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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중개인 탈선행위 만연 - 한국 정부 대책마련 나서


한국 정부 당국이 탈북 여성들에 대한 일부 중개인들의 성폭행 등 일탈행위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됩니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한국 정부가 탈북 여성과 중개인들이 처한 복잡한 상황과 최근의 탈북 흐름을 면밀히 살피며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먼저, 한국 정부가 탈북 중개인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배경부터 살펴볼까요?

답: 지난 연말 동남아시아에서 탈북자 실태조사를 벌였던 한국의 야당인 자유선진당 소속 박선영 의원은 10대 탈북 소녀가 탈북 중개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박 의원은 중개인 A씨가 중국을 거쳐 동남아로 온 16살 소녀를 감금한 채 성폭행한 사실을 소녀로부터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손톱을 물어뜯어 생살만 남아있을 정도로 현재 이 소녀는 심적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말을 시킬 수 없을 정도였고요."

문: 박선영 의원이 언급한 문제의A씨가 어떤 인물인지 드러난 것이 있습니까.

답: 네, A씨는 동남아 지역에서 오래 거주하며 기획탈북을 여러 번 성사시켰고, 현지 한국대사관에 탈북자 보호를 적극 요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인물인데요, A씨는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탈북 여성과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도덕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구요. 제가 인내해야 하는데… 못했습니다. 하지만 성폭행이라든지, 그 여성이 미성년자였다든지, 그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했거나 감금을 했던 적은 전혀 없었습니다."

A씨는 탈북 여성이 16살이 아닌 만 19살을 넘긴 여성이었고 서로 합의 하에 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탈북 여성이 미국행을 요청해 별도로 숙소를 마련해 줬는데 이 여성을 중국에서 탈북시킨 조선족 중개인이 돈을 못 받을 것을 우려해 중간에서 이간질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이 여성과 함께 온 다른 탈북자들이 증인이라며, 이 여성이 직접 썼다는 자기 소개서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탈북 여성은 소개서에서 가족사항을 상세히 말하며 자신을 1989년생으로 적고 있습니다.

문: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뜨거운 감자였던 탈북 중개인들의 크고 작은 비행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흔히 '브로커'로 불리는 중개인들은 탈북자들에게 '필요악'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부가 앞장서서 탈북자를 보호하기 힘든 상황에서 탈북자들을 안전하게 제3국으로 보내 한국이나 자유세계로 안내하는 역할을 바로 이 브로커들이 맡고 있기 때문인데요. 사실 지금까지 제기된 중개인들의 가장 큰 문제는 금전관계였습니다. 천차만별의 가격과 탈북 도중 약속이 맞지 않아 여러 죽을 고비를 넘긴 탈북자들이 한국에 정착한 뒤 중개비용을 지불하지 않아 양측 간에 시비가 붙는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문: 중개인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답: 중국 내 조선족과 한국에 이미 정착한 탈북자들이 함께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수 백여 명으로 추산되는 이들 중개인들은 중국 공안에 체포된 탈북자도 뇌물로 빼낼 정도의 조직망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인도적으로 탈북자들을 돕는 기독교 단체나 인권단체들도 대개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게 아니라 이들 중개인들과 연계하거나 이들의 도움을 받아 탈북자들을 탈출시키고 있습니다.

문: 그럼 이번에 불거진 중개인의 성폭행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런 사례들이 많습니까?

답: 과거에는 종종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한국에 이미 정착한 탈북자들이 가족을 불러오기 위해 중개인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크게 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에 있는 탈북여성인권연대 강수진 대표의 말을 들어보시죠.

" 12명 중에 10명은 다 가족이 있어서 움직일 때마다 전화통화를 계속하거든요. 적어도 80 % 이상은 (가족이) 한국에 먼저 와 있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없지요.)"

문: 그럼 상대적으로 한국에 가족이 없는 탈북 여성들이 성폭행에 노출되기 쉽겠군요?

답: 그렇습니다. 인신매매를 당한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을 전문적으로 구출하는 미국 내 인권단체죠. 3.18 파트너즈의 스티브 김 대표의 말을 들어보시죠.

"여성들이 물질적으로 돈이 없으니까,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 브로커들의 요구나 협박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없죠."

스티브 김 대표는 중개인들의 자질 문제를 지적했는데요. 기독교 등 종교단체와 연계된 중개인들은 신앙심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드물지만 그렇지 않은 일부 중개인들은 자신들의 욕심을 거리낌 없이 채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문: 그런데 일부에서는 '성폭행' 이란 용어를 쓰는데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는데, 어떤 얘깁니까?

답: 참 안타까운 얘기인데요. 탈북 여성이 치열한 생존과 조속한 한국행을 위해 먼저 중개인들에게 몸을 맡기는 경우입니다. 중국에서 자비로 1백 여명의 탈북자들을 구출한 탈북자 J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 남자한테 먼저 접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돈이 걸려 있고 생존이 걸려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여성들이 상당히 많을 겁니다. 잘못 말하면 여자 문제여서 예민하게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러운데요. 탈출할 때 빨리 데려가 달라는 의미에서 접근하는 경우. 생존과 자기 편의를 봐 달라는 의미에서 접근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J씨는 자신도 그런 제의를 여러 번 받았었다고 말했는데요. 가장 큰 문제는 중국 내 열악한 탈북자 환경이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 그들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게끔 만들어놨습니다. 모든 게 음지가 아닙니까? 저 중국 땅에서는요. 그들이 살아온 거기는 속고 속이는 곳입니다. 나 자신이라는 주체는 없죠. 오직 내가 상황에 맞춰서 카멜레온처럼 색깔을 바꾸며 적응하는 것만이 살 길이니까. 그녀들이 그런데 익숙해 있으니까. 아 이런 브로커 만났으니 여기에 붙으면 살겠구나……"

탈북자를 돕는 인권단체와 종교단체들은 한국과 미국 정부가 직접 나서 중국 정부를 설득하고 해법을 마련하거나 공신력 있는 탈북 인권단체들을 적극 지원해 활동을 강화하는 것이 이런 악순환을 줄이는 방안이라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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