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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워싱턴 DC 미국 역사 박물관 새 단장


이번에는 미국내 문화계 소식을 전해 드리는 ‘문화의 향기’ 시간입니다. 오늘은 새로 단장해 문을 연 미국 역사 박물관을 찾아가 보고요. 윌 스미스 주연의 새 영화 ‘7 파운즈 (Seven Pounds)’도 소개해 드립니다.

이곳 워싱턴 디씨에 있는 미국 역사 박물관은 미국의 다락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국가를 탄생시킨 성조기에서부터 미국 역대 대통령들의 개인용품, 나아가 스포츠, 문화 분야의 귀중품 등 역사적 유물을 보관하고 있는 곳인데요. 2년여에 걸친 보수 공사를 마치고 최근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새로 단장한 미국 역사 박물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시죠? 부지영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네. 저는 워싱턴 시내 컨스티튜션 가에 있는 미국 역사 박물관에 와 있습니다. 박물관 외관은 흰 대리석 벽 그대로인 것 같은데요. 박물관 안에 들어서니까 정말 큰 공사를 했구나, 실감이 납니다.

//글래스 관장//
“크게 달라졌죠. 2년에 걸친 공사 끝에 완전히 탈바꿈을 했습니다. 미국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는 거라고 할 수 있죠.”

박물관이 탈바꿈 했다는 브렌트 글래스 관장의 말대로 대단히 큰 변신을 했습니다. 이전에는 각 층이 막힌 구조여서 좀 답답한 느낌이었는데요. 이제는 지하부터 5층까지 박물관 중앙 홀 부분이 뚫려있어서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습니다. 유리천정을 통해 푸른 하늘도 비치고, 따스한 햇살도 들어오고…… 분위기가 아주 좋습니다.

미국 역사 박물관에는 무려 3백만 개가 넘는 유물이 있다고 하죠. 200여 년 전에 미국 국가를 탄생시킨 그 유명한 미국의 국기, 성조기도 바로 이 곳에 보관돼 있는데요. 먼저 이 성조기부터 찾아보죠.

유리창 너머 비스듬히 누워있는 거대한 성조기, 군데군데 헤지고 구멍 난 이 성조기는 미국 역사 박물관 소장품 가운데 가장 중요한 유물이죠. 미국 역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바로 이 성조기에서 미국 국가인 ‘Star Spangled Banner (성조기여 영원 하라)’가 탄생했습니다.

미국 독립 후인 1814년 영국 군함이 미국 동부의 포트 맥헨리를 포격했죠. 미국과 영국은 밤새 치열한 전투를 벌였지만 자욱한 안개와 어둠 때문에 어느 쪽이 승리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요. 당시 영국 군함에는 미국 변호사이자 시인인 프랜시스 스캇 키등 미국인 세 명이 억류돼 있었습니다. 프랜시스 스캇 키는 안개가 걷히고 아침이 밝아오면서 미국의 승리를 상징하는 거대한 성조기가 휘날리고 있는 걸 목격했고요. 감격한 나머지 즉석에서 시를 써내려 갔는데요. 이 때 쓴 시에 곡을 붙인 것이 오늘날 미국 국가입니다. 그리고 2백 년 전 프랜시스 스캇 키를 흥분하게 했던 그 성조기가 바로 이 곳에 누워있는 거죠.

이 성조기를 바라보는 미국인 관람객들의 표정, 참 진지한데요. 당시 프랜시스 스캇 키가 느꼈던 감격이 그대로 느껴지나 봅니다.

//관람객//
“자랑스럽고요. 긍지와 자유가 느껴져요.”
“이 성조기를 보니 많은 걸 겪은 것 같아요. 그 옛날 휘날렸던 성조기를 여기 앉아서 구경할 수 있다니 멋져요.
“전 역사를 좋아하거든요. 이런 유물을 보면 감동이 느껴지고 힘이 솟는 것 같아요. 성조기 크기도 엄청나고……. 그 때부터 참 많은 것이 달라졌잖아요. 이 성조기에는 별이 13개만 그려져 있는데 지금은 50개나 되잖아요.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하게 해요.”

이번 미국 역사 박물관 개보수 공사의 중심도 이 성조기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전에는 이 성조기가 박물관 중앙에 세로로 걸려 있었습니다.

//글래스 관장//
“그대로 전시하기엔 성조기가 너무 낡았다는 사실을1990년대 말에 알게 됐습니다. 1964년 박물관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30년이 넘도록 세로로 걸려 있었거든요.”

글래스 관장은 어쩌면 귀중한 유물을 잃게 될 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다른 전시 방법을 찾았다고 하는데요. 건축가들과 공학자, 전시실 설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새로 전시실을 꾸몄다는 겁니다.

유서 깊은 이 성조기 외에도 미국 역사 박물관에는 미국의 정치, 군사, 문화 등 다방면에 걸친 역사적 유물이 전시돼 있습니다.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이 독립선언문을 작성할 때 사용했던 책상에서부터 16대 에이브래햄 링컨 대통령이 암살당한 날 썼던 모자, 42대 빌 클린턴 대통령이 불었던 색소폰에 이르기까지, 미국 역대 대통령의 개인 물건들이 전시돼 있고요.

1879년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이 특허를 낸 전구, 영화 ‘오즈의 마법사’ 주인공이 신었던 빨간 구두, 또 권투 선수 무하마드 알리가 사용했던 권투 장갑도 이 곳에서 볼 수 있는데요. 유명 역사학자인 데이비드 맥컬러프 교수는 미국 역사를 배우는데 이 곳만큼 좋은 곳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맥컬러프 씨//
“이 박물관은 미국을 얘기해주는 보물들의 창고입니다. 게다가 이 곳에 전시된 물건들은 다 진짜거든요. 모든 미국인들에게 아이들과 함께 와서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외국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데요. 와서 보면 미국이 얼마나 무한한 가능성의 나라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무한한 가능성의 나라, 미국……. 이는 3층에 있는 미국 대통령 전시실에서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아직 취임 전이지만 흑인으로서는 최초로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버락 오바마 당선자의 사진이 역대 대통령들을 보여주는 도표에 이미 올라 있습니다.

문화의 향기, 이번에는 새 영화 소개 순서입니다. 미국 최고의 인기 배우로 꼽히는 윌 스미스의 새 영화가 나왔는데요? 자신의 실수로 죽은 사람들을 위해 불우한 사람들을 돕는다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7 파운즈 (Seven Pounds)’…… 제목도 특이하죠? 제목에 무슨 의미가 담겨있는지, 또 어떤 영화인지, 김현진 기자, 전해 주시죠.

“신은 7일 안에 세상을 창조하셨지만 난 단 7초 만에 내 인생을 망쳤다.”
영화 ‘7 파운즈’는 주인공 벤 토마스의 독백과 함께 시작됩니다.

벤 토마스는 결혼을 앞둔 성공한 사업가였는데요. 어느 날 한 순간에 저지른 실수로 모든 것을 잃고 맙니다. 사랑하는 약혼녀, 친구들을 태우고 운전하다가 교통 사고를 내는데요. 운전대를 잡았던 벤 만이 살아남고, 차에 타고 있던 일곱 사람이 모두 숨집니다. 아름다운 약혼녀와 친구들을 잃은 벤은 크나 큰 슬픔과 죄책감에 시달리고요. 숨진 일곱 명을 대신해 불우한 처지에 있는 일곱 명의 낯선 사람들을 돕는 것으로 마음의 죄를 갚으려고 합니다.

주인공 벤 토마스 역은 윌 스미스 씨가 맡았는데요. 스미스 씨는 지난 해 미국 배우들 가운데 출연료로 가장 돈을 많이 번 배우로 알려졌습니다. 윌 스미스 씨는 그 동안 모험극이나 희극 영화에 주로 출연해 왔는데요. 새 영화 ‘7 파운즈’에서는 2006년 영화 ‘행복을 찾아서’에 이어서 두 번째로 진지한 연기에 도전했습니다.

스미스 씨는 완전히 새로운 길이라고 말했는데요. 강렬하고 의미 있는 주제를 전달하는 연기를 이전에도 하고 싶었지만 두려워했었다는 겁니다.
영화 ‘7 파운즈’의 연출은 ‘행복을 찾아서’에서 손을 맞췄던 이탈리아 감독 가브리엘 무치노 씨가 맡았는데요. 무치노 감독은 스미스 씨에게 감정에 휩쓸리지 말고 담담하게 연기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무치노 감독은 윌 스미스 씨는 대단한 흥행 배우인데다 관객들을 즐겁게 하는 방법을 아는 배우라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그 같은 헐리우드 식 재주는 자신의 영화 철학에 위배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작업을 했다는 겁니다.

윌 스미스 씨는 과묵한 성격의 벤 역할이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이전에 맡은 역할은 말을 많이 하는 역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죠.

스미스 씨는 벤 토마스의 정신 세계에 들어가기가 매우 힘들었다고 하는데요. 벤 토마스는 큰 충격과 상처를 받은 사람인데, 직접 그런 일을 당한 적이 없어서 이해가 잘 안됐다는 거죠. 그 동안 맡은 역은 권투 선수 무하마드 알리나 영화 ‘독립기념일’의 주인공 스티브 힐러처럼 불행이 닥쳐도 좌절하지 않고 맞서는 성격이 대부분이었는데요. 그래서 책을 많이 읽고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많이 들어서,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 가운데 ‘베니스의 상인’이 있습니다. ‘베니스의 상인’의 주인공 안토니오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돈을 빌리면서,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자기의 살 1 파운드, 약 0.5 킬로그램을 내놓겠다고 약속하죠. 윌 스미스 씨가 출연한 새 영화 제목 ‘7 파운즈’는 바로 거기서 나온 건데요. 자신의 실수로 숨진 한 사람 당 1 파운드씩 모두 7 파운드……. 그러니까 7 파운즈는 마음의 빚, 죄의 무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벤은 미국 국세청 직원을 가장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일곱 명을 찾아 나섭니다. 심장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는 에밀리, 시각 장애자인 에즈라, 골수 이식을 필요로 하는 니콜라스, 콩팥이 필요한 조지 등이 벤이 찾아낸 사람인데요. 벤은 자신의 재산과 장기를 이들에게 기증한다는 유언을 남기고 자살합니다.

영화 제목 ‘7 파운즈’는 마음의 빚, 죄책감의 무게라고 앞서 말씀 드렸는데요. 약 3.17 킬로그램에 해당되는 7 파운즈는 벤이 기증한 장기의 무게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나아가서 일곱 사람에게 새 삶을 찾아준 새로운 생명의 무게, 희망의 무게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영화를 보고 나오는 관객들이 느끼는 감동의 무게란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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