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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의원 선거, 남북 교류협력 주도층 대폭 물갈이


북한 정부가 지난 8일 실시한 12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결과 현 지도부 인사들이 대부분 대의원 직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 권력구도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전임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 간 교류협력을 주도했던 인사들은 대폭 물갈이 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지난 9일 저녁 조선중앙 TV를 통해 제12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6백87 명의 대의원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대의원 당선자들의 면면에서 드러난 두드러진 특징은 예년보다 젊은층의 진출이 부진했고 군 원로를 비롯한 기존 인물들이 대부분 대의원 직을 유지했다는 점입니다.

북한은 이번 선거를 통해 전체 대의원 6백87명 중 약 46%인 3백22명을 새로운 인물로 교체했습니다.

이번 교체율은 지난 1998년 제 10기 선거 때의 64%, 또 2003년 제11기 선거 때의 50%보다 낮은 것입니다.

실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당, 군, 정 핵심 측근들은 그대로 자리를 지켰습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등 이른바 북한의 주요 간부들이 대의원 명단에 다시 포함됐습니다.

또 신임 인민무력부장인 김영춘 차수와 총참모장인 리영호 대장, 현철해 총정치국 상무부국장 등이 당선됐습니다. 특히 최근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오른 오극렬 대장은 9선을 기록했습니다.

대미 외교를 이끌고 있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김계관 부상 겸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 그리고 신선호 유엔주재 대사 등 북한 외교의 핵심들도 대의원에 재선되거나 새로 뽑혔습니다.

고려대학교 유호열 교수는 "대의원 선거 결과를 볼 때 북한은 급격한 세대 교체보다는 김정일 위원장의 체제를 강화하고 앞으로 있을 후계구도를 위한 정치적 기반을 다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2012년 목표 시한으로 해서 강성대국을 건설하는 데 시기적으로 이번에 최고인민회의에 선출된 이들이 할 수 밖에 없으니깐 결국은 정치적인 기반을 만드는 데 이번 대의원들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선군정치 다시 말해 군의 역할이 그만큼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입니다. "

안보전략연구소 홍관희 소장은 "북한이 현재 미사일 시험발사나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황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내부결속 차원에서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대남 분야에선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안경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 리종혁 통일전선부 부부장 등 낯익은 인물들 대부분이 대의원 직을 유지했습니다.

최근 후계자설로 관심을 모았던 김 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운은 대의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김정운 뿐만 아니라 큰아들인 김정남과 차남인 김정철의 이름도 명단에서 빠졌습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라는 자리는 노동당과 국방위원회의 요직에 비하면 실제적인 권력이 없는 자리이므로 굳이 대의원에 이름을 올릴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선례를 봐도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경우 1974년 후계자로 내정됐지만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이름을 올린 것은 8년 뒤인 1982년 7기 선거 때였습니다.

서강대학교 안찬일 교수는 "상징적인 자리에 불과한 대의원 직을 후계자에게 줌으로써 북한의 후계체제가 공식화됐다는 것을 대내외에 알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정운에게 대의원을 주게 된다면 그 사람이 후계자로 지목된다는 것을 결국 대내외에 천명하는 결과가 되므로 북한으로선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후계 문제를 아직 공공연히 내놓을 만한 처지가 못 되다 보니깐 굳이 그 자리를 줄 필요가 대내외에 알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주지 않았다고 보면 됩니다."

한편 한국의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 교류협력을 주도했던 사람들은 대폭 물갈이됐습니다.

먼저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북측 주역이었던 최승철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과 남북 경협의 북측 책임자였던 정운업 민족경제협력연합회장이 이번 대의원 명단에서 빠졌습니다.

남북장관급 회담의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북한 내에 강경파들이 목소리가 커지면서 최승철 부부장 같은 대화파들의 입지가 축소됐을 것"이라며 "이는 남북관계의 경색이 가져온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남한의 국회의원 총선거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마무리됨에 따라 북한은 다음 달 첫 회의를 열고 김정일 위원장을 국방위원장에 재추대하면서 김정일 3기 체제의 출범을 알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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