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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청소년들 문학집 출간


한국에 있는 탈북 청소년들이 쓴 시와 산문들을 모은 책이 최근 출간됐습니다. 한국 통일부 산하 탈북 청소년 교육기관인 한겨레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 46명이 참여한 이 책에는 고향과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담겨져 있는데요. 좀 더 자세한 소식을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탈북 청소년 교육기관인 한겨레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쓴 시와 산문들을 모은 책이 최근 출간됐습니다.
‘달이 떴다’라는 제목의 이 책은 한겨레 중고등학교에 재학중인 학생 46명이 경기문화재단의 도움을 받아 2년에 걸쳐 만든 것입니다.
그 동안 탈북자 출신 작가들이 시와 소설을 출간한 적은 있지만 탈북 청소년들이 직접 쓴 글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겨레 중고등학교 전치균 교무부장은 “한국으로 오기까지 수많은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 한국에 와서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고 있다”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자유롭게 적은 글들을 모아 출간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탈북 과정에서 생사를 달리하는 가족에 대한 또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 내용들을 글로써 승화시키는 작업들을 2007년부터 2년간 작업을 거쳐 공부해온 내용을 중심으로 정식으로 출간하게 된 것입니다.”

한겨레 중고등학교는 경기문화재단의 도움으로 매주 1차례씩 시인과 소설가 등 외부 강사들을 초빙해 글쓰기 수업을 진행해왔습니다.

아이들을 지도한 서지은 교사는 “아이들이 이번 책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달함으로써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세상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었다”며 “이를 통해 탈북 청소년들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총 8부로 구성된 책에는 고향과 가족 그리고 희망 등을 주제로 모두 77편의 시와 산문이 수록돼 있습니다.

이들 작품에서 가장 짙게 묻어있는 것은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어머니와 함께 2004년 탈북해 2005년 말 한국에 들어온 19살 김광혁 군은 ‘나의 고향’이라는 제목의 수필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습니다.

김 군은 북한에서의 사소했던 일상들을 아득한 그리움으로 표현했습니다.

“북한에 있을 때 어머니가 제 생일상 차려주시고 아빠가 부엌에서 불 때실 때, 그리고 친구들이랑 냇가에서 놀고 예전에는 사소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립습니다. 고향에 가보고 싶고 빨리 통일이 되면 좋겠구요.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글로 표현하는 게 좋았던 것 같습니다.”

김 군은 “아무에게도 말 할 수 없는 고민들을 글로 적어낼 수 있어 좋았다”며 “고향이 생각날 때마다 글을 적으며 외로움을 달랬다”고 말했습니다.

2007년 북한에 아버지를 홀로 남겨둔 채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탈북한 17살 박진희 양은 짝을 잃어버린 신발을 자신에 비유한 시를 지었습니다.

‘짝없는 운동화’라는 제목으로 담담하게 써 내려간 글에는 뿔뿔이 헤어져 살아야 하는 가족의 슬픔과 낯선 땅에서 겪어야 하는 외로움이 베어있습니다.

“짝이 없는 운동화, 나는 평범하고 낡은 운동화다. 나는 또 나의 짝이 없다. 나의 주인은 다리가 하나뿐인 장애인이다. 나를 신발가게에서 데려 온지도 1년은 거의 다 돼 가는 것 같다. 그 동안 과연 주인은 나를 몇 번 씻어주었는지 가끔 생각해본다. 주인이 나를 끌고 공동화장실로 들어갈 때가 제일 싫다. 공동화장실에 들어갈 때면 항상 바닥에 물이 많아 젖게 돼 난 항상 찌걱찌걱 걷는다.”

박 양은 “통일이 돼서 북한에 있는 아버지를 만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남겨진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시와 소설에 담았다는 17살 박은실 양은 “글은 아빠를 만나게 해주거나 마음속 바람을 이루게 해주는 큰 위안이었다”며 “커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국어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양은 “탈북 청소년들은 모두 크고 작은 그리움을 갖고 살아가고 있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부모님이나 가족이 북한에 있다면 이별한 거잖아요. 그 그리움이 너무 크다는 것이 우리들의 공통점인 것 같아요. 한국에 와서 친구들이 낯설고 힘들지만 열심히 살아줬으면 좋겠어요. 어떤 상황에서 빨리 깨닫고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여서 더 나은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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