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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남북관계 볼모로 변화


북한 당국의 느닷없는 조치에 따라 개성공단 내 한국 인력의 출입이 불가능해지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은 출범 당시만 해도 남북 경협의 상징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북한 측의 예측불가능한 조치가 잇따르면서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와 함께 개성공단의 현주소를 알아봅니다.

진행자) 최 기자, 개성공단은 10년 전 출범할 때만 해도 남북 화해와 협력을 위한 ‘옥동자’라를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요, 요즘 보면 개성공단이 거꾸로 남북관계의 ‘볼모’가 돼 가는 느낌입니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압박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답) 그렇습니다.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 당국의 압박은 지난 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북한은 개성공단의 남북교류협력협의 사무소에서 일하던 남측 당국자 11명에 대해 퇴거 조치를 내렸습니다. 이어 지난 해 11월에는 북한 국방위원회 소속 김영철 중장이 개성공단을 방문해 실태조사를 벌인 데 이어 12월1일에는 육로 통행을 제한하고 개성공단 상주 인원을 대폭 줄이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진행자) 지난 해 3월이면 한국에서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출범한 때와 비슷한 시기인데요. 북한이 처음부터 대남 압박에 개성공단을 활용할 의도가 있었다고 봐야 할까요?

답) 꼭 그렇게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북한은 오히려 처음에는 개성공단을 좀 발전시키려 했는데, 남북 간에 정치적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개성공단을 겨냥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해 3월 한국의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북 핵 문제에 진전이 없으면 개성공단을 확대하기 어렵다”고 하자 이 발언을 비난하면서 개성공단에 상주하던 남측 인원들을 추방시켰는데요.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북한이 당초 개성공단을 확대, 발전시킬 의도가 있었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합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북한은 왜 자신들에게 득이 되는 개성공단을 자꾸 압박하는 것일까요?

답) 그 대답은 개성공단 그 자체보다 남북관계 전반에서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해 2월 한국에서는 대북 햇볕정책을 펴온 노무현 정부가 물러나고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지 않았습니까. 북한 당국은 내심 이명박 대통령이 들어서더라도 전임자들의 햇볕정책을 이어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서울에서 자신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이런저런 발언들이 계속되자 실망한 나머지 개성공단을 압박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북한 당국의 발언을 자세히 살펴보면 평양 내부에도 개성공단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이 존재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답) 그런 것 같습니다. 개성공단을 담당하는 북한의 중앙특구개발총국은 지난해 말 공단 내 한국 기업들에 북측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인상과 임금체불에 대한 벌금 부과 방침을 통보했는데요, 이는 개성공단을 유지해 보다 많은 외화를 벌어드리려는 의도를 보여준 것이란 분석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인민군 총참모부는 최근 일방적으로 군 통신선을 끊어 개성공단을 마비시켰었는데요. 이는 북한 내부에 개성공단을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는 견해와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개성공단이 북한경제에 어느 정도나 기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까?
답)현재 개성공단에는 98개 한국 기업이 입주해 있습니다. 이들은 북한의 노동자 3만5천 명을 고용해 한 달에 2천만 달러 어치의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요, 북한은 이 공단에서 한 해에 2천5백만 달러가 넘는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노동자 한 사람이 자기 가족 3명을 먹여 살린다고 할 때, 개성공단은 북한주민 14만 명을 먹여 살리고 있는 셈입니다.

진행자)고용 효과 뿐 아니라 북한이 앞으로 경제를 발전시킬 때도 개성공단이 좋은 참고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런데 북한이 개성공단을 자꾸 압박하면 외국의 투자를 유치하는데도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요?

답) 그럴 공산이 큽니다. 북한은 오는 2012년을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로 정하고 최근 유럽과 중동 등에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요. 그런데 북한이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내 한국 기업들의 활동을 제약하는 조치를 계속할 경우 한국 뿐 아니라 외국 기업들도 대북 투자를 재고하거나 포기할 공산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남한은 같은 민족이니까 개성공단에 투자하지만 외국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북한처럼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나라에 굳이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지요.

진행자)개성공단은 경제 면에서 뿐아니라 남북한이 ‘작은 통일’을 실험해 본다는 뜻에서도 의미가 큰데요. 북한이 이 점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군요. 최원기 기자와 함께 개성공단의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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