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공산국가 출신 관광객들 북한 방문기


공산국가였던 체코인들의 북한 방문기를 담은 기록영화가 체코 인권영화제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영화 제작자는 북한사회에는 우울함과 억압 같은 것이 짙게 깔려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진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체코 영화 ‘북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의 한 장면을 듣고 계십니다. ‘북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엿새 일정으로 북한을 둘러 본 체코인 관광객들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담은 72분짜리 기록영화 입니다.

평양의 거리와 건축물들, 어린 학생들의 공연을 둘러본 체코 관광객들의 소감이 여과 없이 담겼습니다. 한치의 오차도 없는 것처럼 완벽해 보이는 어린 학생들의 음악 공연을 관람한 한 관광객은 ‘너무 이상하다, 누가 이 공연을 만들었는지 완전 괴물임에 틀림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과거 공산 시절 체코에 대한 일종의 회상이다, 우리도 이런 환경에서 자랐다’고 말하는 관광객도 있습니다.

체코 관광객들은 외부인들에게 허용된 북한의 겉모습 뒤에는 신음하는 북한주민들이 있을 것이라며 어두운 표정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 북한주민들은 풀 같은 것을 주어 먹는 때에, 사치스런 호텔에서 묵으며 여행을 즐기는 자신들이 바보 같다며 손을 내젓는 관광객도 있었습니다.

특히 오랫동안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 생활했던 50-60대 관광객들은 ‘슬프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알면 좋은데 그렇지 못할 경우 끔찍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북한 공산체제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영화 ‘북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올해 29살인 린다 자블론스카 감독이 지난 해 5월 체코 여행단의 일원으로 북한을 방문해 촬영한 것입니다.

자블론스카 감독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해 초 북한 인권 상황을 그린 영화를 보고 탈북자와 직접 얘기를 나눈 것이 영화 제작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에게 북한주민들을 위해 유럽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물었더니, 홍보나 글, 영화 같은 것이 좋겠다는 제안을 해왔다는 설명입니다.

자블론스카 감독은 또한 과거 공산주의 체코와 비슷한 북한을 보는 체코인들이 공산체제에 대한 일종의 향수를 갖고 있지는 않은지도 알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영화는 북한에 관한 영화이자, 공산체제 붕괴 후 20년 간 민주주의 체제에서 살아온 체코인들에 관한 영화라고 자블론스카 감독은 설명했습니다.

자블론스카 감독은 관광객들은 대부분 공산체제가 끝나서 기쁘다고 말했지만 과거 공산체제에 대해 일종의 향수를 느끼는 사람도 없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자블론스카 감독 자신도 어린시절 직접 목격했던 공산체제 하의 체코 모습을 북한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동상이나 기념비 같은 건축물들과, 공동의 책임의식 같은 분위기, 말을 조심하고 다른 사람 얘기를 주의 깊게 드는 등 스스로를 통제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특히 비슷했다고 말했습니다.

자블론스카 감독은 북한에서 영화를 찍기 위해 체코주재 북한대사관에 언론인 비자를 신청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때문에 관광객으로 북한에 가 영화제작을 감행하기로 결심합니다. 제작도구는 관광객들에게 허용된 소형 비디오 카메라와 마이크가 전부였습니다. 그나마 마이크도 카메라와 분리해 눈에 띄지 않게 했다고 자블론스카 감독은 설명했습니다.

자블론스카 감독은 실제로 가서 본 북한사회가 책이나 영화에서 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사회 전반에 일종의 우울함, 억압 같은 것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짙게 깔려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개발도상국가들을 많이 여행해 봤지만 이처럼 우울한 감정을 느껴보지는 못했으며, 이런 감정에서 벗어나는 데 2-3주가 걸렸다는 것입니다.

‘북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최근 체코에서 개봉 됐습니다. 또 지난 11일부터 19일까지는 `하나의 세계 (One world) 란 주제로 열린 체코 인권영화제에도 참가해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