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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 대북 식량 지원 중단- 향후 북한 식량난 악화 전망


이번에는 서지현 기자와 북한 정부가 미국의 식량 지원을 거부한 배경과 앞으로 북한의 식량난 전망 등을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북한 정부가 미국의 식량 지원을 거부함에 따라 이제 WFP외에 민간단체를 통한 지원마저 중단되게 됐는데요, 현재까지 북한에 전달된 식량은 약속된 50만 t 가운데 어느 정도입니까?

답: 네, 지난 1월 말까지 북한에 전달된 미국 정부의 대북 지원 식량은 비정부기구 배분 몫 7만4천5백20t, WFP 배분 몫 9만4천6백70t 등 총 16만9천1백90t입니다. 전체 전달돼야 할 식량 가운데 3분의1만 지원된 것입니다.

진행자: 지원돼야 할 식량의 절반도 못 간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지원이 전면 중단됐는데요. 그런데 사실 실제적인 지원 중단은 WFP를 통한 지원이 멈춘 지난 해 9월부터 아니었습니까. 미국 정부와 북한 당국 간 협상이 언제부터, 어떻게 어긋나게 된 것입니까.

답: 지난 2005년 대북 식량 지원을 중단했던 미국 정부는 지난 해 5월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을 재개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당시 미 국무부는 식량 지원 재개의 이유로 미국이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철저한 모니터링 방법이 도출됐다고 밝혔는데요. 이 모니터링 방법에 대한 미-북 간 협의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07년 하반기부터입니다.

미국 정부는 2007년 8월31일 대북 식량 지원 의사를 처음 밝힌 뒤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 USAID 당국자들을 직접 평양에 보내는 등 북한 당국과 오랜 줄다리기를 거쳤습니다. 이처럼 오랜 협상을 거쳐 이룬 합의가 어긋난 것은 바로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모니터링 요원의 수 때문인데요. 미국 정부는 WFP 전체 요원 59명 중 한국어 구사 요원이 12명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북한 당국은 이미 입국사증을 발급 받은 3명 외에 추가 입국사증을 발급하지 않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양 측의 대립이 반년 동안 이어져 결국 민간단체 지원까지, 미국 정부의 대북 지원이 전면 중단되게 된 것입니다.

진행자: 민간단체를 통한 지원의 경우는 양측이 별 무리 없이 진행해왔지 않습니까. 북한이 끝까지 미국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전면 철수를 요구하는 무리수를 둔 이유가 무엇일까요.

답: 관건은 당초 미국 정부가 식량 재개를 결정할 당시 양측이 체결한 의정서에 한국어 구사 요원의 수가 몇 명으로 합의돼 있었느냐 일 것입니다. 현재 이 의정서의 정확한 내용이 공개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당초 합의를 어긴 것인지, 아니면 미국 정부가 합의서보다 더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인지 판단을 내리기가 힘듭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합의서에는 당초 한국어 구사 요원의 수가 ‘무제한’(Unlimited)으로 규정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보도가 정확하다면 북한이 합의를 어긴 셈이 되는데요.

상식적으로 따져볼 때 10만 t의 분배를 맡은 비정부기구의 경우 전체 요원 16명 가운데 한국어 구사 요원은 37%인 6명인데요.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WFP의 경우 전체 59명의 요원 중에 이미 북한에 입국했던 5%에 불과한 3명만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은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너무도 부족한 수입니다. 중요한 것은 북한 측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한국어 구사 요원을 통해 정확한 식량 분배를 확인하고자 하는 미국의 요구를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진행자: 북한이 미국 정부의 추가 지원을 거부한 이유가 한국어 구사 요원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외에 또 어떤 것이 있을까요.

답: 북한은 미국 정부의 철저한 모니터링 요구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을 수 있습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미-북 간 협정에 포함됐던 영양 조사를 국제요원들이 수행하는 것도 막고, 여러 차례 불시의 식량 분배 조사를 못하게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 같은 내용이 협정에 포함돼 있는데 북한 당국이 막은 것이 확실하다면 분명한 협정 위반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달 말까지 WFP와 민간단체 요원들이 곧바로 철수하게 되는 겁니까. 앞으로 어떻게 될지가 궁금한데요.

답: WFP는 미국 정부의 지원 외에 다른 국제사회의 지원까지 맡고 있기 때문에 전면 철수는 아닙니다. 다만 미국 정부의 지원을 위해 충원했던 인력을 조만간 철수시킬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WFP는 이미 미국 정부의 지원 중단이 지속되자 이달 초 충원 인력과 현지 사무소를 철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민간단체들의 경우 지난 1월 말 지원 받은 분량 등 아직 2만t의 분배를 마치지 못한 상황인데요. 민간단체들의 대표를 맡고 있는 머시 코어의 조이 포텔라 공보국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미 북한에 지원된 식량의 분배를 확실히 할 것이며, 정기적인 식량 분배 확인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쉬운 것은 미 국무부는 WFP 한국어 구사 요원 수를 둘러싼 협상이 타결되지 않자 당초 WFP를 통해 지원키로 했던 식량을 민간단체 몫으로 돌려 대신 배분을 맡기는 방안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현재로서는 북한이 미국의 식량 지원 자체를 거부한다고 밝혀 이 논의의 성사 여부도 불투명합니다.

진행자: 북한의 이번 결정이 최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많은데요, 어떻습니까. 또 앞으로의 미-북 관계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답: 네, 한국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발언이 북한의 이번 식량 지원 거부를 바라보는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의 보편적인 시각을 정확히 대변해주고 있는데요. 현 장관은18일 한-미 키 리졸브 합동군사훈련에 반발하는 북한이 미국의 식량 원조에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해왔다며, 인공위성 발사 계획에 대해 국제사회가 북한을 비난하고 있는 상황에서 식량 거부는 북한이 처한 상황에 대한 하나의 답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음달 초 인공위성 로켓 발사를 공식 발표한 상황에서 미국의 식량 지원마저 거부한 것은 쉽게 말해 ‘식량 해결도 우리가 하겠다, 정치 문제도 간섭 마라’는 북한 측의 강력한 의사 표현으로도 해석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미-북 관계 역시 안개 속입니다. 당초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 재개가 결정됐을 때 미-북 관계에 긍정적인 정치적 영향이 미칠 것이 전망됐는데요. 2년 반 만에 정말 어렵게 성사된 식량 지원이 식량을 받는 쪽에서의 거부로 또 이렇게 중단된 이상, 이 관계 회복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하지만 무엇보다 지금 가장 우려가 되는 게 바로 북한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인데요. 지금 북한은 춘궁기를 겪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 정부의 대규모 지원마저 중단돼 주민들의 식량난 악화가 크게 우려됩니다.

답: 이미 지난해 말부터 WFP는 올 10월까지 북한에 83만6천 t의 곡물이 부족할 것으로 공식 추정했습니다. 굶주리는 북한주민이 전체의 40% 가량인 8백80만 명에 달하며 식량 사정 악화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통일부는 올해 북한의 최소 식량 소요량은 5백48만 t인데 생산량은 4백31만 t에 그쳐 총 1백17만 t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농업 전문가들은 북한이 다급할 경우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식량을 수입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중국의 도움을 받는다 해도 1백만 t 이상의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최대 식량 지원국이었던 한국, 미국의 지원이 전면 중단된 것은 취약계층의 식량 사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북한이 미국 정부의 식량 지원을 거부함으로써 다른 나라들 역시 대북 식량 지원을 꺼리게 될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북한의 이번 지원 거부는 생각보다 더 큰 식량난 악화를 초래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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