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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차관보, ‘북 핵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돼’

  • 최원기

북 핵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북한 문제에서 손을 놓게 될 전망입니다.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힐 차관보가 바락 오바마 새 행정부의 이라크 주재 대사로 내정됐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힐 차관보가 누구이며, 그가 그동안 어떤 일을 해왔는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4년 간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 정부의 현장 외교사령탑으로 일해 온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이라크 주재 대사로 내정됐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언론들은 힐 차관보가 외교관으로서 그동안 주로 유럽과 동북아시아 지역 문제를 다룬데다 아랍어를 못하는 점을 들어 그의 이라크 대사 내정은 `뜻밖의 인사’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지낸 윌리엄 앤 메리대학교의 미첼 리스 박사는 힐 차관보가 이라크 대사에 내정된 것은 매우 ‘잘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라크는 현재 미군 철수와 정부 재건, 부족 간 화합 등 어려운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힐 처럼 유능한 외교관이 나서게 된 것은 미국을 위해 다행스런 일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어려운 외교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힐 차관보를 ‘해결사’로 투입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 유럽 동부의 보스니아에서는 인종 간 분쟁으로 수 만 명이 학살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그러자 미국은 힐을 현지에 파견했습니다. 힐은 상관인 리처드 홀브르크 특사를 도와 보스니아와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간의 경계선을 확정하는 ‘데이튼 협정’을 이끌어 냈고, 그 공로로 ‘우수 외교관상’을 받았습니다.

지난 2004년 당시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의 핵 보유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말하는 등 미국과 한국 관계는 크게 악화된 상태였습니다. 두 나라 관계가 삐걱대는 와중에 한국에 대사로 부임한 힐은 한국 언론과 자주 접촉하는 한편 인터넷을 통해 한국의 젊은층과도 자주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결과 서울의 반미 감정은 눈에 띄게 누그러졌습니다.

그 후 2005년 봄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하는 등 핵 문제가 악화되자 부시 대통령은 힐 대사를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로 임명했습니다. 그로부터 3년 간 힐 차관보는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했습니다.

2006년 10월 9일 북한의 핵실험으로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동시에 이 위기는 힐 차관보의 입지를 굳히는 계기가 됐습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의 핵실험 석 달 뒤인 2007년 1월, 외교 관례를 깨고 독일 베를린에서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단 둘이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핵 문제 해법을 만들어냈고, 이는 한 달 뒤 베이징에서 타결된 6자회담 2.13 합의의 모체가 됩니다.

힐 차관보는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전력투구한 결과 적잖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우선 영변의 핵 시설을 폐쇄하도록 한 데 이어 불능화도 90% 이상 달성했습니다. 북한 측으로부터 1만9천 여쪽의 핵 문서를 제공받고 영변 핵 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성과도 올렸습니다. 또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지난 해 6월에는 핵 신고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힐 차관보는 `시료 채취’를 둘러싼 견해차로 당초 북한 측과 합의한 핵 검증의정서는 끝내 마무리 하지 못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의 외교관들과 인간적인 신뢰를 쌓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한편 힐 차관보는 3일 뉴욕의 민간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에서 행한 강연에서 자신이 지난 몇 년 간 전념했던 북 핵 문제에 대한 소회를 밝혔습니다.

힐 차관보는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플루토늄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북한이 지금 당장 플루토늄을 포기하느냐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북한이 완전한 핵 불능화에 도달할 수 있느냐는 점”이라며 “이를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오바마 행정부가 6자회담을 지속시킬 뿐 아니라 북한과 적극적인 대화를 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또 다시 과거로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앤서니 코즈맨 연구원은 힐 차관보가 이라크 대사직도 잘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동 전문가인 코즈맨 연구원은 힐 차관보가 북한과의 협상에서 터득한대로 인내심을 갖고 실용적인 자세로 문제를 풀어간다면 이라크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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