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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논란 가중되는 중앙정보국 심문기법


미국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정우 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문) 미국의 중앙정보국, 영어로는 CIA로 부르는데요, 미국에서는 현재 이 CIA가 부시 행정부 시절에, 테러 용의자들을 조사할 때 썼던 심문방법을 놓고 논쟁이 한창이죠?

(답) 그렇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지난 주에 오바마 정부가 네 건의 비밀 문건을 공개했습니다. 이 문건은 지난 2002년과 2005년 사이에 연방 법무부 법률팀에 의해서 작성된 메모입니다. 이 메모는 테러 용의자들을 조사하는 일선 수사 기관에서 필요하다고 간주되는 심문기법에 대한 법률적인 검토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죠.

(문) 알려진 문건의 내용이 워낙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그동안 민권운동 단체들을 중심으로 행정부에 이 문건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계속 제기돼 오지 않았나요?

(답) 네, 실제로 미국시민자유연합이란 단체는 벌써 5년 전에 행정부를 상대로 이 메모를 공개하라고 소송을 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 소송에 져서 공개를 하느니, 차라리 지금 이 문건을 공개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 그런데 이 문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역시 테러 용의자들에게 사용된 특수한 심문기법을 설명한 내용인데, 이 심문기법들이 충격적이라는 점이죠?

(답) 그렇습니다. 문건에는 이 특수한 심문기법, 일부에서 표현하기는 가혹한 심문기법을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것을 들면 영어로는 'WATER BOARDING'이라고 부르는 물고문, 수면방해, 옷 벗기기 그리고 용의자를 곤충이 가득 든 상자 안에 집어넣기 등이 있습니다.

(문) 그런데 이런 심문방법은 상식적으로나 또 국제 기준에 비쳐보면, 소위 '고문'이 아닌가요?

(답) 네, 바로 이점이 이번에 공개된 문건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입니다. 인권 운동가나 진보주의자들은 이런 심문방법은 명백한 고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런 기법을 승인하고 사용한 사람들을 꼭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죠.

(문) 그런데 이 주장과는 반대로 이번에 문건을 작성한 법무부 법률팀은 이들 심문기법이 고문이 아니라고 규정했죠. 하지만 법무부 법률팀의 지적과는 달리, 이 심문기법들이 고문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다수 사람들의 생각인데 그렇다면 오바마 행정부가 과연, 이들 심문기법을 승인하고, 집행한 사람들을 처벌할 수 있을까요?

(답) 현재까지는 아닙니다. 이 문건이 공개된 후 지난 20일, 오바마 대통령은 CIA를 방문해서 이곳에서 약 10분 동안 연설을 했습니다.

(답) 오바마 대통령, 우리가 실수한 것은 인정하자. 하지만 미국은 실수를 통해 교훈을 얻는다. 자신은 미국이 인정할 것은 기꺼이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하고 있죠? 오바마 대통령은 또 법무부의 자문을 토대로 해서 직무를 수행한, 그러니까 혹독한 기법을 사용해 심문에 참여했던 실무자들을 기소하지 않을 것이고 이들의 신분을 철저하게 보호할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문) 오바마 대통령, 이번에 문건이 공개돼서 비난의 표적이 된 중앙정보국 요원들을 달래고 격려하기 위해서 CIA를 방문한 것으로 보이는군요. 그런데 일부 보수파들은 이번 문건의 공개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죠?

(답) 네, 부시 행정부에서 중앙정보국 국장을 지낸 마이크 헤이든 공군 중장도 문건 공개를 반대했던 사람 가운데 한 명입니다. 헤이든 CIA 전 국장, 이렇게 정보기관의 비밀활동이 공개되면, 가장 걱정되는 점이, 이런 일들이 국가 안보를 위해서 꼭 필요한 정보요원들의 활동을 방해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번 문건의 공개를 비난했습니다. 딕 체니 전 부통령도 방송 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국가기밀을 공개해서 미국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문) 보수파가 문건 공개에 반발하고 오바마 대통령도 가혹행위를 한 요원들을 처벌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 상황이 이대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답) 그렇습니다. 일단 연방 의회의 움직임 눈에 뜁니다. 연방 상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이죠?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은 상원이 이 문제에 대한 조사를 마치기 전에는 누구든지 처벌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지 말라는 편지를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냈습니다. 아마도 앞으로 상원 정보위원회와 국방위원회가 이 문제를 조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 그런데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의회 조사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을 사람이 세 사람이 있다고 하더군요?

(답) 네, 바로 법무부 안에서 이 심문기법에 대한 법률적인 해석을 내려줬던 사람들입니다. 바로 제이 바이비 씨, 그리고 한국계죠? 존 유 버클리 대학 교수, 그리고 스티븐 브래드베리 씨입니다. 이중에서 특히 제이 바이비 씨는 현재 제9 연방 순회 항소법원 판사로 재직 중인데요, 조사 결과에 따라 판사 자리에서 쫓겨날 가능성도 있다고 하는군요.

( 문)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일 연설에서는 관련자들을 기소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는데, 다음 날인 21일에는 조금 입장이 바뀐 듯한 말을 했더군요?

(답) 네, 오바마 대통령 21일 회견에서 이 문제를 조사하는 것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말로 판단해 보면요, 처벌은 원치 않지만 진상규명에는 찬성한다는 것이 오바마 대통령의 생각인 것 같은데요, 21일 발언은 조사결과에 따라서는,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처벌할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한 기존 입장이 바뀔 수도 있다라는 여지를 남겨 두는 발언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만일 상황이 급변해서 누군가를 처벌해야 한다면, 실제로 지침을 받고 심문에 참여했던 요원들보다는 이 심문기법을 승인했거나 아니면 이에 법률적인 근거를 마련해 준 사람들이 기소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문) 목적이 정당하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사용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는, 인류가 오랫동안 고민해 온 문제입니다. 특히 이번 CIA의 심문기법을 두고 보수파들은 이런 가혹한 심문기법이 없었다면, 국가안보를 위해서 정말 필요한 정보들을 용의자들로부터 얻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런 말을 들으면 고민의 무게가 더해 지는 것 같습니다. 윤리와 실익은 이렇게 항상 양립하기가 어려운데요, 자유와 인권을 중요시하는 미국 사회,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게될 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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