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한.인도, 개성공단 제품 특별관세 혜택 합의


한국과 인도가 이달 말 공식 서명할 예정인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CEPA'에서 북한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한국산 제품과 똑같이 대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일부 제품들이 인도의 인구 11억 거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이은철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한국과 인도가 합의한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 CEPA가 무엇인지 소개해 주시죠?

: 네,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CEPA라는 말이 생소한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그동안 자주 들으셨던 자유무역협정 FTA와 같은 성격의 협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한국과 인도는 약 3년 전에 협상을 시작해 지난 해 9월에 사실상 합의를 이뤘습니다. 그리고, 지난 9일 인도에서 가서명식이 열린 데 이어 오는 27일에는 정식 서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협정문 내용은 공식 서명 후 공개될 예정인데요, 상품 분야에서는 교역품목의 85%에 대해 관세를 내리거나 없애고, 서비스 분야에서는 상대국의 서비스와 서비스 공급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같은 한국과 인도 간 협정 속에 북한 개성공단 제품 관련 조항이 들어가 있다는 얘기군요?

: 그렇습니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 원자재의 한국산 비중 등 원산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경우 특혜관세 혜택을 주기로 합의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인도의 GK 필라이 상무장관은 최근 인도의 `이코노믹 타임스' 신문과의 회견에서, 일부 개성공단 제품들이 다른 한국산 제품과 마찬가지로 특혜관세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확인했습니다. 필라이 장관은 기술 수준이 높지 않은 30-40개 제품들이 대상이 될 것이라면서, 개성공단이 북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관세 혜택을 주는 것은 개성공단 자체가 한국이 주도하는 남북 간 경제협력 계획의 일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인도 정부는 처음에는 개성공단 제품에 특혜관세 혜택을 주는 것을 꺼렸다지요?

: 그렇습니다. 인도가 역외가공 개념을 인정하고 협정을 체결한 나라 안에서 생산되는 제품과 밖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 동일한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필라이 장관은 개성공단 제품 원산지 문제에 관해 한국과 인도 간에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지만, 협상에 정통한 관측통들은 인도는 처음에는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 제품과 마찬가지로 인정하기를 주저했다고 전했습니다. 인도는 다른 나라들이 나중에 같은 방식을 요구할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 측이 적극적으로 요구해 뜻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한국과 인도 두 나라는 올해 안에 협정이 발효되기를 바라고 있는데요, 협정이 발효되면 개성공단 제품들은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요?

: 네, 그 동안 높은 원가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수출에 어려움을 겪어 온 개성공단 제품의 수출 길이 확대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말 현재 개성공단에는 93개 기업이 가동되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3분의 2가 제품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제 수출 비중은 그에 휠씬 미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개성공단에서 지난 2005년 1월에 생산이 시작된 뒤 지난해 말까지 누적 생산액은 약 5억 2천4백 84만 달러였지만, 그 중 수출은 9천6백21만 달러로 약 18%에 그쳤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에는 생산액 2억 5천 1백 42만 달러에 수출액은 3천 5백 84만 달러로 약 14%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 시장이 열릴 경우 개성공단 제품 수출이 크게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인도는 인구 11억 명에 국내총생산 GDP 세계 12위, 구매력 평가 세계 3위인 거대 신흥시장이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개성공단 제품이 특혜관세 혜택을 받는 것이 이번이 처음인가요?

: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은 그동안 싱가포르, 동남아시아 국가연합 아세안, 그리고 스위스, 노르웨이,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네 나라로 이뤄진 유럽자유무역연합 등과 맺은 자유무역협정에서도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을 통해 수출될 경우 한국산과 똑 같은 특혜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이처럼 다른 나라들과의 자유무역협정에서 개성공단 제품 원산지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는 이유는 개성공단 제품이 북한산으로 표시되면 여러 가지 불이익 때문에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시장의 경우 북한산 제품은 높은 관세가 매겨져 수입되기 때문에 팔리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예를 들면 개성공단에서 미국으로 신발을 수출할 경우 35%에서 최고 84%까지 높은 관세를 감수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진행자: 개성공단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해외시장, 특히 미국 시장에 제품을 수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개성공단 제품의 미국 수출은 지금 어떤 상황인가요?

: 네, 지금까지 개성공단 입주 기업 중 미국에 수출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에서 북한산 수입품은 최혜국 대우를 받는 나라 제품에 비해 두 배에서 많게는 수 십 배에 달하는 관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07년 체결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FTA 협상 과정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미국 측은 이에 난색을 표시했습니다. 결국, 두 나라는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는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해 처리하기로 합의했는데요, 양국 관계자들이 이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또 다른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결국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는 문제는 두 나라 의회가 미-한FTA를 비준한 뒤에야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현재 두 나라 의회는 FTA를 체결한 지 2년이 다 돼가도록 비준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다 지난 1월 출범한 오바마 행정부나 민주당 주도의 의회가 자동차 등 미-한 FTA 일부 조항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처리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