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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 야당 대표, 총리 취임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야당 지도자 모건 창기라이가 총리에 취임했습니다.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30년 독재를 끝내고 야당과 권력을 나눠갔기로 한 합의가 비로소 실현된 겁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MC: 짐바브웨의 야당 지도자인 창기라이가 결국 총리가 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야당인 '민주변화동맹'의 창기라이 총재는 지난 11일 음베키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아만도 게부자 모잠비크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통령 공관에서 취임식을 가졌습니다. 취임선서 장면입니다.

창기라이 신임 총리는 취임식이 끝난 뒤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했는데요, 그동안 짐바브웨에서 일어났던 정치 폭력과 인권 유린이 즉각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MC: 30년 독재정치를 포기해야 하는 무가베 대통령, 복잡한 심경일 것 같은데,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무가베 대통령은 창기라이 신임 총리의 취임식을 직접 주재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앞으로 총리와 협력해 나라를 이끌어 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무가베 대통령은 우정과 연대의 정신으로 창기라이 총리에게 손을 내밀겠다고 말했습니다.

MC: 창기라이 신임 총리와 오랫동안 정적 관계에 있던 무가베 대통령으로서는 쉽지 않은 발언인 거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올해 84살인 무가베 대통령은 지난 1980년 당시만 해도 짐바브웨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국민영웅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뒤로는 야당 인사들을 탄압하면서 독재자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창기라이 신임 총리에 대해서는 지난 10년 동안 정치 탄압을 계속했습니다. 야당인 '민주변화동맹'을 이끌고 독재 반대 투쟁을 벌인 창기라이는 투옥돼서 매질과 고문을 당하고 국가반역 혐의로 재판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MC: 그런 두 사람이 공동정부를 구성하기로 한 이유는 뭡니까?

기자: 지난 해 3월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무가베 대통령은 선거에서 사실상 승리한 창기라이를 인정하지 않고 결선투표를 강행해서 대통령 자리를 다시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국내외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결국 지난 해 9월에 야당과 권력을 나눠 갖기로 합의했는데요, 주요 장관직의 배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그동안 협상이 제자리 걸음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MC: 양측이 반년이나 협상을 끌었다는 얘긴데, 그러는 동안 짐바브웨의 사정이 계속 악화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짐바브웨의 경제는 이미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 살인적인 물가 상승으로 경제 활동이 마비됐고, 통화가치도 땅에 떨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공무원이나 교사들은 달러나 유로화 같은 외국 돈으로 월급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전염병 콜레라까지 퍼져서 많은 인명 피해가 났는데요, 살길을 찾아서 이웃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보다 못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무가베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했고, 아프리카 국가들도 단일정부 구성을 위한 중재에 나섰습니다. 이런 안팎의 압력과 위기 속에 무가베 대통령과 창기라이 총재가 한발씩 물러나기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MC: 이제 공동정부가 출범하게 됐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권력을 나눠 갖기로 한 겁니까?

기자: 무가베 대통령이 여전히 행정부 대부분을 장악하게 됩니다. 야당 탄압에 앞장섰던 보안군도 계속 무가베 대통령 밑에 두고, 중앙은행 총재도 여당 인사가 계속 맡습니다. 경찰 감독권을 넘겨 달라는 야당 측 요구도 없던 일이 됐습니다. 그 대신 부총리와 재무장관을 야당인사들이 맡기로 했습니다. 일단 경제와 보건 같은 민생 분야부터 챙기겠다는 창기라이 총리의 뜻이 반영된 것 같습니다.

MC: 짐바브웨 사태는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아왔는데, 창기라이 총리의 취임에 대해서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일단 권력분점이 실현됐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은 창기라이 총리가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민생을 잘 챙길 수 있도록 무가베 대통령이 협조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권력분점의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는 무가베 대통령과 측근들에 대한 여행금지 조치와 자산동결 같은 제재도 풀지 않겠다고 미국과 유럽연합은 밝혔습니다. 콜레라 환자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 보내겠지만, 경제 지원은 권력분점의 성과를 봐가며 결정하겠다는 게 미국과 유럽연합의 입장입니다.

MC: 짐바브웨의 새 정부가 정치, 경제적으로 어떤 성과를 거둘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김연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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