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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한인 작가 재니스 리 소설 ‘피아노 선생’ 미국서 인기


미국 내 문화계 소식을 전해 드리는 ‘문화의 향기’ 시간입니다. 한인 작가 재니스 리 (Janice Lee) 씨가 쓴 영문 소설이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제목이 ‘피아노 선생’이란 뜻의 ‘The Piano Teacher’인데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홍콩을 배경으로 한 일종의 역사 소설입니다. 여기 부지영 기자 나와 있는데요. 부지영 기자, 안녕하세요? 재니스 리 씨의 소설 ‘피아노 선생’을 갖고 나오셨는데, 책 표지가 상당히 고급스럽고 예쁘네요. 금발 머리 여성의 뒷모습인데요. 작은 액자를 손에 들고 액자 속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이군요. 그런데 이 금발 여성에게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걸까 궁금증을 자아내는데요?

(부) 네. 책 표지에서부터 마음을 끄는 뭔가가 있죠? 그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요즘 이 소설이 미국 독자들 사이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뉴욕 타임즈 신문이 선정한 베스트 셀러, 그러니까 잘 팔리는 소설 순위에서 16위까지 올라갔거든요.

(엠씨) 뉴욕 타임즈 신문 베스트 셀러 순위에 올랐으면 대단한 거죠? 어떤 내용의 소설인지 점점 더 궁금해 지는데요. 어서 내용부터 소개해주시죠.

(부) 네, 재니스 리 씨의 소설 ‘피아노 선생’, 그 이야기 속으로 한 번 들어가 볼까요?

“클레어는 어두컴컴한 집안과 매사에 불만인 어머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마틴의 결혼 신청을 받아들였다. 어머니의 악담은 나이가 들수록 심해지는 듯했고, 보험회사에서 서류를 정리하는 일도 따분하던 참이었다. 마틴은 40대로 클레어 보다 훨씬 나이가 많았고, 여자와 잘 된 적이 한번도 없었다. 마틴이 처음 클레어에게 입을 맞췄을 때, 클레어는 입을 닦아내고 싶은 충동을 억눌러야 했다. 마틴은 마치 소처럼 느렸고 안정적이었다. 그리고 친절했다. 클레어는 그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점에 감사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인 1952년 홍콩, 영국 여성 클레어는 홍콩 갑부 첸 씨의 딸에게 피아노를 가르칩니다. 클레어는 결혼한 지 얼마 안된 신혼주부인데요. 별다른 애정 없이 결혼한 남편을 따라 9달 전 홍콩에 도착했습니다. 클레어는 피아노를 가르치러 첸 씨 집에 드나들면서 운전기사로 일하는 윌 트루스데일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보다 10여년 앞선1941년……

“얘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영사관 모임에서 만난 그 여자의 경쾌한 목소리. 엎질러진 술. 젖은 드레스와 급히 내민 손수건. 그 여자는 퉁퉁하고 떠들썩한 상류사회 여자들 틈에서 마치 날씬한 사냥개 같았다. 윌은 그 여자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종류의 여자들은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영국인 윌 트루스데일은 중국인 갑부와 포르투갈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트루디 량을 만나게 됩니다. 처음에 윌은 트루디에게 거부감을 느끼지만 곧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요. 제2차 세계대전이 확대되고 일본 군이 홍콩에 들어오면서 두 사람의 사랑은 위기에 처합니다.

한인 작가 재니스 리 씨의 소설 ‘피아노 선생’은 이렇게 윌과 클레어, 윌과 트루디의 얘기가 교대로 전개됩니다. 홍콩에서의 삶은 클레어를 크게 변화시키는데요. 얼핏 보기에는 피아노 선생인 클레어가 주인공 같지만 사실 소설을 끌어가는 인물은 윌과 트루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는 전쟁이란 위기상황을 배경으로 이들의 사랑과 갈등, 그리고 배신의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작가 재니스 리 씨는 5년에 걸친 작업 끝에 첫 소설인 ‘피아노 선생’을 완성했는데요.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얘기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본인도 잘 몰랐다고 합니다.

//재니스 리 씨//
“처음에는 아무 것도 몰랐어요. 등장인물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도 잘 몰랐죠. 원래는 영국인 피아노 선생과 중국인 학생에 관한 단편소설로 시작했거든요. 윌과 트루디가 등장할 줄도 몰랐고, 전쟁을 배경으로 하게 될 줄도 몰랐어요. 소설을 쓰다 보니 그렇게 된 거죠. 트루디에게 어떤 일이 생기는 지도 몰랐는데요. 뭔가 끔찍한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일인가는 몰랐어요. 그냥 앉아서 소설을 쓰다 보니 등장인물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얘기를 끌어나간 겁니다.”

재니스 리 씨는 실제로 홍콩에서 살았던 미국 여성을 참고해, 트루디란 인물을 창조했습니다.

//재니스 리 씨//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에밀리 한이란 여성이 홍콩에 살았어요. 인습타파적인 대단한 여자였죠. 영국 정보관리와 관계를 갖고, 그 사이에서 사생아까지 낳았으니까요. 당시 홍콩 사회에서 큰 화제였죠. 트루디의 경우, 에밀리 한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에밀리 한과는 또 다르죠. 하지만 당시 시대적 상황, 당시 사회에 관한 아이디어를 거기서 얻었습니다. 트루디가 속한 사회는 바로 에밀리 한이 속한 사회였고요. 홍콩에 그런 사회가 존재했다는 걸 나중에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됐죠.”

재니스 리 씨는 과거 홍콩에 거주했던 사람들의 회고록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당시 시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재니스 리 씨//
“그리고 1940년대나 1950년대에 관한 뉴스나 영화를 유심히 듣고 보기 시작했어요. 당시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어떤 옷을 입었는지, 어떤 가구를 갖고 있는지 몰랐으니까요. 1940년대나 1950년대에 관한 게 나오면 잘 기억해 뒀다가 소설에서 묘사했죠.”

작가 재니스 리 씨는 홍콩에서 태어나 자란 뒤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녔고요. 잡지사 편집인으로 일하다 그만 두고, 남편의 사업 때문에 다시 홍콩에 돌아가 살고 있는데요. 홍콩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스스로 한국계 미국인이란 생각이 더 강합니다.

하지만 재니스 리 씨의 소설은 다른 한인 작가들 작품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요. 한인 작가들이 대부분 미국에서 자라는 한인들의 정체성 고민이나 이민 가정의 갈등을 다루는데 비해 재니스 리 씨의 소설은 배경이 홍콩일 뿐만 아니라, 한인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재니스 리 씨//
“20대에는 한인에 관한 글을 많이 썼어요. 하지만 작가로서 가족이나 친구들에 관한 얘기, 개인적인 얘기는 잘 안 쓰려고 하는 편이에요. 아마 나중에는 한인이 등장하는 소설을 쓰게 되겠죠. 하지만 이번 소설은 일단 완성했다는 것 만으로 너무 만족하고요. 제가 한인이란 사실을 늘 자각하고 있으니까, 결국에는 한인에 관한 소설을 쓰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소설에는 한인이 등장할 자리가 없었는데요. 사실 제 첫 소설인데 한인이 나오지 않아서 좀 섭섭하기도 합니다.”

재니스 리 씨는 소설의 시대적, 역사적 배경이 흥미롭기 때문에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 같다고 말했는데요. 월스트릿 저널과 뉴욕 타임즈 신문, 피플 지 등에 호평이 실리는 등 비평가들로부터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습니다. 현지 홍콩에서도 영문판이 나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요. 곧 한국어와 중국어 등 22개 언어로 번역돼 나올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새 영화 소개 순서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영화는 제목이 ‘코랄라인’인데요. 주인공 소녀 이름이라고 하네요. 영화 ‘코랄라인’은 스톱 모션 기법, 그러니까 정지 동작 기법으로 촬영했는데요. 정지 동작 기법이란 인형의 움직임을 한 동작, 한 동작씩 따로 찍어서 잇는 기법을 말하죠. 정지 동작 기법으로 만든 새 영화 ‘코랄라인’, 어떤 영화인지, 김현진 기자, 소개 부탁합니다.

부모님과 함께 새 집으로 이사온 코랄라인 존스…… 뭔가 신나는 일이 없을까 궁리하는데요. 엄마, 아빠는 각자 일에 바쁜 나머지, 코랄라인과 놀아줄 시간이 없습니다. 혼자 쓸쓸히 지내던 코랄라인……. 어느 날 벽 속에 숨겨진 비밀 통로를 발견하고요. 쥐를 따라 통로에 들어갔다가 별난 세계를 발견합니다. 그 곳에는 코랄라인이 사는 집과 똑 같은 집이 있었는데요. 하지만 뭔가가 달랐습니다. 차갑고 무심한 분위기가 아니라, 아주 따뜻하고 사랑이 넘칩니다.

그 곳에는 코랄라인의 엄마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었는데요. 코랄라인의 진짜 엄마와는 딴판으로 성격도 활기차고, 요리 솜씨도 뛰어납니다. 하지만 코랄라인은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충격을 받는데요.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동그마니 단추가 달려있었던 겁니다. 마치 인형의 얼굴처럼 말이죠.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단추가 달려있다는 점만 빼면, 또 다른 부모는 코랄라인이 바라는 모든 걸 갖추고 있었습니다. 비밀 통로 건너 편에 있는 또 다른 집, 이 집은 바로 코랄라인 꿈꿔왔던 완벽한 가정인데요.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란 사실을 코랄라인은 깨닫게 되는데요. 아름답기만 한 겉모습 뒤에 무서운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던 겁니다.

영화 ‘코랄라인’은 닐 게이만 씨가 쓴 동화가 원작인데요. 주인공 코랄라인의 목소리를 맡았던 아역 배우 다코다 패닝 씨는 원작 동화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고 합니다.

패닝 양은 연기를 하면서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해야 했다고 하는데요. 앞에 아무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누가 있는 것처럼 연기해야 했다는 겁니다. 패닝 양은 상상력이 풍부해야 한다며, 바로 그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습니다. 영화 ‘코랄라인’은 바로 상상력과 환상세계에 관한 영화란 거죠.

영화 ‘코랄라인’을 연출한 헨리 셀릭 감독은 앞서 ‘크리스마스 전의 악몽’이란 영화를 만든 사람인데요. 원작 동화를 토대로 ‘코랄라인’의 극본을 직접 썼습니다. 셀릭 감독은 완벽한 가정이란 없다며, 바로 그 점이 영화에 담긴 교훈이라고 설명합니다.

셀릭 감독은 원작 동화에 나오는 것처럼 결코 완벽하지 않은 가정을 만들려고 했는데요. 곧잘 화를 내는 엄마에 무능력한 아빠라면 누구든 더 나은 삶을 꿈꿀 거란 겁니다. 코랄라인은 자신이 그려왔던 이상적인 가정을 비밀 통로 저 편에서 발견하는데요. 결국 부족한 점이 많더라도 진짜 가족이 더 소중하고요. 자신을 정말로 사랑해주는 사람은 진짜 엄마, 아빠란 걸 깨닫게 된다는 겁니다.

셀릭 감독의 영화는 대부분 분위기가 어두운데요. 앞서 나온 ‘크리스마스 전의 악몽’이나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 역시 분위기가 어두웠습니다. 원작 동화 ‘코랄라인’을 쓴 작가 닐 게이만 씨는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셀릭 감독이 적임자였다고 말합니다.

게이만 씨는 어두운 분위기를 좋아한다고 말했는데요. 어두운 데 들어가면 밝은 곳을 좀 더 확실히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코랄라인 얘기에서 중요한 점은 얘기가 점점 무서워진다는 점이 아니라, 한 소녀가 점점 용감해지고 똑똑해진다는 점이라고 게이만 씨는 설명했는데요. 코랄라인은 평범한 소녀인데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악에 맞서고, 결국 승리를 거둔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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