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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개성공단 직원 사흘째 접견 불허


북한이 자신들의 정치체제를 비난했다며 개성공단 내 한국 측 직원을 연행해 조사한 지 오늘(1일)로 사흘째가 됐습니다. 북한은 한국 정부의 거듭된 접견 요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당국에 의해 체제비난 등의 혐의로 연행된 현대아산 직원이 1일로 사흘째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통일부 이종주 부대변인은 기자설명회에서 "피조사자에 대한 접견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조사는 여전히 개성공단 안에 있는 북한 출입국사업부 사무소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부대변인은 "북측은 31일 한국 정부가 보낸 당국 명의의 통지문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혀오지 않고 있다"며 "지난 달 30일 북한 스스로 보내온 통지문 외에는 추가로 알려온 내용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현재까지 북한이 조사 중이라고 밝혀온 우리 측 인원에 대한 접견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어제 우리 정부가 보낸 당국 명의의 통지문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혀오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개성공단관리위원회 등을 통해 현지 상황을 긴밀하게 파악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부대변인은 “개성공단관리위원회 등을 통해 북측에 피조사자의 상태 등을 문의하고 있으나 북측은 ‘인권과 신변안전, 건강 등은 보장한다’는 식의 답변만을 되풀이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부대변인은 “접견권과 변호사 입회권 등은 피조사자의 기본권인 만큼 북한 당국은 필요한 조치를 조속히 취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촉구했습니다.
북한이 한국 정부의 변호권 보장 요구 등을 외면한 채 현대아산 직원 유모 씨에 대한 억류 조사를 사흘째 이어가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습니다.

2004년 체결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는 공단 안에서 남측 인사가 법 질서를 위반했을 경우 북한 당국은 이를 중지시킨 뒤 조사하고 위반 정도에 따라 경고 또는 벌금을 부과하거나 남측 지역으로 추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남북이 합의하는 엄중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쌍방이 별도로 합의해 처리하도록 돼 있습니다. 때문에 북한이 이번 사안을 ‘엄중한 위반 행위’로 규정할 경우 벌금 부과나 추방 등의 조치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남북관계법 전문가인 유욱 변호사는 “북한이 체제에 위협이 되는 행위라고 판단했을 경우 억류된 미국인 여기자들과 마찬가지로 자국의 형법에 따라 이 사건을 처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북한 형법은 북측 영토에서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에게도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엄중한 위반 행위'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남북 간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데다 현재 남북 당국 간 대화가 단절돼 관련 논의를 진행할 위원회가 없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북한법연구회 장명봉 회장은 “남북합의서 12조에 남북이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게 돼 있음에도 몇 년이 지나도록 위원회가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공동위원회가 있었더라면 이 같은 상황에서 신속한 대처와 공동조사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정부는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에 관한 합의서 규정에 따라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혀온 만큼 일단은 남북 간 합의를 지킬 것을 거듭 촉구하면서 북측 입장을 지켜보겠다는 방침입니다. 통일부 이종주 부대변인입니다.

“일단은 북측에 대해서 남북 간 합의를 지킬 것을 거듭해서 촉구하면서 북측의 입장을 지켜보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적인 방침입니다. 북측이 이미 스스로 해당 합의서를 적시를 해왔고, 이 해당 합의가 이미 남북한 간의 합의에 따라 이뤄진 것인 만큼 이 합의에 따른 절차를 준수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와 관련해 한 정부 당국자는 “당국 간 대화 채널이 단절된 상태에서 이번 사건에 대응해 나가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남측 인원의 처벌에 대해 북한이 임의대로 처리할 수 없도록 합의한 만큼 북측이 합의 정신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남측 직원이 북한 당국의 사법 절차를 받을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 될 경우 다른 부분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북한이 무리수를 둘 것으로 보진 않는다”며 “현재 정부는 이 사건의 사실관계가 정확히 규명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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