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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 이스라엘 상대 ‘성전’ 촉구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를 이끄는 오사마 빈 라덴이 이슬람 교도들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성전을 벌이도록 촉구하는 음성 메시지가 공개됐습니다. 빈 라덴은 지난 해부터 음성 메시지를 통해 집중적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데요, 조은정 기자와 함께 이번 메시지의 내용과 배경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 우선 최근 공개된 빈 라덴 음성 메시지의 내용을 좀 알려주시죠?

조) 예. 이번 메시지는 14일 이슬람 웹사이트들에 들에 '가자지구 침략을 저지하는 성전을 촉구한다'는 제목으로 게재됐는데요, 빈 라덴은 약 22분 분량의 이 메시지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성전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빈 라덴은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알-아크사 사원을 되찾아 오고, 팔레스타인을 해방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방법은 성전"이라면서 "이슬람 국가들은 대중의 힘과 위대한 잠재력으로 아랍 지도자들의 지원 없이도 시온주의 체제, 즉 유대인 국가인 이스라엘을 패배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아랍 지도자들을 거론한 것이 눈에 띄는군요?

조) 네, 빈 라덴은 아랍 지도자들이 팔레스타인 인들을 해방시키는 책임을 저버렸다고 비난하면서 "당신들이 싸울 자신이 없다면 신념을 지닌 이슬람 교도들이 나가서 유대인들과 싸울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라"고 촉구했습니다. 빈 라덴은 과거에도 메시지를 통해 팔레스타인을 점령한 이스라엘에 맞서 싸우지 않는 이집트 등 친미 아랍권 지도자들을 격렬하게 비난해 왔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이 자국 영토 내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가자 지구에 대한 공격을 시작한 지 3주 정도 되는 시점에 이번 메시지가 공개됐는데요. 때 맞춰 이스라엘에 대한 아랍권의 분노에 불을 지피려는 의도인 것 같습니다. 빈 라덴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집중적인 언급을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 입니까?

조) 이번 메시지는 빈 라덴이 8개월 만에 새롭게 발표한 것입니다. 빈 라덴은 2008년에 모두 네 차례의 음성 메시지를 공개했는데요, 이 중 세 번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주제였습니다. 특히 지난 해 이스라엘 건국 60 주년에 맞춰 메시지가 공개됐던 점도 주목을 받았고요. 내용은 주로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에 맞설 것을 촉구하면서, 이스라엘과 미국에 협력하는 아랍 정권들에 대한 타도 투쟁에 나서라는 것이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이런 일련의 메시지를 분석하며, '빈 라덴의 투쟁 목표가 미군과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이스라엘로 바뀌었다'고 논평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빈 라덴은 지금까지 주로 미국을 비난하는 메시지를 발표했지 않습니까? 이번에도 미국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까?

조) 14일 공개된 메시지에서 빈 라덴은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겨냥한 발언을 했는데요. 빈 라덴은 부시 대통령이 후임자에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경제적 붕괴 등 '무거운 유산'을 남겨줬다고 주장했습니다. 빈 라덴은 오바마 대통령이 "두 전쟁에서 철수하면 이는 군사적인 패배가 될 것이며, 철수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경제 위기의 소용돌이에 침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알카에다는 몇 십 년이건 계속 싸울 수 있는 준비가 됐으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외에도 다른 지역에서 새롭게 전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 미국 정부는 이번 빈 라덴 메시지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조) 고든 존드로 백악관 대변인은 "빈 라덴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이슬람 교도들의 성전을 촉구한 것은 그의 고립 상황을 증명하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육성테이프 공개는 알카에다의 이념을 계속해서 유포하고 세계에 도전하려는 빈 라덴의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션 맥코맥 국무부 대변인도 "이번 메시지는 선전 활동에 불과하다"며 "빈 라덴이 이슬람 성직자, 이스라엘, 미국,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 등 모두를 비판하기만 하고 있는 것은 그가 상당히 고립돼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빈 라덴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해 팔레스타인 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조) 팔레스타인에서는 테러주의자의 대명사격인 오사마 빈 라덴의 발언으로 오히려 자신들의 이스라엘에 대한 투쟁이 국제 무대에서 테러로 인식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의 고문인 니므르 하마드는 "알카에다와 빈 라덴은 이슬람과 아랍의 이미지에 큰 손상을 줬다"면서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된 그의 잦은 성명으로 팔레스타인의 이미지도 훼손됐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조은정 기자와 함께 오사마 빈 라덴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최근 성명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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