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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PSI 전면 참여 배경과 전망


한국 정부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PSI 전면 참여를 결정하고도 발표를 미루고 있는 것은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전개되고 있는 긴장 상태를 감안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PSI에 전면 참여할 경우 남북관계가 한층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PSI가 무엇이고, 한국이 왜 전면 참여하려는 것인지 그 배경과 전망을 최원기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문) 최원기 기자, 먼저 PSI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볼까요.

답) 네, PSI는 영어로 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의 약자인데요. 프로리퍼레이션은 확산이라는 뜻이구요. ‘시큐러티 이니시티브’는 ‘방지 구상’이라는 뜻으로 한국말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PSI는 말 그대로 핵과 미사일 같은 대량살상무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지난 2003년에 시작한 국제 공조체제인데요. 현재 미국, 호주, 일본, 이탈리아 등 94개국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문) PSI가 어떻게 핵 확산을 막는다는 것인지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답) 예를 드는 것이 빠를 것 같은데요. 지난 2003년 10월 지중해에서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를 싣고 리비아로 향하던 선박이 있었는데요. PSI 에 참여하고 있던 이탈리아 해군이 이를 발견하고 배를 수색해 원심분리기를 압수한 적이 있습니다. 또 2년 전에는 핵 활동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시리아의 항공기가 북한에 가려고 한 적이 있었는데요. 당시 그 항로의 중간에 있는 나라들이 항공기의 영공 통과를 막은 적도 있습니다. 이처럼 PSI는 북한 등 이른바 `불량국가’들이 핵무기나 핵 개발 관련 부품을 선박이나 항공기 편으로 몰래 수출하려 할 때 관련국들이 나서서 이를 수색해 차단하는 것입니다.
문) 한국 정부는 그동안 PSI 전면 참여를 주저해 오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미국은 지난 2003년 PSI를 시작한 이래 한국의 참여를 권유해 왔습니다. 그러나 당시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하던 한국의 노무현 정부는 PSI에 전면 가입할 경우 남북관계가 악화될 것을 우려해 전면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PSI에는 모두 8단계의 활동이 있는데요. 한국은 지난 2005년부터 옵서버-참관자 자격으로 PSI 훈련을 참관하는 ‘부분 참여’ 수준에 머물러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자 전면 참여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입니다.

문) 그동안 서울에서는 ‘PSI에 참여해야 된다, 안 된다’ 여러 말이 많았는데요, 이런 논란은 좀 가라 앉았나요?

답) 한국의 이명박 정부가 PSI에 전면 가입하기로 하자 정치권과 학계는 이 문제를 놓고 뜨거운 논란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서울에서는 국회 본회의가 열렸는데요. 한나라당 소속 구상찬 의원은 ‘즉각 PSI에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민주당의 김성곤 의원은 ‘PSI 전면 참여는 남북 간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했습니다. 또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정세현 씨는 “한국이 PSI에 참여하면 그 동안 이명박 대통령이 해왔던 대북 특사 파견론 같은 얘기가 다 물거품이 된다”며 “PSI에 전면 참여하는 것은 백해무익한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문) 한국 정부가 야당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PSI에 전면적으로 참여하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 세 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는데요. 첫째는 평양에 강력한 신호를 보내자는 것입니다. 북한은 지난 2006년에 핵실험을 한데다 최근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는데요. 문제는 평양이 잘못된 행동을 하고도 별로 불이익을 본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이 PSI에 전면 참여해 ‘북한이 잘못된 행동을 할 경우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는 점을 일깨워 주자는 것입니다. 또 다른 것은, 이명박 정부의 외교 기조는 미-한 동맹을 강화하자는 것인데요. PSI 전면 참여를 이런 노력의 하나로 고려했을 수 있습니다. 그밖에 남북 해운합의서가 유명무실화 된 것도 한 요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 남북해운합의서가 유명무실화 됐다는 것은 무슨 얘기입니까?

답) 노무현 정부는 과거 ‘남북 간에는 이미 PSI에 버금가는 해운합의서가 있기 때문에 굳이 PSI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왔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체결된 남북해운합의서를 보면, 북한 선박이 남한 영해를 지날 때 무기 등을 실을 수 없다는 내용과 함께 남한 당국이 수상한 북한 선박을 정선, 수색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동안 제주도 해역을 지나면서 단 한번도 남한 당국의 정선 요청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남한은 해운합의서가 무용지물이 됐다고 판단하고 PSI 전면 참여를 최종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 한국이 PSI에 전면 참여할 경우 북한이 강력히 반발하지 않을까요?

답) 그럴 공산이 큽니다. 남북관계를 담당하는 북한의 조국평화 통일위원회는 지난 달 30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한국이 PSI에 전면 참여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라면서 즉각 단호한 대응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을 선포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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