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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여기자 북한 억류 사태, 장기화 국면


미국인 여기자 2 명이 북한 당국에 의해 억류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국제 언론단체들은 이들의 석방을 거듭 촉구하고 있고, 미국 정부도 긴밀한 외교 노력을 벌이고 있지만, 석방 조짐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북한이 6자회담을 거부하는 등 한반도 긴장 사태와 맞물려 이들의 석방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근삼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문) 김근삼 기자. 미국인 기자들이 북한에 억류된 지 한 달이 넘었죠?

답) 그렇습니다. 북한에 억류된 기자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의 케이블 방송사인 ‘커런트 TV’ 소속 중국계 로라 링 기자와 한국계 유나 리 기자인데요, 이들은 지난 달 17일 북-중 국경 지역에서 취재 활동 중 북한 군에 억류됐습니다. 북한 정부는 지난 달 이들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 적대적 행위를 벌인 혐의를 확정했다며, 재판에 회부할 것이라고 발표한 상태입니다.

문) 이번 사건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것 같습니다. 북한의 로켓 발사 문제 등 현안에 묻혀 잊혀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인데요?

답) 미국 국무부의 로버트 우드 대변인은 지난 17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기자들의 석방을 위해 긴밀한 외교적 노력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건 발생 이후 한 달이 지나는 동안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요, 국무부는 이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며, 그런 측면에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판단입니다. 당시 두 기자와 함께 현장에 있던 프로듀서 미치 코스 씨는 붙잡히지 않고 탈출해서 중국 공안의 조사를 받고 풀려났는데요, 미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습니다. 두 기자가 몸 담고 있는 ‘커런트 TV’도 침묵하고 있고요.

문) 사건을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답답한 상황인데요. 미국 정부는 그동안 평양주재 스웨덴대사관을 통해 두 기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있다고 했는데, 어떤 진전이 있었습니까?

답) 가장 최근에는 지난 달 30일에 스웨덴대사관 직원이 여 기자들을 각각 면담했는데요, 미국 정부나 스웨덴 정부 모두 기자들의 상태나 구금된 장소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은 체포 직후 평양 인근으로 옮겨져 북한 당국의 조사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미국 정부는 사건 발생 직후 인도적 차원의 조기 석방을 추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이후 북한이 이들을 재판에 회부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석방에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습니다.

문) 한 사람은 중국계, 한 사람은 한국계 미국인인데, 가족들의 입장은 나온 것이 있나요?

답) 타이완 출신인 로라 링 기자의 아버지는 사건 발생 초기에 타이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딸의 안전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는 입장을 짧게 밝힌 적이 있고요, 또 타이완 의회는 이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로라 링 기자의 언니이며 역시 언론인인 리사 링 기자 역시 북한을 취재했던 사실이 알려기도 했죠. 하지만 한국계 유나 리 기자의 가족은 언론에 나타나지 않고 있고요, 국무부는 이들 가족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문) 이번 사건에 대해 국제사회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 네. 언론자유 옹호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 ‘전미 아시아계 언론인협회’ 등은 여러 차례 성명을 발표하고, 여기자들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특히 ‘국경 없는 기자회’는 이들의 억류 한 달째를 맞은 지난 17일에도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 단체는 전세계 언론인 등 1천1백 명으로부터 두 여기자에 대한 지지 서명도 받았는데요, 이들이 정상적인 취재 활동 중 억류된 만큼 즉각 석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문) 그런데 최근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지 않을까 우려되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두 여기자 문제를 북 핵 등 정치 상황과 연계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하지만 결국 두 나라 사이에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 만큼 미-북 간 기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일단 북한은 조기 석방을 거부하면서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인데요, 아직 재판 절차를 시작하지는 않았습니다. 미국이 연루됐고 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인 만큼 북한 측 입장에서도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일텐데요. 하지만 실제로 재판이 시작되면 사태는 장기화 될 수 밖에 없겠죠.

문) 과거 미국인이 북한에 억류됐을 때는 미국에서 고위급 특사가 북한을 방문해서 문제를 풀었던 전례가 있지 않습니까?

답) 이번에도 그런 예상이 나오고 있는데요. 지금까지는 북한의 로켓 발사와 이후 관련 사태 때문에 이 문제를 풀기 위한 본격적인 미-북 간 접촉이 어려웠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현재 미국은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를 원한다는 입장인데요, 이런 접촉 과정에서 이 문제가 별도로 논의될 수도 있고, 또 일부에서는 미국인 억류 사태 자체가 미-북 간 대화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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