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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핵 문제 놓고 일찌감치 신경전

  • 최원기

미국과 북한이 핵 문제를 놓고 벌써부터 치열한 ‘샅바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최근 평양을 방문한 미국 전문가들에게 핵 보유국 자격으로 미국과 협상할 뜻을 밝혀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핵 문제를 둘러싼 미-북 양측의 입장차와 앞으로의 전망을 최원기 기자와 정리해봅니다.

문) 북한이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 출범을 전후해서 핵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자주 밝히고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그동안 어떤 입장 표명이 있었는지요.

답)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을 전후로 핵 문제에 대해 모두 다섯 차례 입장을 밝혔습니다. 우선 북한 외무성은 지난 달 13일에 이어 17일 성명을 내고 핵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고요.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지난 달 23일 평양을 방문한 중국의 왕자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핵 문제에 대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또 평양을 찾은 미국 측 인사들을 통해서도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요. 지난 달 13일 평양을 방문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셀리그 해리슨 씨에 이어 지난 3일 방북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을 통해서도 핵 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문) 북한이 직간접적인 경로로 핵 문제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밝힌 것 같은데, 미국은 어떻습니까?

답)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 인사의 발언은 지난 달 13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발언이 유일합니다. 클린턴 국무 장관은 이날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미-북 관계 정상화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완전하고도 검증가능한 방식으로 제거한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선 비핵화, 후 관계 정상화’입장을 밝혔습니다.
문) 발언의 횟수를 놓고 보면, 북한이 다섯 번 얘기를 한 반면 미국은 한 번 정도 언급한 셈인데요. 왜 이렇게 미국의 발언이 적습니까?

답) 아무래도 미국이 아직 정권교체기에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했지만 아직 대북정책 재검토는 물론이고, 외교안보 관련 요직 인선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북 핵 문제에 대한 의미 있는 발언은 정책 담당자 인선과 정책 재검토가 마무리된 다음에야 나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문) 핵 문제에 대한 미-북 양국의 입장을 하나씩 살펴봤으면 좋겠는데요. 먼저 협상의 틀, 6자회담에 대해서 양국은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까?

답) 미국과 북한은 모두 6자회담의 유용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북 핵 문제를 푸는데 6자회담이 ‘필수적’이라고 밝혔고요. 북한 김정일 위원장도 중국 측에 “6자회담의 진전을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6자회담의 유용성을 인정하면서도 최근 평양을 방문한 미국 측 인사들에게 ‘핵 군축회담’ 등을 언급하는 등 미-북 직접 대화를 선호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 미국과 북한의 강조점이 서로 다른 것 같습니다. 미국은 6자회담을 가동하면서 미-북 양자접촉은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고 싶어하는 반면, 북한은 양자대화를 주로 하고 6자회담은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비핵화가 먼저냐, 관계 정상화가 먼저냐’ 하는 것인데, 양국의 시각은 어떻습니까?

답) 미국과 북한은 이 문제를 놓고 첨예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달 13일 ‘미-북 관계 정상화가 이뤄진 후에 비핵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클린턴 국무장관은 ‘미-북 관계 정상화는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진 다음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북한은 ‘선 관계 정상화, 후 비핵화’ 입장인 반면 미국은 정반대로 ‘선 비핵화, 후 관계 정상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문) 북한은 이밖에도 미국에 대해 자국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것과 핵 군축회담을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입니까?

답)미국은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관측통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그 같은 방안에 부정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핵 군축회담을 하려면 먼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하는데요. 만일 미국이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할 경우 이는 이란 등 이른바 불량국가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동시에 핵확산금지조약(NPT)의 무력화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문) 미국의 전임 부시 행정부는 핵 검증 문제를 놓고 북한과 갈등을 벌이다가 결국 핵 검증의정서를 채택하지 못했는데요. 핵 검증 문제에 대해서 양측은 어떤 입장입니까?

답) 북한은 지난 달 평양을 방문한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미국국제정책센터의 셀리그 해리슨 국장에게 “이미 추출한 플루토늄 30.8kg을 모두 무기화했다”고 밝혔습니다. 이것이 사실일 경우 이는 북한이 가까운 장래에 핵 검증을 받을 의사가 없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기존의 비핵화 일정을 계속 고수할 공산이 큽니다. 즉 미국은 6자회담을 재개해 북한과 핵 검증의정서를 체결하고, 핵 검증을 실시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통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문)핵 문제를 놓고 미-북 양측이 6자회담에서 핵 보유국 인정, 그리고 핵 검증에 이르기까지 현격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는 좀처럼 접점을 찾기 어렵지 않을까요?

답) 전문가들은 양측의 견해차가 크다고 해서 지금부터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합니다. 단적인 예로, 전임 부시 행정부도 처음에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고 김정일 정권을 교체하겠다고 말했지만 결국 미-북 협상을 통해 핵 신고도 받고 핵 불능화도 이루지 않았습니까. 또 북한이 최근 핵 문제와 관련해 갖가지 강경한 발언을 내보이고 있지만 이는 앞으로 재개될 미-북 핵 협상을 앞두고 미리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일종의 샅바싸움일 공산이 크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의 발언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좀더 차분히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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