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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은행업계, 세계경제 위기에 직격탄


고객의 비밀에 대한 철저한 보호를 자산으로 번성해 온 스위스의 은행업계가 전세계 경제 위기의 여파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특히 비밀주의를 철칙으로 내세우고 세계 각지 부유층의 조세 피난처 역할을 했던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의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는데요,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스위스 하면 조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시계가 우선 떠오르고 또 은행으로도 유명하지 않습니까? 부자들의 비밀금고다, 그런 인식이 있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디트로이트 하면 자동차, 실리콘 밸리 하면 컴퓨터가 떠오르는 것 이상으로 스위스와 은행을 따로 떼어놓기 힘듭니다. 스위스의 은행업은 국가 전체의 운명과 직결돼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 스위스 은행이 요즘 안팎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지요?

기자: 진퇴양난에 빠져 있습니다. 우선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가 미국 납세자들의 탈세를 도왔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스위스에 자산을 예치하면 국세청에 파악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 부유층이 이 곳을 금고처럼 이용하고 있는데요. 그 점을 이용해 UBS가 유치한 미국 부유층의 자산이 2백억 달러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금융위기로 인해서 미국경제도 현재 상당히 좋지 않고, 따라서 미국 정부가 세금을 걷기가 힘든 상황인 만큼 이렇게 세원이 유출되는 걸 보고만 있지는 않겠지요.

기자: 미국 법무부가 그래서 칼을 빼 들었습니다. UBS가 미국 부유층들의 조세 피난처 역할을 자임해 왔다며 형사기소 방침을 밝힌 것입니다. UBS는 기소를 면하기 위해서 2백50명의 고객 명단을 미국 정부에 제출하기로 합의했구요. 이에 앞서 UBS는 또 미국인들의 탈세를 방조한 혐의로 미 정부에 7억8천만 달러의 벌금을 물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비밀이 보장되니까 '검은 돈'을 맡긴 것인데 명단을 외부로 넘긴다면 고객들도 가만히 있지 않겠군요.

기자: 물론입니다. 고객들도 그 점을 이유로 들어 UB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요구를 들어주느냐, 고객들과의 신의를 지키느냐 사이에서 고민하는 동안 은행 명성만 자꾸 훼손되고 있는 것이죠. 어쨌든 조세피난처의 원조 격인 스위스의 비밀계좌 신화가 위태롭게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UBS의 비밀주의가 흔들린다면 고객들이 너도나도 돈을 인출할 가능성도 있겠죠?

기자: 그 점이 UBS의 고민거리입니다. 지난 해 은행에서 고객들이 인출해 간 돈이 1천50억 달러에 이릅니다. 전체 예치금의 8%가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엄청나군요) 결국 예치 자금이 2007년 말 2조 달러에서 2008년에는 1조4천억 달러로 줄었구요. 뿐만 아니라 UBS는 지난 해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이른바 `서브 프라임' 위기로 5백3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거든요. 자금 압박이 심하다는 얘깁니다.

진행자: 주가도 많이 떨어졌다면서요?

진행자: 지난 해 4월만 해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UBS 주식은 주당 35달러에서 36달러 선에 거래됐습니다. 그런데 바로 엊그제 거래 가격을 보면 주당 8달러 35센트로 크게 떨어졌습니다.

진행자: 4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군요. 자, 스위스 경제에서 금융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는데 어느 정도나 됩니까?

기자: 뉴욕타임스 신문에 실린 관련 기사를 보면 UBS의 총 자산은 2조 달러 규모인데요, 스위스 국내총생산의 4 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스위스 은행 전체 자산은 국내총생산의 6.8배라고 하구요. 또 금융 부문이 국내총생산의 12.5%라고 합니다. 유럽연합 국가들이 5%, 미국이 8.5% 수준이니까 스위스 전체 경제에서 금융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할만 하지요.

진행자: 은행들이 고전하면 그만큼 스위스 경제에 파급효과가 크겠군요.

기자: 스위스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스위스 경제는 매년 3% 정도 성장했는데요. 2008년 4분기에는 마이너스 0.6%로 떨어졌습니다. 물론 UBS가 겪고 있는 악재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앞서 스위스가 조세피난처의 원조라고 얘기했는데요. 스위스 은행들만 부자들의 비밀금고로 이용되는 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스위스 정치인들이 적극 내세우는 사실이기도 한데요. 스위스만 손가락질 하지 말라는 거죠. 가령 영국 부유층들도 카리브해나 영국 해협의 채널제도 연안국가들을 조세피난처로 이용하는 데 왜 스위스만 나무라느냐는 불만입니다. 물론 스위스가 논쟁의 중심에 있긴 하지만 비밀보장 제도를 악용해서 탈세와 자금세탁이 횡행하는 곳은 여러 곳이 있습니다. 특히 악명 높은 리히텐슈타인, 안도라, 모나코를 비롯해서요, 바하마, 버뮤다, 게이맨 제도 등이 꼽힙니다.

진행자: 이중잣대를 들이대지 말란 얘기군요. 지금까지 전세계 경제위기의 여파로 스위스의 은행업이 흔들리고 있다고 소식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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