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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해적 문제, 국제사회 책임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해적 사태가 갈수록 심각한 국제사회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해적들은 닥치는 대로 외국 선박을 납치하면서 엄청난 액수의 몸값을 요구해 인근 해역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납치 수법 또한 훨씬 대담해져 국제사회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소말리아 해적들이 어떻게 오늘날과 같은 통제불능 상태에 이르게 됐는지 그 배경을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문) 최근에는 미국 선박까지 소말리아 해적들의 표적이 됐더군요. 물론 납치됐던 미국 선원들이 선박을 재탈환하는데 성공했지만 선장은 인질로 잡혀 있다고 하네요. 오바마 대통령이 밤잠을 못 이루겠는데요.

답) 예, 미국 선박이 해적에 납치된 것은 2백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니까요, 미국 정부로서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으로 미국 전체가 들끓을 정도로 파장이 컸습니다.

문) 오늘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봤으면 합니다. 소말리아 해적들이 어쩌다가 이렇게 기승을 부리게 됐는지 그 배경이 그래서 더욱 궁금한데요. 왜 이런 상황이 된 겁니까?

답) 한 마디로 대답하기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소말리아 하면 최근에는 '해적'이라는 말이 먼저 떠오르지만, 끝없이 반복되는 내전이 사실 더 오랫동안 알려져 왔지 않습니까? (전쟁에 전염병에 엄청난 인도적 재난이 발생해 왔죠) 바로 그 점입니다. `워낙 문제가 많은 나라니까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라는 국제사회의 인식이 결국 오늘날 해적의 출몰을 야기했다는 지적인데요. 영국왕립국제문제연구소의 로저 미들턴 연구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소말리아인들이 자기들끼리 치열하게 싸우는 것은 내부 문제일 뿐이다, 바깥 세상에는 전혀 영향이 없을 것이다, 이런 안이한 인식이 결국 해적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입니다.

문) 결국 바깥에도 영향을 주고 있으니까요.

답) 맞습니다. 소말리아, 지난 1991년 독재자 시아드 바레가 축출되면서 극심한 내전 상태에 빠지지 않았습니까? 소말리아의 그런 대혼란을 틈타 유럽과 아시아의 일부 국가들이 이득을 취하려고 한 것이 해적 문제의 발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불법조업에 나서고 그곳에 유독성 폐기물을 버리기까지 했습니다. 그 중에는 심지어 핵 폐기물까지 포함돼 있었다고 합니다.

문) 소말리아 국민들이 폭력과 무법 상태 속에서 고통 받는 동안 유럽과 아시아 일부 국가들이 지극히 이기적인 행동을 했다는 얘기군요.

답) 그렇습니다. 내전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소말리아 당국으로서는 해외 국가들의 그런 파렴치한 행위에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국내 문제 해결이 더 시급했을 테니까요) 네. 외국 선박들의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해상경비대를 파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구책으로 생겨난 것이 바로 소말리아 어부들이었습니다. 어부들은 일종의 자경단을 조직해 무기를 갖추고 자기 방어에 나선 것이죠. 자국 영해에 폐기물을 버리는 해외 선박들에 대항하고 불법조업을 하는 외국 어선들에게서 권리금을 받기 시작한 겁니다.

문) 소말리아 어부들 입장에서는 적법한 행위로 볼 수 있겠군요?

답) 거기까지는 소말리아 어부들의 정당방위로 볼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이익이 생긴다는 걸 알게 된 소말리아의 불법조직들이 개입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전혀 다른 상황으로 전개됐습니다. 현재 소말리아 해적들 중에 어부 출신이 별로 없다는 것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는데요. 어업과는 아무 상관없는 이들, 특히 내전에 참여했던 민병대원들이 하나 둘씩 소말리아 인근 해안을 장악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들은 해적 활동을 하면서 여전히 외국 선박들의 불법 활동에 대한 방어 차원이다, 그런 변명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문) 그렇지만 일부 국가들이 빌미를 제공한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는 얘기군요. 소말리아 해적들이 기승을 부리면서 국제사회의 대응 노력도 강화돼 오지 않았습니까?

답) 비단 소말리아 해적 뿐만 아니라 일반 해적을 퇴치하기 위한 국제법 규정은 진작부터 마련돼 있었습니다. 유엔 해양법은 이미1982년에 제정됐는데요. 해양법은 해적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모든 나라들이 공해상 해적들을 처벌할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 규정대로만 하면 되지 않습니까?

답) 그렇지만 여기에도 허점이 있습니다. 소말리아처럼 정부 기능이 마비된 나라들의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또 공해가 아닌 영해 상에서의 해적 행위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이런 문제들이 남습니다. 그리고 국제법 상 모든 국가들은 자국 영해 내의 해적들을 단속하고 처벌할 권리를 갖지만 역시 소말리아 경우와 마찬가지로 많은 나라 정부가 그런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 또한 문제라는 것입니다.

진행자: 유엔과 유럽연합, 북대서양조약기구 등은 이미 소말리아 해적 소탕을 위해 동맹국들과 합동작전에 들어갔는데요. 이번에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소말리아 해적들이 출몰하게 된 배경과 국제사회의 대응 노력 등에 대해 알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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