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인신매매 당한 탈북여성, 워싱턴 증언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 실상을 알리기 위해 이 곳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는 북한자유주간 행사가 오늘로 닷새째를 맞았습니다. 어제 (29일) 는 탈북 후 중국에서 인신매매로 고초를 겪은 여성들의 기자회견과, 탈북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발표가 있었는데요, 인신매매 됐던 탈북 여성 2명의 증언에 기자회견장을 가득 메운 참석자들은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이진희 기자가 기자회견을 취재했습니다.

“중국에서 인신매매 당해서 짐승보다 못한 생활을 해 왔고, 거기서 도망쳐 어린 자식들을 만나야 겠다는 용기를 가지고 도망쳤는데, 끝내 중국 공안에 체포돼 강제 북송 됐습니다. 강제북송 돼서도 노동단련대와… ”

미국의 민간단체인 미국북한인권위원회 주최로 29일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탈북자 방미선 씨의 증언 내용입니다. 방미선 씨의 남편은 고난의 행군 시절 굶어 죽었고, 큰딸은 행방불명 됐습니다.

남은 자식들을 먹여 살려야겠다는 일념으로 방 씨는 지난 2002년 두만강을 넘어 중국으로 갔습니다. 중국에 가면 밥도 많이 먹을 수 있고 북한에서 보다 훨씬 나은 생활을 하게 해주겠다는 약속만 믿고 중국에 간 방 씨는 그러나 인신매매단에 세 차례나 팔려갔습니다. 처음에는 나이든 중국인 장애인과 결혼했고, 나중에는 14살 연하 남자와 결혼해야 했습니다.

방 씨의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방미선 씨는 탈북자 신분이 드러나 중국 공안에 체포돼 강제북송 돼 수용소에서 짐승보다 못한 생활을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아픈 다리를 끌고 교화소에 가니 처참한 생활이 벌어졌습니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들이 끊어져 가는 생명을 이어보려고 곤충까지 잡아먹는 현실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뱀과 개구리가 나타나면 그것을 잡아 산채로 입에 넣는 사람들...”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울먹이는 방미선 씨의 모습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방 씨는 북한의 강제수용소에서 매를 심하게 맞아 제대로 걸을 수 없다며 허벅지에 움푹 팬 상처를 직접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함께 증언에 나선 탈북자 김영애 씨는 오직 돈을 벌겠다는 일념으로 중국에 갔다 인신매매의 희생양이 됐습니다. 중국에서 강제결혼을 통해 딸을 하나 뒀지만 그 딸마저 숨지고 말았습니다. 김 씨는 방미선 씨처럼 강제북송은 되지 않았지만, 강제결혼 후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았고, 공안의 눈을 피해 늘 숨죽이며 살았다고 말했습니다.

(김영애)“중국에서 공안의 눈을 피하기 위해 임신 막달까지 차고선 여기저기 헤매며 다니던 그 생활은 지옥과도 같았습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물 속에서 들어가고 산 속에도 올라가고 친척들집 창고와 김치옹에도 들어가보고…”

탈북 여성들은 자신들과 같은 고통을 겪는 탈북자들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멀리 워싱턴에까지 와 증언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탈북자들에 대한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했습니다.

기자회견을 주관한 미국북한인권위원회의 척 다운스 사무총장은, 북-중 국경지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비극의 원인은 북한 정부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다운스 사무총장은 북한 당국에 억류 중인 미국인 여기자 2 명도 탈북자 인신매매 문제를 취재 중이었음을 지적하면서, 북한이 취재기자를 체포해 감금하고 불공정한 재판을 한다 해도 탈북자들의 인권유린 상황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마크 라곤 전 미 국무부 인신매매 방지 담당 대사도, 북한은 국내에서 벌어지는 인신매매를 처벌할 법규가 없을 뿐아니라, 자국민들이 이웃국가로 인신매매돼 팔려나가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라곤 전 대사는 인신매매에 관한 국무부의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은 줄곧 인신매매 근절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최악의 국가 (Tier 3)로 분류돼 왔다며, 곧 발표될 올해 보고서에서도 북한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국북한인권위원회는 이날 인신매매로 중국에 팔려 간 탈북 여성 53명의 증언을 담은 `생명을 팝니다 (Lives for Sale)’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탈북 여성들의 사례를 공개하면서, 북한 정부에 식량정책을 개선하고, 자국민의 국경 간 이동을 합법화 하라고 권고했습니다. 또 중국 정부에는 탈북자 강제북송을 중단하고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의 접근을 허용하며, 중국인과 결혼한 탈북 여성에 시민권을 내 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