국 영화제라면 몇 년 전부터 연례적으로 열리고 있는 행사죠? 좋은 작품들이 많이 소개된다고 들었습니다.

(부) 그렇습니다. 올해로 5년째를 접어들면서 워싱턴의 인기 문화행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요. 올해는 특히 한국 여성 감독들의 작품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엠씨) 올해 어떤 영화들이 소개되고 있는지 궁금하군요. 어서 전해 주시죠.

일요일 오후 2시, 워싱턴 프리어 미술관내 지하강당에 하나, 둘씩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화창한 바깥 날씨를 외면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은 이유…… 바로 한국 영화를 보기 위해서 입니다.

오늘 상영되는 영화는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이장호 감독의 1987년 작품입니다.

아내의 유골을 뿌리기 위해 동해안으로 떠난 남자, 중풍으로 죽어가는 재벌 회장을 고향에 데려다 주려는 여자 간호사…… 영화는 두 사람의 삶이 교차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리는데요. 군사분계선 인근 마을을 배경으로 분단의 모순과 무속신앙을 주제로 다루고 있어, 20 여년전 처음 발표됐을 당시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영화입니다.

영화는 신 내림을 받은 여주인공이 굿판에서 춤을 추고, 남자가 경악하는 장면으로 끝나는데요. 미국 영화와는 많이 다른, 색다른 영화였다고 관객들은 평했습니다.

// 관객//
“굉장히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 한국 문화를 엿보게 해줬다고나 할까요? 미국 영화와는 많이 다르더군요.”

“좋았어요. 뭐랄까, 영화 전반에 걸쳐 외로움이 느껴지더라고요. 한국 문화를 좀 더 잘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럼 더 영화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비로운 영화더군요. 좋았어요.”

이 날 프리어 미술관의 한국 영화 상영은 매 년 개최되는 한국영화제 행사의 일환인데요. 워싱턴 지역 주민들에게 한국 영화를 소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다고 프리어 미술관의 톰 빅 씨는 설명합니다.

//빅 씨//
“지난 2004년에 처음 시작해서 올해가 5회째인데요. 두 가지 이유에서 시작했습니다. 제가 속한 프리어 미술관에 아시아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프로그램의 일환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아시겠지만 1990년대 말부터 한국 영화가 급속히 성장했고, 전 세계적으로 크게 인정을 받고 있잖아요. 워싱턴에 한국 영화를 대대적으로 소개하고 싶어서 영화제를 열게 됐습니다”

이번 영화제 기간 동안 총 19 편의 한국 영화가 상영되는데요. 톰 빅 씨와 함께 이번 영화제를 공동으로 기획한 메릴랜드 대학교 민현준 씨는 최신 한국영화와 고전영화, 또 특정 주제와 관련된 영화 등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힙니다.

//민현준 씨//
“한국영화가 미국에 조금 편협하게 소개된다는 생각이 드는데, 특히 한국 영화가 미국 비디오 시장에 소개가 될 경우에 공포영화 중심으로 소개가 되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하는 것 보다 한국 영화가 사실은 더 다양하니까, 공포영화는 일부 밖에 되지 않으니까, 한국 영화에 대한 고정인식이 만들어지기 전에 한국 영화를 좀 다양한 것을 소개를 해보자 하는 취지에서 매년 고전이라든가 다양한 장르의 영화, 이런 것들을 선정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특히 한국 여성 감독들의 작품에 초점을 맞췄는데요.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와이키키 브라더즈’ 등과 함께, 신예 이경미 감독의 ‘미쓰 홍당무’, 재미 한인 김소영 감독의 ‘나무 없는 산 (Treeless Mountain)’도 상영됐습니다.

//빅 씨//
“지난 해 부산 국제 영화제를 보러 갔는데요. 부산 국제 영화제라면 아시아 최대의 국제 영화제잖아요. 많은 한국 영화와 다른 나라 영화들이 상영됐는데, 특히 한국 여성 감독들의 작품이 많이 눈에 띄더라고요. 시대의 조류라고나 할까요? 이제 한국의 여성 감독들도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구나 느껴졌죠. 그리고 작품성도 뛰어났기 때문에 올해 영화제는 한국 여성 감독들의 작품에 초점을 맞추게 됐습니다.”

매년 영화제가 열리는 동안 감독과 관객들이 만나는 대화의 시간도 마련되는데요. 올해는 임순례 감독과 이경미 감독이 참석했습니다.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던 한국 여자 핸드볼 선수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요. 영화 상영 후에 열린 질의 응답 시간에는 작품을 고른 동기에서부터 출연 배우 선정과정, 개봉 후 한국 관객들의 반응을 묻는 질문 등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임순례 감독은 적은 예산으로 영화를 만들면서 일어난 웃지 못할 얘기들을 털어 놓았습니다.

//임순례 감독//
저희가 돈이 없어서 원래 그리스 가서 찍어야 되는데 전부 세트를 지어서 한국에서 찍었거든요. 한국에 전지훈련 온 덴마크의 실업 팀이 한 팀이 있었어요. 덴마크 팀을 반으로 나눴죠, 금발은 대니쉬, 금발 아닌 사람은 프랑스, 덴마크 사람인 프랑스 팀에게 불어를 하라고 주문을……”

지난 2006년 이후 한국 영화 관객 수가 줄어들고,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 대작 영화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한류 거품이 터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요. 프리어 미술관 영화 기획 담당자인 톰 빅 씨는 한국 영화의 앞날이 아직 밝다고 낙관합니다.

//빅 씨//
“대작 대신에 소규모 자본으로 만드는 독립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오히려 창의성 면에서 한국 영화계가 더욱 강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그런 추세가 계속될 것 같은데요.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잘 만든, 내실 있는 영화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제, 6월 10일까지 계속된다니 저도 한번 가봐야겠네요. (네, 일정을 보니까 아직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남아있던데요. 프리어 미술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무료니까요. 꼭 한번 가보시기 바랍니다.) 네, 그러겠습니다. 부지영 기자, 수고 많으셨고요. 다음 시간에 더욱 흥미로운 소식 부탁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이번에는 새 영화 소개 순서입니다. 유명 신문사 컬럼니스트, 즉 정기 기고가와 거리를 떠도는 무숙자 사이의 색다른 우정을 그린 영화가 나왔습니다. 영화 제목이 ‘솔로이스트 (The Soloist)’, 독주자란 뜻인데요. 로스 앤젤레스 타임즈 신문 컬럼니스트인 스티브 로페즈 씨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같은 제목의 책이 원작입니다. 영화 ‘솔로이스트’, 과연 어떤 내용의 영화인지, 정주운 기자, 소개 부탁합니다.

2005년의 어느 날 밤, 로스 앤젤레스 거리를 걷던 언론인 스티브 로페즈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음악 소리의 주인공은 중년의 흑인 남성…… 지저분한 얼굴, 남루한 옷차림이 집 없는 떠돌이란 걸 말해 줍니다.

스티브는 이 흑인 남성이 켜는 바이올린을 보고 놀라게 되는데요. 바이올린 현이 겨우 두 줄뿐이었던 겁니다. 스티브는 겨우 두 줄 만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데요. 나다니엘 에이어스란 이름의 이 노숙자가 한 때 명문 음악학교를 다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유명 일간지의 정기 기고가인 스티브와 부랑자와 다름 없는 나다니엘, 이처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은 만남을 거듭하면서 우정을 쌓아가게 되고요. 서로의 운명까지 바꿔놓게 됩니다.

스티브는 나다니엘과의 만남에 관한 글을 신문에 연재하는데요. 로스 앤젤레스 타임즈 독자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킵니다.

실제 이야기의 주인공인 스티브 로페즈 씨는 우정과 음악, 그리고 예기치 않았던 만남에 관한 매우 감동적인 얘기라고 말했는데요. 거리에서 잠을 자는 노숙자들도 모두가 우리의 아들, 딸, 형제 자매와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로페즈 씨는 노숙자들 가운데는 군인으로 나라를 위해 싸웠던 사람들이 많고, 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며, 이들을 돌보기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촉망 받는 음악도였지만 정신질환으로 인해 거리를 떠돌며 사는 나다니엘…… 스티브의 도움으로 다시 음악의 꿈을 꾸게 되는데요. 지난 2004년 영화 ‘레이’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제이미 팍스 씨가 나다니엘 역을 맡았습니다.

팍스 씨는 나다니엘은 단순히 정신분열증에 걸린 미친 사람이 아니라,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서 줄리아드까지 간 사람인데, 어쩌다가 정신분열증에 걸린 사람, 어쩌다가 노숙자가 된 사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 인물을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나다니엘에게 있어서 음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음악은 나다니엘에게 안정감을 주고, 어딘 가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 주는 도구란 것입니다.

나다니엘의 재능을 알아보고 도와주기 위해 애쓰는 스티브 로페즈 역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씨가 맡았는데요. 영화 ‘솔로이스트’는 매우 감동적인 얘기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고 다우니 씨는 설명했습니다.

원작자 스티브 로페즈 씨는 나다니엘에 관한 글을 신문에 연재하면서,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고 하는데요. 수천 명이 전자우편을 보내왔다며, 35년 동안 언론인 생활을 해왔지만 이 같이 뜨거운 반응은 처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로페즈 씨는 영화 ‘솔로이스트’는 결국 인간관계에 관한 얘기고, 우연한 만남이 어떻게 사람들의 인생을 바꾸느냐에 관한 얘기라고 설명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많은 독자들이 나다니엘을 응원하고, 또 자신을 응원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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