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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트라이베카 영화제, 세계 경제위기로 규모 축소


(진행자) 이번에는 미국 내 문화계 소식을 전해 드리는 ‘문화의 향기’ 시간입니다. 오늘도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소식을 갖고 나오셨나요?

(기자) 네, 최근 뉴욕에서 열린 영화제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하는데요. 미국 배우 로버트 드 니로 씨가 창설한 영화제죠? 올해로 여덟 번째를 맞은 트라이베카 영화제 소식 준비했습니다.

(진행자) 트라이베카 영화제하면 우수한 외국 영화들을 많이 소개하는 영화제로 유명하잖아요? 올해는 어떤 영화들이 선보였을까 궁금하네요. 어서 전해 주시죠.

지난 2002년에 출범한 트라이베카 영화제. 해가 갈수록 성장을 거듭하면서 지난 해에는 총 120 편의 영화를 상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해 영화제 규모가 크게 축소됐는데요. 36개국에서 출품한 86개 작품이 상영되는데 그쳤습니다.

트라이베카 영화제는 유명 배우 로버트 드 니로 씨가 영화 제작자 제인 로젠탈 씨와 함께 설립했는데요. 두 사람은 지난 2001년의 9.11 테러 공격으로 침체에 빠진 뉴욕 맨하탄 남부 지역의 경기를 살리기 위해 영화제를 시작했습니다. 영화제 공동 설립자인 제인 로젠탈 씨는 올해는 경제난으로 우울해진 분위기를 달래기 위해, 특별히 희극 영화를 많이 골랐다고 합니다.

//로젠탈 씨//
“우디 알렌 감독의 영화도 있고, 스파이크 리 감독의 영화도 있죠. 또 전에 들어보지 못한 감독들의 영화나 가벼운 영화들이 많아요. 올해는 다들 웃음이 필요한 것 같아서요.”

올해는 영화제 규모가 축소되긴 했지만 미국과 외국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골고루 선정했다고 영화제 주최 측은 밝혔는데요. 뉴욕은 인종의 도가니이기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온 여러 다른 종류의 영화를 상영하기가 쉽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가장 기대를 모은 영화는 이란 영화 ‘엘리에 관하여’인데요.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창생들의 모임이 거짓과 기만으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는다는 내용입니다. 이 영화를 연출한 아스가 파라디 감독은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트라이베카 영화제 선임 기획자인 제나 테라노바 씨는 영화 ‘엘리에 관하여’가 매우 아름다운 영화라고 말하는데요.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며, 그처럼 뛰어난 이란 영화를 보여줄 수 있어 매우 뿌듯하다고 말했습니다.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고 있는 또 다른 영화는 ‘중개자’란 제목의 기록영화인데요. 미국인 이안 올즈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지난 2007년 테러조직 탈레반에 납치돼 참수 당한 아프가니스탄인 통역의 얘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 동안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는 중남미 영화가 강세였는데요. 올해는 브라질의 호세 파딜라 감독이 연출한 기록영화 ‘가라파’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영화 ‘가라파’는 굶주림에 시달리는 브라질 인들에 관한 영화라고 테라노바 씨는 설명하는데요. 호세 파딜라 감독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세 가족과 함께 살다시피 하면서 그들의 배고픈 현실을 16 밀리미터 흑백 영상에 담았습니다.

트라이베카 영화제는 독립영화나 외국영화를 좋아하는 영화 비평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하지만 비평가들만이 트라이베카 영화제를 찾는 것은 아니고요.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관객들이 모여듭니다.

앤 존스라고 이름을 밝힌 이 관객은 영화도 보고, 또 영화를 만든 사람들도 직접 만날 수 있어 좋다고 하는데요. 감독이나 영화 제작자들과 함께 하는 질의응답 시간이 특히 마음에 든다고 하네요.

외국 영화나 예산을 적게 들인 독립영화의 경우,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날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죠. 트라이베카 영화제는 바로 그런 영화들을 홍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그 같은 점 때문에 트라이베카 영화제는 전 세계 예술인들에게 있어서, 아주 특별한 영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 자유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북한의 참담한 실상을 알리기 위한 기록영화가 워싱턴의 연방 의회의사당에서 상영됐습니다. 영화 제목이 ‘김정일리아 (Kimjongilia)’였습니다. 김정일리아는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을 상징하는 꽃인 김정일화를 말하는데요. ‘김정일리아’, 과연 어떤 영화인지, 정주운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김정일리아…… 지난 1988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마흔여섯 번째 생일에 소개됐다는 이 꽃은 북한에서 김정일화로 불리며 신성시되고 있습니다. 다년생 베고니아과인 김정일화의 꽃말은 평화와 사랑, 지혜, 그리고 정의……. 하지만 이 같은 꽃말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 오늘날 북한의 현실이라고 탈북자들은 입을 모읍니다.

“처음으로 쥐를 잡아먹는데, 저런 걸 잡아 먹어야지 내가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됐죠…… 저희가 먹을 게 없으니까 약을 살 수도 없고, 그냥 죽는 날만 기다렸거든요. 군대 생활 동안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배 고프면 주민 부락에 나가서 그저 도적질해 먹던 기억이 제일 나고요.”

탈북자들이 전하는 북한의 현실은 배고픔…… 그리고 고통……

“열네 시간을 내가 거꾸로 매달려 매를 맞았던 적도 있고요. 언제 어느 순간 매 맞아야 되고 언제 어느 때 그런 취급을 받아야 되는 지 그걸 우리가 모르니까…… 아들도 두 번이나 북송 돼서 너무 고문을 받아서 피를 기관지 출혈을 2 킬로나 했어……”

기록영화 ‘김정일리아’는 이처럼 생생한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외부 세계에 알려지지 않은 북한 정권의 실상을 폭로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미국의 여성 감독 N. C. 하이킨 씨가 직접 극본을 쓰고 연출했는데요. 하이킨 감독은 몇 년 전 일본 도쿄에서 요덕 수용소 출신인 탈북자 강철환 씨의 증언을 듣고 처음 북한의 현실을 알게 됐습니다.

//하이킨 감독//
“몇 년 전 일본 도쿄에서 북한에 관한 회의가 열렸어요. 남편이 그 회의에 초청 받아서 갔는데 저도 따라갔죠. 거기서 탈북자가 나와서 증언하는 걸 들었는데, 바로 강철환 씨였어요. 9살 때 수용소에 끌려갔다면서 얘기를 하는데,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이킨 감독은 자신이 유대계라고 밝혔는데요. 그래서 더욱 북한에 강제 수용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거부감을 느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이킨 감독//
“유대계가 집단 수용소 얘기를 들으면 분노하게 되죠. 지금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막 들더라고요. 또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만약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동안에 누군가가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면, 유태인이 6백만 명이나 희생되는 대신 3백만 명이 희생되는데 그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말이에요. 제가 다만 몇 사람의 목숨이라도 구하고, 강제 수용소를 없애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런 생각이 기동력이 돼서 영화를 만들게 됐습니다.”

영화 ‘김정일리아’에서 하이킨 감독은 탈북자 10여명의 입을 빌어 북한의 강제 수용소 실태와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의 비참한 현실을 전하고 있는데요. 강철환 씨와 신동혁 씨 등 수용소 생활을 했던 탈북자들은 물론이고요. 북한 상류층 출신 예술가와 전직 군 간부, 인신매매에 희생됐던 탈북 여성, 또 탈북자들을 돕다 체포돼 중국에서 4년 동안 수감생활을 하고 풀려난 한국인 최영훈 씨 등 다양한 인물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영화는 탈북자들의 증언 사이사이에 탈북자들의 슬픔과 고통을 표현한 현대무용 장면이 번갈아 나오면서 진행되는데요. 하이킨 감독은 관객들이 춤을 통해 방금 들은 탈북자들의 얘기를 되새겨보도록 하려는 의도였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이킨 감독//
“두 가지 이유였어요. 하나는 수용소 실태를 촬영한 영상을 구한다는 게 불가능한 일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람들이 나와서 얘기만 하면 영화가 지루할 것 같아서요. 뭔가 해야 하긴 했는데, 그러다가 춤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프랑스에서 한국 여성 두 명을 만나 무용을 부탁했는데, 두 사람이 탈북자들이 겪은 고통을 추상적이면서도 훌륭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이킨 감독은 또 북한 정권수립 과정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과 도표를 사용했고요. 북한의 선전영화 영상도 활용했습니다.

//하이킨 감독//
“미국인 관객, 서방 관객들에겐 효과적이에요. 북한이 하는 선전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고, 이상한지 알 수 있거든요. 북한 선전물을 사용한 건 북한이 얼마나 위대한 나라인지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고요. 북한의 주장과 탈북자들이 전하는 그 곳의 실상이 얼마나 다른 지 보여주려고 하는 거죠.”

이 같은 하이킨 감독의 의도가 관객들에게 충분히 전달된 것처럼 보였는데요. 숨을 죽이며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은 북한의 실상에 충격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너무 감동적이고요. 굉장히 슬펐어요. 영화를 볼 때까지는 이런 일이 북한에서 일어나는 줄 몰랐어요. 많은 사람들이 보고, 북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같은 땅에 살면서 너무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 보니까 너무 마음 아프고, 어떻게 하면 도와줄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 많이 하게 됐어요.”

“너무나 끔찍한 실정이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사람들이 전혀 모르고 있어요.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들이 모두 이 영화에 담겨있네요.”

이날 시사회에는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워싱턴을 방문한 여러 탈북자들도 참석했는데요. 이들은 지난 날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지었습니다.

“10년 전에 그렇게 겪었던 우리들의 그 북한 생활하고, 중국으로 건너오면서 고생한 그 생활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안겨오니까 감동이 되고 눈물 겨워요.”

“현실이니까 북한 그 현실 그대로 영화에 담았으니까 보는 사람이 마음이 참 아프고, 현재 이 시각에도 그런 현상이 북한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걸 생각하면 너무도 마음이 아프고 눈물도 많이 나더라고요. 영화를 참 잘한 것 같아요.”

북한의 현실을 알리기 위한 영화 ‘김정일리아’는 지난 1월 독립영화 최대의 축전인 ‘선댄스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면서 처음 관객들에게 선을 보였는데요. 이번 주 샌프란시스코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데 이어, 이달 말에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국제 영화제, 그리고 10월에는 한국 부산영화제에 초청돼 상영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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