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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그루지아 주둔 강행


러시아와 그루지아 간 전쟁이 끝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그루지아에서 철수하지 않고 있습니다. 양국 간 휴전협정에는 러시아 군의 철군이 분명히 명시돼 있고 러시아도 이에 동의한 바 있는데요, 러시아는 그러나 철군 약속 이행을 미루면서 오히려 주둔군 전력을 늘리고 있다고 합니다. 백성원 기자와 함께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문:러시아는 지난 해 8월 군사행동에 들어가기 전에도 그루지아의 두 자치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지 않았습니까? 결국 이 지역에서 병력을 빼지 않고 있는 거죠?

답: 그렇습니다. 두 자치공화국은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아 지역인데요. 러시아가 침공하기 전에는 그루지아 관할 하에 있던 곳들입니다. 러시아는 현재 이 지역에 전투용 헬기와 탱크를 주둔시키고 있습니다.

문: 러시아의 그런 행보가 그루지아와의 휴전협정에 분명히 위반된다는 거죠?

답: 예, 휴전협정의 중심 조항은 바로 양국 병력 모두 전쟁이 발발하기 이전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지난 해 8월 7일 이전 상황이 되겠죠? 휴전협정은 이외에도 양측이 전투를 중단하고 외부 구호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명시하고 있는데요. 단, 국제 감시단원들이 도착할 때까지 러시아가 이 지역 치안 유지를 맡을 수 있도록 인정했습니다.

문: 휴전이 이뤄진 뒤에 실제로 많은 러시아 병력이 철수하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긴 합니다. 특히 그루지아의 고속도로와 군 거점 등을 포위하고 있던 대규모 러시아 병력이 그루지아 국경 밖으로 철수했습니다. 또 철군이 이뤄지면서 난민으로 떠돌던 그루지아 주민들이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 올 수 있었구요. 그렇지만 문제는 국제감시단이 상주하는 가운데서도 러시아군이 그루지아에서 완전히 발을 빼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뿐만 아니라 수천 명의 그루지아인들이 여전히 원래 살던 곳으로 귀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사태 정상화를 위해 갈 길이 멀다는 얘깁니다.

문: 러시아 군 병력이 남아 있는 지역이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에 국한돼 있나요?

답: 주로 그렇습니다. 특히 압하지야 외곽의 코도리 지역과 일부 계곡 일대가 대표적인데요. 지난 8월 이전까지 전혀 러시아 군을 찾아 볼 수 없었던 곳들입니다. 이 곳에 마을을 이루고 살던 주민들은 지난 겨울 대부분 피난을 떠났습니다. 러시아 군은 또한 남오세티야의 아칼고리 지역으로 향하는 도로도 점거하고 있구요, 남오세티야 국경 인근의 페레비 지역 검문소들 역시 장악하고 있습니다. 또 그루지아의 고속도로가 내려다 보이는 오르크호사니 마을 인근 역시 영향력 아래 두고 있습니다.

문: 전투가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주요 전략 요충지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군요. 러시아 군이 그 지역들에서 어떤 활동을 벌이고 있는지 궁금하군요. 다소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위세를 드러내고 있는지 말이죠.

답: 소극적인 방어태세라고 말하기에는 삼엄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현지에 파견돼 있는 국제 감시단원들에 따르면 러시아 군은 정찰기와 전투용 헬기를 동원해 공중순찰도 실시한다고 하니까요. 더욱 노골적인 것은 러시아 군이 이미 남오세티야의 수도 츠힌발리와 거점인 아칼고리를 잇는 군사도로 연결도 마쳤다는 점입니다.

문: 엄연한 협정 위반인데, 이에 대해서 러시아는 어떤 입장입니까?

답: 러시아 측은 그루지아의 두 자치구와 따로 맺은 협정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이 협정에서 두 지역을 독립국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루지아와 이전에 맺은 휴전협정과는 상관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상호 조약에 의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군대를 파견한 것이다, 그런 주장입니다.

문: 러시아가 그루지아를 침공했을 때 국제사회가 상당히 강하게 반발했었던 만큼 최근 러시아의 이런 행태를 그냥 보고만 있을 리는 없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답: 물론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이런 행보를 곱지 않은 시각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켜보고만 있나요?) 그런 것만은 아니구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초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서 러시아 군 철수 문제를 다시 한번 분명히 강조했습니다만 별 소득이 없었습니다.

문: 부시 행정부 시절에는 러시아의 공세에 대해 상당히 거세게 항의하지 않았습니까?

답: 그랬었죠.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를 우선적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그루지아 문제에 대해서는 다소 분명치 않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문: 유럽국가들은 어떤 입장입니까?

답: 유럽국가들 역시 러시아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듯 상당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단 전투를 멈춘 것만 해도 다행이다, 또 러시아 군이 다른 지역에서 철수했다는 것만도 성과다, 이렇게 현 상황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이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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