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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기후변화로 인한 이주사례 늘어


미국 내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김정우 기자 나와있습니다.


(문) 전세계 사람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문제로는, 핵무기 확산이나, 전쟁 그리고 경제 문제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 중에 하나로는 역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가 아닐 수 없겠는데요? 미국에서는 최근 이 기후변화를 피해서 거주지를 옮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면서요?

(답) 그렇습니다. 미국의 일간 신문이죠, '워싱턴 포스트'지는 미국 내에서 기후변화 때문에 삶의 터전을 옮기는 사람들의 기사를 실어 화제입니다.

(문) 기후변화 때문에 거주지를 옮기는 것은,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자연 재해를 피하겠다는 목적이 가장 많겠죠?

(답) 물론 그렇습니다. 가령 지난 2005년에, 열대성 태풍이죠.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 엄청난 피해를 입힌 뒤에, 이 지역 주민들이 허리케인을 피해서, 인접 지역인 텍사스 주로 대거 이동한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겠죠? 하지만, 이렇게 자연재해를 피하려고 거주지를 옮기는 것 외에, 기후변화에 대한 국가의 정책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경친화적인 나라로 이민을 가려는 미국인들도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전했습니다.

(문) 기후변화 때문에 생기는 사람들의 이주 현상을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환경이란 뜻을 가진, 영어 접두어 '에코'(echo)와 이주를 뜻하는 영어 단어, '이미그레이션'(immigration)을 결합해, '에코미그레인션'(ecomigration)으로 부르기도 하더군요?

(답) 그렇습니다. 이 '에코미그레이션'(ecomigration)은 기후변화로 인해, 거주환경이 나빠지거나, 아니면 아예 거주지가 없어질 경우, 해당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살던 곳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령, 해수면이 상승해서, 나라 전체가 물에 잠기는 경우, 물이 닿지 않는 높은 곳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 이에 가장 대표적인 예가 되겠죠?

(문) 미국도 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는 지역에서 예외는 아닐 텐데, 미국에서도 20세기에 들어서 대규모의 '에코미그레이션' 현상이 발생한 적이 있었죠?

(답) 그렇습니다. 바로 1930년대, 곡창지대인 미국 중부를 휩쓸었던, 영어로는 'Dust Bowl', 즉 모래폭풍 때문에 대규모 이주사태가 벌어진 바 있습니다.

(문) 모래폭풍이라고 하면, 봄철만 되면 한반도에 찾아 드는 황사 현상을 떠올리면 될까요?

(답) 모래폭풍은 이 황사보다 더 강력한 폭풍입니다. 미국 대평원 지역에는 토양 침식과 장기간의 가뭄으로 대략 1930년부터 1936년까지 이 모래폭풍이 밀어 닥쳤습니다.

(문) 모래를 동반한 강력한 폭풍이라면, 대평원 지역에 큰 피해를 입혔겠군요?

(답) 그렇습니다. 이 모래폭풍으로 입은 피해 중에서 역시 눈에 띄는 것은 대평원에 살던 사람들의 대규모 이주입니다. 이 모래폭풍으로 미국 역사상 단기간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거주지를 떠나게 됩니다. 모래폭풍이 밀어 닥친 1930년부터 1940년까지, 대략 2백 5십만 명이 대평원 지역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게 되는데요, 그 중에서 약 2십만 명은 캘리포니아 주를 새 정착지로 삼았다고 하는군요. 이렇게 모래폭풍을 피해 사람들이 떠난 후에 남은 농장과 집들이 오랫동안 방치되기도 했다는군요. 보통 기독교의 구약성경에서 이스라엘 민족이 노예 살이 하던 이집트를 떠나 팔레스타인 땅으로 들어간 것을 '엑소더스'라고도 부르는데요, 20세기판 '엑소더스'가 바로 이 미국에서 벌어진 거죠?

(문) 그런데 이런 자연재해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의 환경정책을 검토하고,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미국인들이 있다면서요?

(답) 그렇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기사에서 뉴질랜드로 이민을 결정한 올해 38살의 아담 피어 씨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피어 씨는 최근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 카운티에 있는 집과 재산을 모두 처분하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문) 피어 씨가 뉴질랜드에서 살기로 결정한 이유가 뭔가요?

(답) 한마디로 기후변화 때문에 미국에서 사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피어 씨는 미 항공우주국에서 컴퓨터 보안전문가로 일하고 있는데요, 지난 7년 전부터, 이 기후변화에 대한 위험성을 깨닫고,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보다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어딘가를 조사하기 시작했답니다.

(문) 기사를 보니까 피어 씨, 이민할 나라를 찾기 위해서 아주 치밀한 조사를 했더군요?

(답) 그렇습니다. 피어 씨, 이민을 갈만한 나라들을 뽑은 뒤에, 이 나라들이 향후 100년간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면밀하게 연구했답니다. 구체적으로 각국의 환경정책 그리고 자연자원 활용 현황 그리고 기후변화가 닥쳐 올 때, 얼마나 안전할 것인가를 검토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피어 씨, 새로운 보금자리로 뉴질랜드를 선택한 것이죠? 피어 씨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적절한 질의 삶을 제공할 수 있고, 훌륭한 환경정책을 펼치고 있고요, 자연자원을 둘러싼 분쟁에서도 한걸음 물러나 있으면서, 자연환경 자체가 기후변화에 비교적 덜 영향을 받는다고 판단했다는 군요.

(문) 뉴질랜드의 친환경정책은 전세계적으로 이미 정평이 나있죠?

(답) 그렇습니다. 뉴질랜드 노동부의 조사에 따르면, 숙련 기술을 가지고 뉴질랜드로 이주하는 이민자들의 절반 이상이, 뉴질랜드로 이주하는 이유로 온화하고 깨끗한 자연과, 뉴질랜드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들었다고 하는군요.

(문) 그런데 모든 사람이 기후변화를 피해서 외국으로 갈 수는 없을 것이고, 이를 위해서 미국 안에서 이동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지 않나요?

(답) 그렇습니다. 좀 전에 말씀 드렸듯이, 지난 2005년 미국 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이 열대성 폭풍을 피하기 위해서, 미국 남부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25년 전에 미국 미시간주에서 따뜻한 태양을 찾아, 플로리다 주로 이주한 토마스 호프 씨는 최근 고향인 미시간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호프 씨는 매번 엄습하는 허리케인을 피하기에 진절머리가 났다며, 폭풍보다는 눈이 내리는 것이 훨씬 낫다고 했다는 군요. 미국 영화 중에 'the day after tomorrow'란 영화가 있죠? 이 영화는 기후변화로 전세계의 대부분이 얼음으로 뒤덮인다는 그런 내용인데요, 호프 씨는 이런 영화 속 상황이 실제 상황이 될 날이 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기도 했다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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