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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대형 은행, 서아프리카 부패 정권에 도움 줘'

  • 김연호

세계 주요 은행들이 서아프리카의 부패한 정권들을 돕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서아프리카의 권력자들이 돈을 빼돌리는 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형 은행들이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는 주장인데요, 민간단체 'Global Witness'가 발표한 보고서 내용,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MC: 우선 'Global Witness'에 대해 알아보죠. 어떤 단체입니까?

기자: 영국에 본부를 둔 민간단체인데요, 지난 1993년에 세워졌습니다. 무분별한 자원개발과 분쟁의 뒤에는 부패한 정권이 있다는 게 이 단체의 시각입니다. 그래서 그 고리를 끊기 위해 조사 활동은 물론이고 정치적인 압력을 넣는 운동도 벌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꽤 많은 실적을 거뒀는데요, 지난 1996년 캄보디아의 벌목 산업이 부정부패에 물들었다는 사실을 폭로해서 결국 국제통화기금이 캄보디아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게 한 게 대표적인 예로 꼽힙니다.

MC: 그렇다면 이번 보고서에 이름이 오른 사람이나 기관이 긴장할 수밖에 없겠군요. 먼저 보고서가 지목한 대형 은행들부터 알아볼까요. 어떤 은행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의 시티은행, 영국의 바클레이와 HSBC 은행, 독일의 도이치뱅크를 포함해서 모두 세계적으로 이름난 대형 은행들이 지목됐습니다. 중국의 국영은행이죠, 중국은행과 중국농업은행도 이름이 올라 있습니다.

MC: 이 은행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아프리카의 부패 정권을 도왔다는 건가요?

기자: 주로 정권의 부정한 돈을 맡아준 혐의가 지적됐습니다.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콩고, 기니, 앙골라 이렇게 부패한 정권으로 소문난 나라들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기니의 사례가 그 대표적인 예로 꼽혔는데요, 'Global Witness'의 앤티아 로슨 연구원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테오도로 오비앙 대통령, 30년째 권력을 잡고 있죠. 그의 아들 테오도린 오비앙이 농업부장관을 맡고 있는데, 장관 월급이 4천 달러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월급 수준에 걸맞지 않게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3천5백만 달러 짜리 대저택을 소유하고 있고, 프랑스에서 고급차를 여러 대 사들였습니다. 뭔가 부정한 돈이 묻어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오비앙 장관의 돈을 맡아준 영국의 바클레이 은행이 여기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겁니다. 돈 많은 고객을 유치하는 데만 신경을 쓰고 돈의 성격에 대해서는 제대로 심사를 하지 않았다는 게 'Global Witness'의 지적입니다.

MC: 은행들이 돈세탁을 간접적으로 도왔다는 지적도 보고서에 있던데,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부패한 정권의 돈을 직접 맡아주지는 않았더라도, 이 돈이 움직이는 경로로 활용됐다는 말입니다. 미국의 시티은행이 바로 그런 사례에 해당합니다. 라이베리아의 찰스 테일러 전 대통령이 부정한 방법으로 벌목 사업에 손을 대서 막대한 자금을 모았는데, 이 돈을 맡은 라이베리아의 은행이 시티은행을 통해 해외로 자금을 빼돌렸다는 겁니다. 이 돈으로 해외에서 사들인 무기가 라이베리아 내전에 쓰였구요. 무분별한 자원 개발과 부패 정권, 그리고 분쟁이 얽혀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MC: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형 은행들이 이런 부정에 연루됐다면 파장이 클 텐데, 은행들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보고서에서 거론된 은행들에 'Global Witness'가 서한을 보내서 부패 정권들과 어떤 관계인지 해명하라고 요구했는데요,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고 합니다.

로슨 연구원은 답장이 오기는 했지만, 고객에 관한 정보는 비밀이기 때문에 해명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말만 있었다는 겁니다. 영국 바클레이 은행은 별도로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관련법과 규제 사항들을 모두 지키고 있고 은행 자체적으로도 돈세탁을 막기 위한 장치를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MC: 사실 전세계적으로 금융 위기가 나타나면서 은행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죠. 이런 때 마침 이런 보고서가 나와서 흥미롭군요.

기자: 'Global Witness'도 은행 규제를 강화해서 부정한 돈이 국제적으로 흘러다니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세계 금융 위기의 해법을 찾기 위한 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다음달 초에 열리죠. 이 회의에서 경기부양책 뿐만 아니라 세계를 휩쓸고 있는 금융 위기의 진원지, 은행들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MC: 이번 보고서가 앞으로 어떤 파장을 낳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김연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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