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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 대북 식량지원 중단- 2005년과 비교


북한이 미국 정부의 식량 지원을 거부했다고 미 국무부가 밝힌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이 지난 2005년 미국 정부 등이 대북 식량 지원을 중단했을 당시와 여러 가지 유사점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2005년 이후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의 지원 중단에 어떻게 대처해왔는지, 또 앞으로 북한과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등에 대해 내일까지 두 차례로 나눠 전망해봅니다.

진행자: 지난 2005년에도 북한 당국은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을 거부했었는데요. 그 여파로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이 지난 해까지 2년 반여 동안 중단되지 않았습니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전망해 보기에 앞서, 2005년 이후 상황이 어땠는지 다시 정리를 해보죠.

답: 네, 북한은 지난 2005년 9월,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식량 지원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며 세계식량계획, WFP와 민간단체들의 철수를 요구했습니다. 당시 최수헌 북한 외무성 부상은 9월22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국제사회의 모든 인도적 지원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이 중단된 것도 이 때부터입니다. 미국은 2005년 당초 지원키로 결정한 대북 지원 식량 5만 t 가운데 절반인 2만5천 t을 보내지 않았는데요. 당시 국무부는 현지에서 식량을 받아 분배할 WFP 요원들이 계속 남아 분배 과정을 점검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며, 식량이 굶주린 북한주민들에게 전달될지 최소한의 검증 절차도 없는 상황에서는 식량을 보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당시 상황과 현재 북한이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을 거부한 상황이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 우선 북한 당국의 의도 등을 유추해 볼 때 그 시기와 배경에 유사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 의회조사국, CRS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박사는 북한 당국은 지금까지 연속적으로 같은 행동 양상을 보여왔다며, 이번 일도 그냥 한 번 어쩌다 일어난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외부세계를 향해 문을 약간 연 뒤 이전보다 더 세게 닫고, 외부인의 접근을 더 강하게 차단했다가 시간이 흐르면 또 다시 조금 열고, 또 세게 닫는 일련의 흐름을 보여왔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지난 2005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식량 준다고 우리 문제에 간섭하지 마라, 그럴 바에는 받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이 관영 노동신문을 통해 `제국주의자들이 인도주의 문제를 인권과 결부시키며 정치적 흥정물로 만들고 있다’비난한 것이 그 것입니다.

북한은 2005년에도 식량을 받는 대신 인권 문제 등과 관련해 이런 저런 간섭을 받는 것을 부담으로 여겼다는 분석이 제기됐었습니다. 또한 WFP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분배 감시 요구는 그 전 해인 2004년 미국에서 북한인권법이 통과된 이후 더욱 까다로워졌었는데요. 특히 식량 지원과 인권 문제를 연계시키겠다, 또는 연계시켜야 한다는 입장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다음 달에 인공위성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는데요. 이 같은 정치적 상황과 2005년의 상황도 연관이 있을까요?

답: 북한은 2005년 하반기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을 거부한 데 이어 2006년 7월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당시 북한 당국의 인도주의적 지원 거부가 이를 염두에 둔 치밀한 계획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2005년에 북한 당국이 식량 지원을 거부한 이후 북한의 식량 사정은 어땠습니까?

답: 물론 많이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인권단체와 국제 기구들의 우려가 이어졌습니다. 미국의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는 지난 2006년 5월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식량난의 심각성을 경고하며, 취약계층의 식량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2006년 7월,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뒤에는 더욱 더 북한의 식량 상황이 어려웠습니다. 미국 정부의 식량 지원이 중단된 데다 한국 정부가 WFP를 통한 대북 식량 지원을 중단하고, 중국 또한 전 해의 3분의 1로 줄였기 때문입니다. WFP는 여러 차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식량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북한이 국제사회의 지원 거부를 선언한 배경에는 이전보다는 나아진 식량 상황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도 굶어 죽는 사람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을 전해드렸었는데요.

답: 네, 북한이 춘궁기인 현 시점에 미국 정부의 식량 지원을 거부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당분간은 어느 정도 혼자 힘으로 버틸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있습니다. 지난 해 북한의 추수 상황이 두 해 연속 큰물 피해를 겪었던 과거보다 나아졌기 때문인데요. 또 중국 정부로부터의 도움도 기대하고 있구요.

미국의 민간단체인 외교정책분석연구소의 제임스 쇼프 연구원은 북한의 식량 현황이 분명하지 않은 가운데 생각보다 크게 어렵지 않은 것으로 유추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쇼프 연구원은 북한 당국은 중국 등으로부터의 지원으로 식량 부족분의 일부를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또는 앞으로 식량 사정이 정말로 어려워지면 다시 WFP를 비롯한 국제사회에 손을 내밀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2005년 식량 상황도 예전보다는 나았다는 것인가요?

답: 네, 당시에도 북한은 과거보다 풍년을 기록했습니다. 2003년 수확량은 4백16만 t, 2004년 424만 t 등 9년 만의 대풍을 기록했고, 식량 수급이 이전보다는 안정돼 가는 상황이었습니다. 또 2005년에는 한국과 중국이 각각 50만 t, 15만 t 씩 대규모 지원까지 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자신감으로 WFP와 민간단체들의 지원을 거부했다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 거부 의사를 밝힌 뒤 지난 2005년 10월 1일부터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 조치로 사실상 붕괴됐던 식량배급제를 정상화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은 종합시장에서 곡물 판매를 중지하고, 공공배급소가 식량 배분을 담당토록 했습니다. 당시 북한 주민들에 대한 하루 배급량은 이전의 2배인 500 ~700g 가량으로 늘어났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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