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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합의 지켜지면 대북 식량 지원 재개


미국 정부는 북한이 식량 지원과 관련한 미-북 간 합의를 이행할 경우 곧바로 세계식량계획 WFP를 통한 식량 지원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식량 지원 재개를 위해서는 북한 당국이 한국어 구사 요원 추가 배치와 북한 내 영양실태 조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진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의 존 브라우스 북한 담당관은 24일 민간 연구단체인 한미경제연구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미국 정부가 지난 해 9월 세계식량계획 WFP를 통한 대북 지원을 중단한 이유는 북한이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라우스 담당관은 특히 북한 전역에서 실시하기로 합의했던 영양 실태 조사를 북한 당국이 허용하지 않은 것이 큰 우려 사항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브라우스 담당관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식량 재개를 결정할 당시 미-북 양측이 체결한 의정서에는 지난 해 10월 북한 전역에서 영양 실태를 조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러나 북한 측은 당시 진행 중이던 인구 조사를 이유로 이를 취소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인구 조사가 끝난 뒤 영양 실태 조사를 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브라우스 담당관은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은 주민들의 ‘필요’에 기초한 것이라며, 북한 내 영양 실태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한지 증명할 방도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영양 실태 조사는 미국의 대북 지원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했는데도 북한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큰 문제가 됐다는 지적입니다.

브라우스 담당관은 북한 당국이 WFP가 배치하는 한국어 구사 요원을 당초 합의한 수만큼 허용하지 않은 것도 식량 지원을 중단한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WFP의 북한 내 요원 59명 중 한국어 구사자가 12명이 돼야 한다고 요구한 반면, 북한 당국은 이미 입국사증을 받은 3명 외에 추가 입국사증 발급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브라우스 담당관은 이어 WFP가 다른 민간단체들보다 분배 모니터링을 하는 데 있어 높은 수준의 방해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측에 의해 현장 방문이 거절되거나 지연 또는 취소되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는 설명입니다.

브라우스 담당관은 북한 당국이 미국의 식량 지원을 거부한 데 대해 크게 실망했다며, 미국 정부는 북한이 미-북 간 합의사항들을 존중한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WFP를 통한 대북 지원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미국의 민간 구호단체인 머시 코어의 폴 마자로위츠 북한 담당 국장은 북한 측의 요구에 따라 이달 말까지 북한에서 철수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마자로위츠 씨는 그러나 북한 측의 철수 요구는 식량 지원 사업에 국한된 것이라며, 머시 코어가 북한에서 오랫동안 벌여온 양어장과 사과묘목 등 사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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