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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버지니아 총격사건 조승희 지도교수 회고록 발간


미국 내 문화계 소식을 전해 드리는 ‘문화의 향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반갑습니다.

(부) 혹시 오는 16일이 무슨 날인지 기억하세요?

(엠씨) 4월 16일이라면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이 발생한 날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미국 내 한인들에겐 잊기 어려운 날이죠.

(부) 그렇죠. 무장괴한이 버지니아 공대 강의실에 들어가 무차별 총격을 가해 무려32명이 숨진 사건이었죠. 범인도 결국 자살했고요. 이 엄청난 사건의 범인이 한인 학생 조승희로 밝혀져서 많은 사람들, 특히 많은 한인들이 충격을 받았었죠. 어쨌든 다시 일어나선 안 될 끔찍한 사건이었는데, 벌써 사건이 발생한 지 2년이 다 됐습니다.

(엠씨) 그렇군요. 그 날 그 놀랐던 가슴이 채 가라앉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부) 조승희는 사건을 저지르기 약 2년 전부터 이미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학생으로 지목을 받았었죠. 영시 강의를 혼자 따로 받았어야 할 정도였는데요. 당시 조승희를 개인 지도했던 루신다 로이 교수가 이번에 회고록을 냈습니다. 제목이 ‘No Right to Remain Silent’ 인데요. ‘침묵할 권리는 없다’란 뜻이죠? 로이 교수는 이 같이 비극적인 사건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회고록을 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이 회고록에 관해 전해드릴까 합니다.

(엠씨) 네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상당히 궁금한데요. 소개해주시죠.

“승은 야구 모자를 쓰고 거울처럼 반사되는 색안경을 쓰고 들어왔다. 승은 한 질문에 대답하는데 10초 내지 20초 정도 걸렸다. 이는 어떤 사람과 대화를 나누려고 할 때 엄청나게 긴 시간이다…… 이상한 점은 승이 질문을 못 알아듣는 듯한 인상은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승의 얼굴은 그가 질문을 이해했다는 걸 보여줬지만 어쩐지 대답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무 것도 내보이지 않으려는 것처럼 말이다.”

루신다 로이 교수는 최근에 발간한 회고록 ‘침묵할 권리는 없다’에서 면담을 위해 나타난 조승희를 이렇게 기억합니다. 조승희는 2005년 가을 학기에 영시 강의를 수강 중이었는데요. 조승희의 작문 내용이나 행동이 다른 학생들에게 두려움을 주게 되자, 당시 버지니아 공대 영문학과 과장이었던 로이 교수가 조승희를 따로 개인지도 하게 됩니다. 로이 교수는 조승희에게서 여러 가지 우려되는 징후를 볼 수 있었습니다.

//로이 교수//
“굉장히 우울해 보였고, 내성적이고, 제대로 말을 못하더라고요. 그리고 조승희가 쓴 시를 보면 굉장히 화가 나 있는 것 같았어요. 조승희가 자살할까 봐 걱정이 많았죠. 이전에 만난 학생들을 보면 우울증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자꾸 정신건강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했죠.”

로이 교수는 개인 지도를 받는 동안 조승희가 조금씩 마음을 여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정신건강 상담이 꼭 필요한 학생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로이 교수 //
“우리 둘 다 이민자 출신이잖아요. 전 영국에서 왔는데요. 바락 오바마 대통령처럼 흑백 혼혈이에요. 아버지가 자메이카 계거든요. 그래서 저도 미국에 왔을 때 어느 정도 적응기간이 필요했어요. 같은 이민자란 공통점이 있어서 그런지, 조승희가 어느 정도 마음을 열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조승희는 시를 좋아했거든요. 전 내성적인 성격의 학생을 상대할 때 시를 쓰게 하곤 하는데요. 같이 시를 쓰곤 하면서 조승희가 절 편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사실 다른 사람하고 1시간에서 1시간 반 동안 같이 앉아있다 보면 어느 정도는 마음을 열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조승희가 정신건강 상담을 받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요. 정말 조승희한테 필요한 거였어요.”

로이 교수는 조승희에 관해 우려되는 점들을 대학 측에 알렸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당시 버지니아 공대 방침이 워낙 엄격해서, 학생 본인이 원하지 않는 한 강제로 상담을 받게 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조승희 사건은 결국 모두의 상상력 부재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고 로이 교수는 설명합니다.

//로이 교수//
“상상을 해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선생이라면 학생의 입장을, 정신건강 상담가라면 상담을 받는 환자의 입장을 말이죠. 사실 조승희 자신도 상상력이 부족했다고 할 수 있죠. 자신에게 살해당하는 희생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으니까요. 그저 자기 자신의 느낌이 어떨까, 그것만 생각했던 거잖아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 다른 사람의 감정을 헤아려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초 버지니아 공대는 또 한번 끔찍한 사건의 무대가 됐습니다. 이 대학에 재학 중이던 중국인 유학생이 동료 유학생을 무참히 살해한 것입니다.

//로이 교수//
“어떻게 하다가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어요. 정신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학생인 것 같아요. 사실 교내 안전은 매우 우려되는 문제에요. 거의 무방비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누구나 대학 교정에 들어올 수 있잖아요. 또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이미 그 대학 학생으로 다니고 있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죠. 그렇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학생들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방법을 찾아야 해요.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경우, 그런 사람들은 도움을 요청하게 돼있어요. 중요한 건 그런 사람들이 손을 내밀 때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로이 교수는 회고록을 쓰는 동안 매우 마음이 아팠고, 힘들었다고 토로했는데요. 하지만 글을 쓰는 과정이 스스로 치유의 과정이기 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로이 교수는 부디 이 책을 통해 다른 사람들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길 바란다면서, 회고록 판매로 들어오는 수익금의 일부를 정신질환자를 돕는 단체 등에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엠씨)부지영 기자, 그런데 로이 교수의 회고록에 대해 정작 버지니아 공대 동료 교수들이나 학생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부) 네. 동료 교수들이나 학생들은 로이 교수가 회고록을 내는 걸 적극 찬성하고 격려했다고 하는데요. 다만 대학 행정당국은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사실 버지니아 공대 대변인인 래리 힌커 씨는 최근 CBS 방송과의 회견에서 조승희 사건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건 슬픈 일이란 반응을 보였고요. 에드 스펜서 버지니아 공대 학생과 차장은 이 책이 저자의 의도와는 정반대되는 효과를 가져올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희생자 가족들을 또다시 힘들게 할 뿐이란 거죠.

(엠씨) 그럴 수도 있겠군요. 아무쪼록 조승희 사건과 같은 불행한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아야 할 텐데요. 그 같은 사건을 방지하는데 로이 교수의 회고록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부지영 기자, 잘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새 영화 소개 순서입니다. 요즘 미국 극장가는 봄방학에 맞춰 개봉한 모험 영화들 일색인데요. 이 같은 분위기에 다소 어울리지 않는 영화가 한 편 나왔습니다. 경기 불황에 시달리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유원지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의 고민과 사랑을 그린 영화인데요. 영화 제목이 ‘모험의 땅’이란 뜻의 ‘어드벤처랜드 (Adventureland)’입니다. 바로 영화의 무대가 되는 유원지 이름인데요. 어떤 내용의 영화인지 궁금하시죠?

1987년 여름, 대학 졸업식을 마치고 유럽여행을 떠날 기대에 부풀어 있는 제임스 브레넌……. 막상 여행에 나서려니 여비가 모자랍니다. 은근 슬쩍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지만 부모님은 제임스에게 직접 돈을 벌라고 충고하고요. 제임스는 곧 냉정한 현실에 부딪치게 됩니다. 경기불황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건데요. 명문 대학에서 얻은 학사 학위도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제임스는 ‘어드벤처랜드’란 유원지에 취직이 되는데요. ‘모험의 땅’이란 뜻의 ‘어드벤처랜드’는 그야말로 제임스에게 모험의 땅 그 자체였습니다. 전혀 새로운 세상이었던 거죠.

워낙 불황이다 보니 유원지 역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었는데요. ‘어드벤처랜드’ 측은 아무리 직원이라도 공짜는 없다고 강조합니다. 가족이나 친구를 무료로 입장시키거나 요금을 깎아줄 생각은 행여 하지도 말라는 거죠.

유럽 여행은 커녕 여름 내내 꼼짝없이 일만 하게 된 제임스…… 그것도 별 볼일 없는 유원지에서, 별 볼일 없는 일을 하게 돼 풀이 죽는데요. 하지만 유원지에서 보낸 여름은 제임스의 인생을 바꿔놓게 됩니다.

지난 2005년 ‘오징어와 고래’란 영화로 주목을 받았던 제시 아이젠버그 씨가 제임스 역을 맡았는데요. 영화 ‘어드벤처랜드’는 1980년대가 배경이지만 경제난을 겪고 있는 오늘날 현실에도 통하는 얘기라고 아이젠버그 씨는 설명합니다.

요즘 불황 때문에 자기 수준 이하라고 생각되는 일들을 어쩔 수 없이 하는 사람이 많다는 건데요. 그렇기 때문에 요즘 관객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고 아이젠버그 씨는 설명했습니다.

제임스는 ‘어드벤처랜드’에서 일하며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데요. 이 곳에서 영혼의 짝이라고 할 만한 여자 친구를 만나게 됩니다. 엠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에밀리 역시 인생의 기로에 서 있는데요. 에밀리 역은 지난 해 흡혈귀와 인간의 사랑을 그린 영화 ‘트와일라이트 (Twilight)’, 즉 ‘여명’이란 제목의 영화로 유명세를 얻은 크리스틴 스튜워트 양이 맡았습니다.

스튜워트 양은 이루지 못한 꿈 때문에 괴로워하는 엠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고 하는데요.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80년대는 아주 어렸을 때 일이라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1980년대에 관한 영화 등이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전혀 낯선 느낌이 없었다고 합니다.

영화 극본과 연출은 그렉 모톨라 감독이 맡았는데요. 이 영화는 모톨라 씨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인데요. 모톨라 씨는 1980년대 뉴욕 주 롱아일랜드에 있는 유원지에서 여름방학 동안 일했었습니다.

모톨라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작업이 즐거웠다고 말하는데요. 자신이 기억하는 1980년대를 마음껏 그릴 수 있어 좋았다는 겁니다. 옛날에 좋아했던 음악을 틀고, 유행이 한창 지나서 우스워 보이기까지 하는 의상들을 배우들에게 입히는 등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영화 ‘어드벤처랜드’에는 유명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 씨도 출연했는데요. 레이놀즈 씨는 유원지에서 일하며 서서히 절은 시절 꿈을 잃게 되는 정비사 역을 맡았고요. 유원지 관리인 역으로는 빌 헤이더, 크리스틴 위이그 씨가 출연했습니다. 그리고 영화 촬영은 펜실베니아 주 피츠버그 시에 있는 ‘케니우드 (Kennywood)’란 유원지에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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