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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텍사스주 진화론 교육 논쟁


미국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정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문) 얼마 전에 텍사스주 교육위원회에서 공립 학교의 생물시간에서 진화론 강의 방법을 두고 재미있는 투표를 실시했더군요?

(답) 네, 텍사스주 교육위원회에서는 지난 23일, 공립고등학교에서 생물학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사용하는 강의 지침에, ‘진화론의 강점과 약점’ 조항을 뺄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15명의 교육위원이 투표를 했는데요, 8대 7로 이 조항을 지침에서 뺄 것을 결정했습니다.

(문) 이번에 텍사스 주교육위원회에서 표결에 붙여진 이 ‘진화론의 강점과 약점 ‘ 조항이란 뭔가요?

(답) 이 조항이 뭔지 말씀드리기 전에 몇가지 설명드려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 공립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둘러싼 논쟁입니다. 미국은 건국 당시 기독교적 이념을 바탕으로 출발한 나라죠? 그래서 학교에선 당연하게 오랫동안, 이 세상을 기독교의 하나님이 만들었다는 내용의 창조론을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19세기 후반 다윈의 진화론이 알려지고, 이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들이 축적되면서, 점점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쳐야 한다는 요구가 드세집니다. 그러면서 당연히 양 진영간에 충돌이 잦아지죠.

(문) 미국의 학교에서 이 진화론과 창조론을 가르치는 문제, 이후 기나긴 법정 싸움으로 이어지죠?

(답) 그렇습니다. 미국 교육계에서 이 진화론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다 설명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분쟁의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해 드리면요, 오랜 법적 분쟁을 거치면서, 진화론이 사실에 근거한 과학으로 대접받게 됩니다. 그래서 진화론은 공립학교의 과학시간에 당당하게 가르칠 수 있는 이론이 됐고요, 반면에 창조론은 과학으로는 간주될 수 없는 하나의 종교적인 신념으로 규정돼, 공립학교에서는 적어도, 과학으로는 가르칠 수는 없는 상태가 됐지요.

(문) 미국에서 기독교의 뿌리가 만만치 않은데, 기독교인들이나, 또 이 진화론에 반대하던 사람들이, 그대로 물러서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답) 물론입니다. 기독교인들과 반진화론자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여러가지 시도를 합니다. 가령, 과학시간에 기독교의 창조론과 진화론을 동시에 가르친다거나, 아니면 창조론보다 다소 완화된 주장인 ‘지적 설계론 ‘ 같은 것들을 교과과정에 도입하려고 시도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시도중에서 눈에 띄는 게 바로, 학생들에게 과학, 특히 생명의 기원과 발전을 설명하는 생물학을 가르칠 때 선생님들이 참고해야 하는 지침에 ‘진화론의 강점과 약점 조항’을 삽입하려는 시도입니다. 그런데, 사실 세상 모든 현상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는 과학이론이란 없기 때문에, 진화론에도 약점이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일깨워 주는게 문제가 될 것이 없을 것 같이 보이지요?

(문) 사실, 이 ‘진화론의 강점과 약점 ‘ 조항은, 텍사스주에서는 지난 1980년대 말에, 진화론를 둘러싼 각종 소송에서 패한 창조론자들을 달래기 위해서 삽입된 문구죠?

(답)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언뜻 보면, 합리적일 것 같은 조항도, 진화론을 신봉하는 사람들에겐 불만인거죠? 텍사스주 교육위원회는 10년마다 한번씩 이 과학과목 교수 지침을 개정하는데요, 이 기회를 맞아서, 일부 과학자들과 교사들이 이 조항의 삭제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이들은 이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에, 학생들에게, 경험적인 증거를 사용해서, 과학적인 설명을 분석하고, 평가하라고 권고하는, 조항을 넣자고 주장했습니다.

(문) 진화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외양상으로 합리적으로 보이는 이 조항에 불만을 품고 있는 이유는 뭔가요?

(답) 진화론을 굳게 믿는 사람들은 일단, 이 진화론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진화론에 약점이 있다는 조항을 빼자는 거죠? 하지만, 이 조항을 빼자고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 조항이 창조론자들의 불순한 의도를 담고 있기 때문에 빼자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 불순한 의도라 하면, 이 조항을 통해서 진화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알려서, 창조론을 학생들에게 전파시켜보자, 뭐 그런 의미인가요?

(답) 그렇습니다. 민간단체인 텍사스 자유연대의 캐디 밀러 회장은, 과학교육에서 이 ‘약점’이란 단어는 진화론을 공격하고, 창조론을 홍보하는 수단이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밀러 회장은 또, 이 조항은 공립학교에서 다윈의 진화론을 평가절하하는 기회를 만들어, 학교에서 창조론을 다시 가르치자는 주장을 펴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문) 이에 대해, 창조론자들은 어떤 말들을 하고 있나요?

(답) 네, 텍사스주 킬고어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존 허프너 씨는, 과학계에서는 실제로, 새로운 이론이 나오면, 기존 이론이 퇴출되거나, 아니면 수정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진화론에 학생들이 의문점을 가지도록 학교에서 가르치는 게 무슨 문제가 있냐고 말했습니다. 또 일부 과격한 창조론자들은 진화론에도 약점이 있다는 조항을 삭제하려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좌파적인 사상을 가진 사람들의 시도라고까지 비난하고 있습니다.

(문) 진화론자들을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좌파로 몰아 붙이는가 하면, 한편에선 진화론은 절대로 틀릴 수 없는 절대 진리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참 다양한 주장들이 나오고 있군요? 이번 텍사스주 교육위원회의 표결, 그렇다면 진화론자들의 완전한 승리로 볼 수 있을까요?

(답) 외형상으로는 그렇습니다만, 창조론자들도 나름대로 성과를 얻었습니다. 바로 새로 삽입된 몇가지 수정 조항들인데요,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이 진화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간주되는 화석중 일부가, 생물종이 오랜 시간에 걸쳐서 서서히 변화한다는 진화론의 설명과 잘 들어 맞지 않는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주지시키라는 조항입니다. 이 말은 어떤 종들은 진화를 거치지 않고 갑자기 출현했다던가, 아니면 일부 생물종은 수백만년 동안 변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죠. 한마디로 진화론에도 구멍이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제시해주는 조항이라 하겠습니다.

이에 대한 최종 결정은 오는 3월에 내려진다고 합니다. 이번 텍사스주 교육위원회의 표결이 진화론과 창조론의 힘 겨루기에서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지 궁금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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