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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흑인 대통령 맞아 증가하는 백인 극우단체


미국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정우 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문) 2009년에 미국에서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습니다. 이를 두고 그동안 미국 사회의 큰 부담 중에 하나였던 인종주의가 이제야말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서는 이런 지적을 무색케 하는 현상이 보이고 있죠?

(답) 그렇습니다. 흑인인 바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을 두고 미국 국민들, 특히 많은 백인들이 미국이 흑인 대통령을 배출한 만큼, 이제부터는 미국에서 인종주의가 사라졌다고 봐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과는 달리 인종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백인 극우 단체들이 미국에서 오히려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문) 미국 내 인종주의 집단을 추적하고 이에 대한 현황을 연구하는 단체죠? ‘남부의 빈곤과 법 센터’란 조직이 올해 초에 발표한 자료를 보니까요, 미국 내 인종 혐오 조직이 2008년에 926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그 전해인 2007년보다는 4%가 늘어난 수치고요, 2000년과 비교해서는 무려 54%나 증가했다고 하는군요?

(답) 네, 이 수치를 보면 인종주의 단체들이 근 10년 간 크게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런데 미국 역사에서 이 백인 극우단체라 하면은 ‘쿠 클럭스 클랜’, 즉 KKK단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남북 전쟁 시기에 노예 제도를 찬성했던 남부 지역에 활동한 집단이죠? 이 KKK는 눈만 드러난 하얀 옷을 뒤집어 쓰고 십자가를 불태우면서, 흑인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집단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이 KKK단은 현재 그 세력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도 미국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직입니다. 이밖에도 독일 민족의 순수성을 주장하며, 전 세계를 살육의 도가니에 빠뜨렸던 히틀러의 사상을 따르는 네오 나치 계열 단체들도 있습니다. 특히나 이 네오 나치들은 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서구 사회에 존재하는 백인 우월주의 집단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문) 그런데 우리가 보통 백인 극우단체라고 하면, KKK단이나 네오 나치처럼 백인종만이 우월한 인종이고 나머지 인종들은 열등한 인종이라는 생각을 가진 집단들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이들 백인 극우단체들의 성격은 생각보다 다양하죠?

(답) 그렇습니다. 백인 우월주의 조직들이 백인 극우단체의 대표격이긴 합니다만, 현재 미국에서는 단지 이런 인종주의자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주장을 펼치는 극우단체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이들은 가령 총기규제를 반대한다던가 외국과의 자유무역을 반대하고 또 연방 정부가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극단적인 경우는 미국 정부가 악의 세력이라면서 연방 정부의 통치 행위 자체를 거부하는 주장까지 있지요?

(문) 극단적인 극우주의자들은 정부 기관이나 관리들 그리고 공공 시설들을 공격하는 테러분자가 되기도 하죠?

(답) 그렇습니다. 이의 대표적인 극우주의자로는 지난 1995년 오클라호마 시 연방정부 건물을 폭탄으로 무너뜨려 무려 168명이 숨지게 만든 티모시 맥베이가 있습니다. 이 티모시 맥베이는 미국 연방 정부를 혐오해 이런 짓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져 있죠?

(문) 그런데, 이렇게 백인 극우주의자들의 활동이 늘어나는 이유는 뭔가요? 아무래도 현재 경제가 어려워져, 일반 미국인들이 먹고 사는 일이 힘들어진 것이 한 이유가 되겠죠?

(답) 그렇습니다. 미국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극우단체와 관련해서, 미국 국토안보부에서 지난 4월에 보고서를 낸 바 있습니다. 이 보고서를 보니까요, 방금 진행자께서 말씀하셨듯이, 경기 침체 때문에 직장이나 집을 잃고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극우단체들이 활동할 수 있는 틈새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들 극우단체들은 가령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뺏고 있고, 미국 금융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유대계 은행가들이 이번 경기 침체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죠.

(문)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 대통령이 등장한 것도 이에 일조했다는 분석도 있더군요?

(답) 그렇습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의 등장을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건으로 평가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 사실 때문에 마음이 굉장히 불편한 사람들도 있는거죠.

(문) 그런데 일부 극우단체들은 새로운 회원을 늘리는데 있어서 예전과는 다른 방법을 쓰고 있다고 하더군요?

(답) 그렇습니다. 예전 같으면 당당하게, 우리는 유색 인종을 증오한다, 유색 인종에게 휘둘리고 있는 미국을 구하려면, 무장을 하고 봉기해야 한다는 등의 과격한 주장을 공개적으로 하던 많은 극우단체들이 현재는 다소 유연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답니다. 가령 인종주의 단체인 기독교 갱생 센터와 기사당 같은 조직은 증오가 아니라 사랑을 원한다 같은 다소 온건한 주장을 내걸고 있는데요, 이들은 인종주의를 상징하는 십자가 화형식을 거행하거나 아니면 모임에서 폭력을 선동하는 주장을 하지는 않습니다.

(문) 과격하지 않은 조금 온건화된 주장을 해서, 백인들의 관심을 끌어 세력을 확장하려는 의도겠죠? 이들은 또 마이 스페이스 같이 인터넷에서 친구를 사귀는 사이트를 적극 활용해서, 회원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하는데, 어찌됐든 온건한 주장이라고 하지만 이들이 내세우는 것들에는 결국 인종주의적 요소가 있는 게 확실하죠?

(답) 물론입니다. 이 기독교 갱생 센터 같은 조직은 미국에 살고 있는 백인을 제외한 소수 인종은 자발적으로 본국으로 돌아가고 불법 이민자나 감옥에 있는 흑인들을 국외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문) 이런 극우단체들의 활동, 앞으로도 줄어 들지는 않겠죠?

(답) 그렇습니다. 국토안보부의 보고서는 미래에 미국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백인 극우단체들, 특히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활동은 미세하나마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20세기와 21세기의 인류 역사에 있어서 큰 자취를 남긴 나라기도 하지만, 이렇게 심각하게 어두운 구석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 인종주의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존재하는 한 결코 없어지지 않을 미국의 고민거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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