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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한의원, 예멘서 인기


아라비아반도 남단 예멘의 수도 사나에는 지난해 봄 ‘고려 전통 동방약 센터’(The Koryo Center for Traditional and Eastern Medicine)라는 이름의 한의원이 문을 열었습니다. 이 한의원은 각종 한약재를 비롯해 쑥 뜸, 침술, 마사지 등을 통해 예맨인들의 질병을 치료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예멘 의사가 이 한의원의 총 경영을 맡고 있지만, 치료는 북한 정부에서 파견한 한의사들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진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예멘수도 사나에 ‘고려전통동방약센터’가 문을 연 것은 지난해 3월입니다. 예멘에 중국인 등이 경영하는 마사지 업소가 있긴 하지만 한약처방과 전문 한방치료를 하는 곳은 ‘고려전통동방약센터’가 처음 입니다. 더구나 이 한의원의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모두 북한 출신이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예멘의 영자 신문인 예멘 타임즈(Yemen Times)는 최근 ‘고려전통동방약센터’를 자세히 소개하며, 아마도 외부세계의 대북한 경제 제재 때문에 북한이 전통 한약 의술을 이용해 여러 가지 현대 병을 치료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시켰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고려전통동방약센터’는 예맨 보건부에서 일했던 아이드 알-소리히(Ayed Al-Sorihi) 의사의 발상이었습니다. 예멘 타임즈에 따르면, 알-소리히 의사는 운동부족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기능 장애와 서양의술로 치료할 수 없는 질병 등을 치료하기 위해 한방 진료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의 생각은, 2007년 예멘 통일기념일, 북한 기술자들을 만나며 구체화 됐습니다. 알-소리히 의사가 예멘에 전통 의료원이 부족하다고 설명하자, 북한측에서 공동사업을 제안했습니다. 알-소리히 의사가 경영을 맡고 북한 정부에서 숙련된 의료진을 제공해 센터가 완성됐습니다.

알-소리히 의사는 예멘 타임즈의 나디아 알-사카프 기자의 통역을 통한 미국의 소리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한방의술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알-소리히 의사는 근대의술과 달리, 한의술은 5천년 이상의 시간을 거쳐 발달했다며 북한은 특히 지난 수년간에 걸쳐 독특한 한방 치료법을 개발했다고 말했습니다. 독일 등 선진국의 현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가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이 북한 한의사들이 있는 고려전통동방약센터에서 더 나은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고려전통동방약센터’에서는 3명의 북한 의사들이 오전 8시부터 1시, 그리고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진료를 합니다. 센터에서는 침술, 쑥 뜸, 치료마사지, 레이저 요법, 운동요법, 전기요법, 기능치료, 재활치료 등을 하는데, 한 사람 당 1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센터에서 개원이래 지난 9개월 동안 치료한 건수는 700건에 이릅니다. 처음에는 환자수가 적었지만 예멘인들 사이에 입 소문을 타고 점차 증가했습니다.

알-소리히 의사는 홍보와 입소문, 또 예멘 타임즈 의 기사 같은 언론 보도가 환자수 증가에 도움이 됐다며 당초 하루 10명 정도의 환자를 받았으나, 지금은 12-15명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센터를 찾는 환자들의 과반수 이상은 여성입니다. 40대가 주를 이루지만, 작업 중 부상을 입거나 잘못된 자세, 수술 후유증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젊은 환자들도 있습니다. 알- 소리히 의사는 특히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기능성 장애를 앓고 있는 비율이 훨씬 높기 때문에 여성 환자가 많다고 설명합니다.

알-소리히 의사는 도시 여성들의 생활방식은 남성들과는 다르다며 여성들은 잘 움직이지 않아, 복통과 과 체중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여성 환자가 더 많은 것은 예멘 여성들이 남성보다 한의술을 더 선호해서가 아니라, 전통 한의술로 치료 가능한 증상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알 소리히 의사에 따르면 한약재와 치료 기구 등은 중국이나 필리핀 등에서 들여 옵니다. 예멘에서 직접 재배하는 한약재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비용은 진단과 치료비로 나뉘는데, 진단 비용의 경우 미국 돈으로 5달러 정도로 예멘의 일반 진료소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치료비는 종류에 따라 한 차례 17- 25달러 정도가 듭니다. 예멘타임즈에 고려전통동방 약센터를 소개했던 알-사카프(Nadia Al-Sakaf) 기자는 미국의 소리방송에, 치료비가 비교적 비싼 편이기 때문에 주로 돈이 있는 환자들이 한방치료를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돈을 꿔서라도 치료를 받는 환자들도 있으며, 특히 고통이 심한 환자들은 얼마가 되든 지 간에 비용을 지불하고 증상을 완화시키려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알-사카프 기자는 그러나, 많은 예멘 인들은 아직은 동양 한의술을 서양의술의 대안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센터에서 일하는 북한 의사들은 아랍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환자들과의 의사소통에 문제를 겪기도 합니다. 알-소리히 의사는 북한의사들이 기본적인 아랍어만 구사해, 환자와 의사들 간 의사소통의 장애가 있긴 하지만, 치료과정에서는 별로 할말이 많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알-소리히 의사는 앞으로 예멘수도 사나에 한방진료소를 더 세우고 더 나아가 예멘 전역에까지 확장하려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한의사가 더 필요하겠지만 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알-소리히 의사는 오히려 중국계 한의사를 구하는 것보다 북한 한의사들을 구하는 것이 경제적이고 수월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경제상황 때문인 지 적은 임금을 받고도 예멘으로 오려는 북한 한의사들이 많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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