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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발사체 인공위성 주장 배경과 진위 논란


북한이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발사를 준비 중인 장거리 발사체에 대해 미사일이 아닌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그 같은 주장의 배경과 진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북한의 주장 내용부터 전해주시죠?

이: 네, 북한은 인공위성을 발사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24일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 아나운서가 전한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의 담화 내용을 직접 들어 보시죠.

"현재 시험통신위성인 광명성 2호를 운반로켓인 은하-2호로 쏘아 올리기 위한 준비 사업이 함경북도 화대군에 있는 동해 위성발사장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면서 이 위성이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북한의 우주과학 기술은 경제강국을 향한 또 하나의 큰 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해 왔는데요, 북한이 이처럼 인공위성 발사를 준비 중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선 이유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 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 직후 채택된 안보리 결의1718호를 통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과 발사를 금지한 바 있는데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다시 안보리 회의가 소집되고 논의 결과에 따라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가 취해지게 됩니다.

따라서, 북한이 유엔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미사일 대신 인공위성이라는 주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 국가라는 내부 선전을 통해 체제를 결속시키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지난 1998년 대포동 1호 미사일을 시험발사 한 뒤에도 인공위성인 광명성 1호라고 주장한 적이 있는데요,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인공위성 발사 사이에 그렇게 차이가 없는 건가요?

이: 그렇습니다. 장거리 미사일과 인공위성은 모두 3단 로켓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발사준비 과정과 비행 과정이 아주 유사합니다. 좀 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로켓의 마지막 부분에 폭탄을 실으면 장거리 미사일이 되고, 위성을 실으면 인공위성이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과 러시아에서 구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우주발사체로 활용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또한, 미사일과 인공위성은 발사 각도나 궤적에 차이가 있지만 이 것이 둘을 구분하는 명백한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특히 발사 자체가 실패로 끝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현재 미국과 한국의 정보 당국은 북한 측 주장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북한이 발사하려는 것이 미사일인지 인공위성인지 수 백 킬로미터 떨어진 상공에 있는 정찰위성으로는 구분하기 힘든 실정입니다.

진행자: 한국에서는 북한의 주장대로 평화적 과학연구를 위한 인공위성 발사라면 사전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무슨 얘기입니까?

이: 네, 한국의 이상희 국방장관은 북한이 담화를 발표한 이상 사전에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고, 위성체라고 발표했으면 위성체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북한 측 주장의 진위를 분명하게 가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장관은 국제민간항공기구와 국제전기통신연합에 통보해야 하는 규정을 근거로 제시했는데요, 북한도 이 국제기구들에 가입한 만큼 관련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같은 규정들은 관례일 뿐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강제할 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끝으로, 한 가지 더 알아 보죠. 만일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며 발사를 강행할 경우 국제사회의 제재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요?

이: 한국 정부는 북한이 쏘아 올리는 것이 인공위성이든 미사일이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제재가 수반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문태영 한국 외교통상부 대변인의 말을 들어보시죠.

"여하튼 미사일을 쏘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든 안 하든 그것은 1718호 결의에 위배되는 것이죠."

미국도 북한의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면서 미사일과 위성 모두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실제로 인공위성을 우주궤도에 올려 놓는다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는데요,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한 것으로 판정되면 사실상 유엔 제재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다 이달 초 이란의 인공위성 발사 때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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