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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탄생 200주년 맞는 링컨 대통령과 찰스 다윈


미국 내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이 자리에 김정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문) 김정우 기자, 2월 12일은 인류 역사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에도 큰 발자취를 남긴 두 인물이 태어난 날이죠?

(답) 그렇습니다. 바로, 미국의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과 진화론의 창시자인 영국의 찰스 다윈입니다. 이 두 사람은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인 1809년 2월 12일에 태어났습니다.

(문)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19세기 미국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 거리였던 노예 제도를 없애고, 뒤이어 벌어진 남북전쟁에서 연방을 승리로 이끌었던 대통령이죠?

(답) 그렇습니다. 미국인들은 이 링컨 대통령을 미국에서 가장 훌륭한 대통령의 한 명으로 간주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링컨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하던 1861년은 미국 연방의 운명이 위기에 처해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링컨 대통령은 강한 지도력을 발휘해, 내전을 승리로 이끌었고요, 그 결과, 미국이라는 나라가 분열되는 것을 막아냈죠? 링컨 대통령 탄생 200주년 기념 위원회의 해롤드 홀쳐 회장은, 미국인들은 링컨 대통령의 삶에서, 기회가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다는, ‘American Dream’을 떠올린다고 밝히고, 이런 링컨 대통령이 미국이 가장 어려움에 빠진 시기에 국가를 구해냈기 때문에, 많은 미국인들이 그의 삶과 업적에서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문) 자, 이런 링컨 대통령과 동시대에 태어난 인물인 찰스 다윈은 영국인이었고, 사는 동안에도 미국을 한번도 방문한 적이 없었는데요? 이런 다윈이 미국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요?

(답) 네, 찰스 다윈은 1859년, ‘종의 기원’이라는 책을 발표해, ‘진화론’을 세상에 소개함으로써, 서양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 줍니다. 그때까지, 기독교의 신이 세상을 창조한 것으로 굳게 믿고 있던 서양 사회에서 이 다윈의 진화론은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는 혁명적인 이론이었습니다. 이런 다윈의 이론, 미국에 상륙해서도 그야말로 파란을 몰고 오는데요, 유럽에서 건너 온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인 미국도, 이 다윈의 진화론을 둘러싸고, 엄청난 논쟁을 벌이게 되지요. 특히나 아직도 미국에서는 공립학교에서 이 진화론을 가르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법정 싸움을 벌일 만큼, 이래저래, 이 다윈의 진화론은 지금까지도 미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문) 그런데 이렇게 미국 사회에 큰 흔적을 남긴, 두 사람의 일생을 보면, 많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답) 그렇습니다. 링컨 대통령과 다윈 모두 어린 시절에 어머니를 잃었죠? 이렇게 유년 시절에 어머니를 잃은 경험은 두 사람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겼고요, 그 결과 링컨 대통령은 평생 자살 충동에 시달렸고, 다윈도 일생을 신경 쇠약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 다 가정에 충실한 가장으로서 자식들을 끔찍하게 아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다윈은 사랑하는 딸을, 그리고 링컨은 아들을 잃었죠? 그런데 이런 쓰라린 경험이 종교를 대하는 두 사람의 태도를 변화시켰다고 하는군요. 두 사람은 원래, 기독교에 대해서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자식을 잃음으로써, 다윈은 종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굳히게 됐고요, 반면에 링컨 대통령은 그 고통을 기독교에 의지하면서 달랬다고 합니다.

(문) 이들 두 사람은 모두 미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탄생 200주년을 맞은 올해 미국에서는 약간 다른 대접을 받고 있는 듯 한데요?

(답) 그렇습니다. 링컨 대통령 같은 경우는 미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도 합니다만, 또 최근 신임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을 링컨의 후계자로 자처하면서, 링컨 바람이 불기도 했지요? 그래서인지 현재 미국에서는 이 링컨 대통령을 기리는 활동이 활발합니다. 그런데, 이에 비해서 다윈 같은 경우는 링컨만큼의 추모 열기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윈을 추모하는 행사는 눈을 씻고 봐도 찾기가 힘들고요, 심지어는 다윈의 저서인 ‘종의 기원’의 초판 본을 소장하고 있는 캔사스 대학 같은 경우는 논란을 우려해서, 이번에 다윈 탄생 200주년을 맞았어도, 이 책을 전시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문) 다윈의 고향인 영국, 슈루즈버리에서는 한달 동안 다윈 축제를 열고, 영국 정부가 다윈 기념 우표와 기념 주화를 발행하는 등, 영국에서는 다윈 기념 열기가 뜨거운 반면에, 다윈이 미국에서는 이처럼 홀대 받는 이유는 뭘까요? 단순히 다윈이 미국인이 아니고 영국인이었기 때문인가요?

(답) 다윈이 인류사회에 남긴 업적에 비해서, 미국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는 사실이 바로 미국 사회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현재 다윈의 고향인 영국을 위시한 유럽 국가들에서는 다윈의 진화론을 사실로 받아 들이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런 경향은 종교의 영향력이 급속하게 줄고 있는 유럽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겠죠?

(문) 그렇다면 다윈이 홀대를 받는다는 것은 미국인들이 유럽인들보다 더 종교적이라는, 구체적으로 말해, 아직도 미국 사회는 기독교의 영향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는걸까요?

(답) 그렇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미국에서는 다윈의 진화론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은 것이겠죠? 과학 잡지인 ‘사이언스’지가 지난 2007년에 실시한 조사를 보면요, 미국인의 62%는 신이 인간을 창조했고, 사람이 특정 생물체로부터 진화했다고 믿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2008년에 미국 CBS 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6%가 공립학교에서 창조론을 진화론과 함께 가르치는 것을 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얼마 전 이 시간에, 텍사스 주 교육위원회가 진화론과 관련된 투표를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드린 바 있죠? 이처럼, 미국 안에서는 아직까지도 이 진화론을 둘러싸고, 많은 논쟁과 법정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결론적으로 링컨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가 실은 인종주의자였다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그 인생과 업적을 칭송하는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진화론은 미국 안에서 아직도 정착 과정에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다윈의 진화론이 미국에서 아직도 논쟁 중이라면, 링컨 대통령은 흑인인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링컨 대통령이 저격을 당했던 포드 극장도 2년간의 보수공사를 마치고 지난 11일에 다시 문을 열었고, 12일에는 이곳에 오바마 대통령까지 참석해 기념식이 열리는 등, 링컨 대통령의 추모 열기는 한 동안 미국을 달굴 것으로 보이는데요. 앞으로 또 다른 200년이 지나면 링컨과 다윈이 미국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 지 사뭇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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