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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 경제난과 후계체제 이중위기 직면

  • 최원기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오늘로 67회 생일을 맞은 김정일 위원장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에 이어 '건강' 문제로 집권 후 두 번째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정일 체제가 지난 15년 간 어떤 위기를 겪어왔으며, 이 것이 김 위원장의 통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7회 생일을 맞아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축하 무도회를 여는 등 경축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을 계기로 2천4백만 주민들이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단결해 강성대국으로 진군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연출해 보이는 그 같은 이미지-영상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합니다. 김정일 체제는 지난 1994년 출범 이래 15년 간 계속된 북한의 식량난으로 현재 여기저기 균열이 생긴 상태라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스콧 스나이더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아시아재단의 스콧 스나이더 연구원은 경제 상황이 좋았던 김일성 주석 시절의 북한과 김정일 위원장이 통치하는 지금의 북한은 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들은 '고난의 행군'이 김정일 정권과 주민 간 관계를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말합니다. 지난 8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 체제는 그런대로 정상 작동됐습니다. 주민들은 노동당이 정해준 직장을 다니고 당의 지시에 따르기만 하면 배급이 나오는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고난의 행군'은 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지난 94년 7월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고 그 후 발생한 홍수와 가뭄으로 북한은 극심한 식량난을 겪었습니다. 그러자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식량 배급을 중단했고, 이는 수많은 주민들이 굶어 죽는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함경북도 청진 출신으로 2002년 한국으로 망명한 김희지 씨는 식량난을 계기로 당과 김정일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심이 약화됐다고 말했습니다.

평안남도 평성 출신으로 한국으로 망명한 이주일 씨는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을 다르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김일성 주석은 인민을 잘살게 하기 위해 노력한 인물로 생각하는 반면, 김정일은 현지지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주민들을 탄압하는 인물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북한 김정일 체제는 이처럼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곳곳에서 균열과 피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무엇보다 정권을 보는 주민들의 시선이 싸늘해졌습니다. 수만 명의 주민들이 먹을 것을 찾아 중국으로 탈출한 가운데, 주민들 사이에서는 '노동당은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장마당 없이는 못 산다'는 말이 나돌 정도라고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으로 한국에 망명한 한 탈북자는 10년 이상 식량난을 겪다 보니 김정일 체제가 흔들리고 여기저기 균열이 생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제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김정일 체제는 지난 해 새로운 위기를 맞았습니다. 권력의 핵심인 김정일 위원장이 뇌졸중 등 건강 이상을 겪은 것입니다. 김 위원장은 건강 문제로 지난 해 8월 이후 50일 넘게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이후 지난 연말 건강을 회복해 현지지도 등 공식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것이 '문제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의 시작'이라고 지적합니다. 한국 동국대학교의 북한 전문가 김용현 교수는 김 위원장이 겉으로는 건재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내부적으로 이미 지도력 위기를 겪고 있을 공산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한국과 일본 언론은 요즘 북한의 후계자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자신의 아들이나 또는 제3의 인물을 후계자로 내정했다는 조짐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를 계기로 평양의 권력층 내부에서 김 위원장의 지도력과 후계 구도에 대한 관심이 커졌을 공산이 있다고 관측통들은 말합니다. 이와 관련해 김정일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 씨도 지난 달 24일 중국 베이징 공항에서 후계자 문제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요즘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 공장과 기업소를 자주 방문해 현지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김정일 위원장이 현재 '고난의 행군'에 이어 '후계체제' 수립이라는 새로운 정치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제 67살로 노년기에 접어든 김 위원장이 경제난과 후계 설정이라는 이중의 위기를 어떻게 헤쳐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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