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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남북경색 이용 시장통제


오늘(14일) 서울에서는 최근의 한반도 긴장 상황이 북한주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악화된 남북관계를 이용해 시장통제를 위한 내부 단속을 꾀하고 경제난을 회피하는 등 북한주민들의 인권 상황이 전반적으로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대북 인권단체인 평화재단이 14일 서울 대한출판문화회관에서 연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최근의 악화된 남북관계가 북한주민들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 임수호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당국의 시장 통제 조치가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남북 간 경색 국면을 이용해 단속을 한층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시장 통제는 현재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라고 봅니다. 주민과 하급 간부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당국으로서도 완전히 시장을 통제하게 되면 잃을 것이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북한 체제 단속을 위한 우회적인 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임 연구위원은 “북한에서 ‘시장’은 계획경제 체제가 적용되지 않는 이른바 ‘제 2경제’를 의미한다”며 “체제 이완을 막기 위해 북한 당국이 시장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임 연구위원은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문제나 후계체제 정비 등으로 앞으로 내부단속의 필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며, 대외 경색 국면을 통해 주민들의 불만을 무마하는 정책을 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07년 6월에 탈북한 리성옥 씨는 “정부로부터 배급을 기대할 수 없어 대부분 장마당을 통해 먹거리를 마련했다”며 "단속이 너무 심해 물건을 집에 숨겨둔 채 살 사람을 집에 데려와 몰래 팔곤 했다”고 말했습니다.

리 씨는 이어 "지난 98년 '광명성 1호'를 발사했을 당시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지만 이후 먹고 사는 게 더 힘들어져 매일 끼니 걱정 속에 살았다”며 “지금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습니다.

“광명성 1호 발사 당시 ‘북한에서도 과학이 발전해서 우주를 점령해서 발사했구나’ 라고만 생각하지, 그게 ‘미사일’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광명성 2호를 발사했다고 하지만 먹고 사는 게 힘드니깐 불안 속에서 살 겁니다. 아무래도 검열이 잦으니까요. 그냥 오늘 먹고 내일 먹을 것만 있으면 되는 것이지 북한에서 희망이란 것은 없습니다.

리 씨는 그러나 "북한 상황이 어려워져도 대량 탈북 사태가 재발하진 않을 것"이라며 "과거와 달리 국경경비가 허술하지 않고 중국 조선족들도 북한 사람들을 잘도와 주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이우영 교수는 “남북관계 악화로 북한이 강경 정책을 고수하게 되면서 국제사회의 지원이 급격히 줄어들어 북한주민들의 삶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남북관계 악화가 북한 정부의 강경한 대내 정책을 유발했고 이 같은 북한의 강경 조치들이 다시 국제사회의 지원 축소로 이어져, 북한의 인권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설명입니다.

대북 인권단체인`좋은 벗들’의 이승용 국장도 “지난 10년 간 이어져 오던 한국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이 현 정부 들어 중단되면서 북한주민들의 경제 사회적 인권이 더 열악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남북관계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주민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보면 지난 정부보다 이번 새 정부 들어서 북한의 인권지수가 전체적으로 하락했다고 봅니다. 2년 간 수해와 외부 지원이 줄어들면서 식량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경제 사회적 문화적 권리도 어려워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치 시민적 권리도 지난 정부보다 어려워졌습니다.”

이 국장은 또 “북한 당국이 최근의 남북 대결 구도를 이용해 당면한 경제난과 식량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한편, 체제 단속도 강화하고 있어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토론자로 나선 통일연구원 임강택 선임연구위원은 “남북관계 경색이 더 길어질 경우 북한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보다 심화될 것”이라며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시장에서 물자 공급이 감소해 경제적 어려움이 더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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