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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권교체에 따른 한반도 정책 변화

  • 최원기

서울과 평양 당국은 현재 미국의 바락 오바마 차기 행정부에서 한반도 정책을 담당할 요직 인선과 그에 따른 정책 변화 여부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과거 미국의 정권교체에 따라 한반도 정책이 어떻게 변했는지, 그리고 그 교훈은 무엇인지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남한과 북한은 모두 바락 오바마 차기 미국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북한 핵 문제를 포함한 주요 현안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가 어떤 정책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한반도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지난 2001년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가장 극적인 정권교체가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8년 만에 정권이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넘어갔습니다. 그 결과 민주당 출신인 빌 클린턴 대통령이 물러나고 공화당 소속 조지 부시 대통령이 취임했습니다.

문제는 그 해 1월 미국의 43대 대통령이 된 부시 대통령이 전임 빌 클린턴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180도 뒤집었다는 것입니다. 부시 대통령에 앞서 8년 간 집권한 클린턴 대통령은 '건설적인 개입정책'을 통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핵 문제도 해결하려 했습니다. 이를 위해 1994년 10월 북한과 미-북 제네바 합의를 이룬 데 이어 2000년 말에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미-북 정상회담을 가지려 했습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전임자가 추진해 온 한반도 정책을 모두 뒤집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더 나아가 북한을 이라크, 이란과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했습니다.

///ACT1///SUMMERISED AS ANYTHING BUT…

워싱턴의 원로 한반도 전문가인 폴 챔벌린 씨는 이른바 'ABC'가 부시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가장 잘 보여주는 단어라고 말합니다. ABC란 영어로 'ANYTHING BUT CLINTON'이라는 말의 약자로 한국말로 옮기면 '다른 것은 다 돼도 클린턴의 정책만은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부시 대통령이 얼마나 클린턴의 한반도 정책에 반대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부시 행정부가 전임 정부의 대북정책을 뒤집고 강경책으로 선회하자 당시 미국 국무부와 한국 정부, 그리고 북한 모두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부시 행정부 1기 시절 국무장관이었던 콜린 파월은 중도적 성향의 인사로 당초 북한에 대한 개입정책을 계속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대북 강경 자세로 정책을 제대로 펴보지도 못하고 2005년1월 장관직에서 물러났습니다.

///ACT2///THERE WAS NOT…

부시 행정부 초기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토로브 스탠포드대학 교수는 당시 부시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부 고위 관료들이 정책 검토 과정에서 백악관의 눈치를 보는 바람에 현실적인 대북정책을 세울 수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의 대북정책 전환은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인 2000년 6월,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던 김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도 자신의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대북 개입정책을 계속할 것을 희망했습니다.

그러나 2001년 3월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김 대통령에게 자신은 "김정일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으며 북한과 접촉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결과 김대중 대통령은 더 이상 남북 화해정책을 추진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부시 대통령의 대북정책 전환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처지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북한은 부시 대통령이 들어서라도 제네바 합의를 유지하고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지난 2002년 10월 평양에 제임스 켈리 특사를 파견해 '고농축 우라늄' 문제를 추궁하면서 미-북 관계는 단절됐습니다. 이후 북한은 본격적인 핵 개발에 착수했다고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폴 챔벌린 연구원은 회고했습니다.

///ACT3///WHEN IT DID NOT ARRIVE…

"챔벌린 연구원은 부시 행정부가 2002년 말 대북 중유 제공을 중단하자 북한은 미국이 먼저 제네바 합의를 파기했다며 핵 개발에 나섰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89년에도 정권교체가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은 공화당 출신인 아버지 부시 대통령에서 민주당인 클린턴 대통령으로 정권이 넘어갔습니다. 당시 정권교체 작업에 참여했던 챔벌린 씨는 그 때만 해도 정권교체에 따른 한반도 정책 변화는 별로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ACT4/// UNDER BUSH 41…

" 챔벌린 씨는 아버지 부시 행정부는 90년대 초 한국에서 전술 핵무기를 철수하고 남북대화를 지지했기 때문에 당시 한국의 노태우 정부와도 관계가 좋았고, 차기 클린턴 정부에서도 큰 정책적 변화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8년 전 부시 행정부 출범 때와 같은 급격한 정책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부시 행정부가 지난 2년 간 대북 협상을 해왔기 때문에 오마바 행정부도 큰 틀에서 대북정책을 수용할 공산이 크다는 것입니다.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정권교체와 관련해 당국자들이 두 가지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첫째는 국무부의 고위 관리들은 실무자들과 최대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머리를 맞대고 북한 핵 문제를 토론하고 정책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이런 과정을 거쳐 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책이 일단 결정되면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시 행정부는 북 핵 문제를 놓고 백악관과 국무부 등 내부에서 조차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었는데, 차기 오바마 행정부는 이런 실수를 되풀이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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