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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요타시,  디트로이트 화 우려


일본 도요타 자동차 본사가 있는 도요타시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자동차 산업의 부진, 이른바 '도요타 쇼크'로 시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는데요.

수십 년 동안 도요타에 의존해온 시민들과 시 당국은 처음 겪는 '불황'에 크게 당황하고 있습니다. 도요타시 상황 알아 보겠습니다.

문) 도요타시, 그 이름만으로도 도요타 자동차와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짐작이 가는데요.

답) 그렇죠? 그 회사 이름을 아예 도시명으로 사용하는 예가 그리 흔한 일은 아닌데요. 나고야에서 동쪽으로 1시간쯤 차를 타고 가다 보면 나오는 곳입니다. 여기에 도요타 자동차 본사가 들어선 것은 1959년, 그러니까 50년 전입니다. 그 해에 도시 이름을 아예 도요타시로 바꿨구요. 시민 42만3천명 가운데 70%가 자동차 산업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습니다. (상당하군요) 예. 이 곳에서 도요타 자동차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문) 미국으로 치면 자동차 업계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디트로이트 시쯤 되겠군요. 자, 이름도 같고 도시 대부분이 도요타 자동차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회사가 어려워지니까 같이 몸살을 앓는군요.

답) 몸살 정도가 아니구요. 이곳 주민들은 도요타 자동차가 재채기를 하면 도요타시는 폐렴을 앓는다고 할 정도로 회사의 사활에 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자동차 산업이 잘 나가던 시절에는 도요타시도 함께 호황을 누렸습니다. 사실 도요타시는 불황의 기억이 없습니다. 이 지역에 들어선 도요타 자동차가 59년 동안 한번도 경영상 손해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인데요. (올해는 좀 달랐죠) 네, 59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문) 지역 경제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겠군요.

답) 그렇습니다. 도요타시에서 일자리가 급속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시 당국의 세수도 크게 줄었구요. 늘 쇼핑객으로 붐비던 도요타 시내는 유령도시처럼 텅텅 비어있는 모습입니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크게 당황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에게 이런 일이 닥칠 줄은 상상도 못했다는 반응입니다.

문) 일자리 얘기를 했는데 역시 경기침체로 가장 금방 눈에 띄는 변화는 실업률 상승 아닙니까? 도요타시도 예외가 아니겠구요.

답) 치솟는 실업률로 도요타시가 공포에 사로잡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뉴욕타임스 신문 4월30일자 기사를 보면 도요타시의 한 구직업체 직원들의 얘기가 실려있는데요. 그 곳 상황을 잘 대변해 주고 있습니다. 지난 해 여름만 해도 구직 신청자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당시만 해도 일본인 근로자들도 모자라 멀리는 브라질이나 페루 출신 이민자들까지 자동차 생산 현장에 투입했으니까요.

문) 지금은 상황이 어떻습니까?

답) 하루에 구직자 1천 명이 몰려들어 이 구직업체에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합니다. 뉴욕타임스는 이 업체 부소장의 말도 싣고 있는데요. 지난 1월에서 3월 사이에 8천42명의 구직자가 이 업체를 찾았다고 합니다.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 무려 1백33%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문) 올해 통계라고는 하지만 도요타가 대규모 감원을 시작한 것은 이미 지난 해의 일이 아닙니까?

답) 예. 지난 해에 이미 6천명의 근로자를 해고했습니다. 또 도요타시에 있는 7개 공장의 가동 속도를 늦췄구요. 도요타시에서 일자리가 사라진 것도 바로 이때, 그러니까 지난 여름부터입니다. 도요타는 지난 해 회계연도 순손실을 35억 달러로 잡고 있습니다. 엄청나죠?

문) 그렇군요. 일자리를 잃은 시민들 뿐만이 아니라 시 당국도 울상이겠는데요. 그만큼 세금이 덜 걷힐 테니까요.

답) 물론입니다. 도요타 자동차가 납부하는 법인세가 시 당국이 거둬드리는 세수의 4분의 3을 차지합니다. (시 당국 살림의 대부분이라고 봐도 되겠군요). 예, 그런데 시 재정 부서는 지난 회계연도 법인세 수입이 전년도보다 1천6백만 달러나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세수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개인소득세는 그만큼까지 줄지는 않았지만 올해 실업률 증가 추세를 볼 때 이 또한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이구요.

문) 시 예산을 다시 편성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답) 도요타시 당국으로서도 지출을 줄이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을 찾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올해 착공 예정이던 1억 달러 규모의 시청 부속건물 건설 계획도 취소됐구요. 시 박물관 전시를 위해 미술품을 구입하려던 계획 역시 백지화됐습니다.

진행자) 도요타시가 한때는 미국 자동차 산업 중심지인 디트로이트처럼 되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았다고 하는데, 현재 몰락 위기에 놓인 디트로이트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닌지 일본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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