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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년 공동사설 “남북 공동선언 이행”


북한은 1일 2009년 새해를 맞아 발표한 신년 공동사설에서 한국 정부에 대해 6.15와 10.4 두 남북 정상선언의 이행을 거듭 촉구하며 한국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또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 문제를 이례적으로 언급했는데요, 새로 출범할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를 의식한 유화적 태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노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전위 등 3개 관영신문은 1일 '총진군의 나팔소리 높이 울리며 올해를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의 해로 빛내이자'라는 제목의 신년 공동사설을 발표했습니다.

북한은 공동사설에서 한국 정부에 대해 6.15와 10.4 두 남북 정상선언의 이행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공동사설은 "역사적인 북남 공동선언에서 탈선하는 그 어떤 요소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라의 통일과 민족의 번영을 바란다면 북남 공동선언들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공동사설은 또 한국의 이명박 정부를 '두 남북 정상선언을 전면 부정하고 파쇼 독재시대를 되살리며 북남 대결에 미쳐 날뛰는 세력'이라며 "남조선 인민들은 자주, 민주, 통일의 구호를 들고 사대매국적인 보수 당국의 파쇼통치를 쓸어버리며 전쟁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투쟁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올려야 한다"고 부추겼습니다.

북한이 공동사설에서 한국 국민들의 반정부 투쟁을 선동한 것은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처음입니다.

하지만 대외정책과 관련해선 강경 일변도의 대남 발언과는 사뭇 다른 유화적인 내용들이 많아 주목됩니다.

공동사설은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고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공화국의 자주적인 대외정책의 정당성은 날이 갈수록 더욱 힘있게 과시되고 있다"며 "북한을 우호적으로 대하는 나라들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한반도 비핵화를 거론한 것은 핵 문제를 아예 언급하지 않았던 2008년 공동사설과, 핵 보유의 정당성을 강조했던 2007년 공동사설과는 크게 다른 것입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사설에서 한반도 비핵화 등을 언급한 것은 이달 말 출범하는 미국의 오바마 새 행정부를 의식한 유화적인 태도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입니다.

"북한으로서는 신년 공동사설이 오바마 정부를 향한 가장 높은 수준의 메시지 전달 방법이기 때문에 이번 공동사설에서 핵 해결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줌으로써 오바마 정부와의 스킨십 또는 오바마 정부를 향한 구애의 측면들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김용현 교수는 또 공동사설이 "북한을 우호적으로 대하는 나라들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겠다"고 밝힌 것은 미-북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해석했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반정부 투쟁까지 거론한 대남 발언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당분간 남북 간 대화 복원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기다림의 전략과 북한의 대남 강경 태도가 계속 나옴으로써 올 상반기까지의 남북관계는 지난 해의 경색 국면의 연장선상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북한이 6.15와 10.4 두 정상선언의 이행을 강조한 것은 남북관계의 개선 가능성을 열어둔 태도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한국국방연구원 백승주 박사입니다.

"10.4 공동선언과 6.15 선언 이 부분은 결국은 언제든지 북한이 필요하면 10.4 선언, 6.15 공동선언 정신에 따라서 남북대화에 나간다, 이런 명분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그렇게 생각했던 것보다 퇴로를 차단하지 않고 남북대화에 대해서 조금 필요하다면 나올 수 있다, 그런 입장을 보였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12.1 조치의 후속 조치와 관련된 언급이 이번 공동사설에 없는 점 또한 한국 정부와의 대화 의지를 엿보게 한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경제 부문과 관련해 공동사설에서 눈에 띄는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말 1956년 시작된 천리마 운동의 발원지인 천리마 제강연합기업소를 시찰한 의의를 강조하면서 '새로운 혁명 대고조'라는 말을 반복해 사용한 부분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집단주의와 자력 갱생, 천리마 운동식 대중동원을 경제를 살릴 방안으로 제시한 데 대해 국제사회가 원하는 개혁, 개방과 거꾸로 가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장된 해석이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기동 박사는 북한이 7.1 경제개혁 조치를 단행했던 지난 2002년의 예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2002년도에 북한이 경제개혁 조치잖아요. 그때 그 조치가 나오던 해의 신년 공동사설에서 올해처럼 천리마 정신을 많이 강조했다구요. 50년대처럼 살자 이러면서 그런데 그때 경제정책은 전혀 보수주의로 가기 보다는 오히려 경제개혁 조치가 나왔단 말이에요."

군사 분야와 관련해선 공동사설에서의 배치 순서가 예년보다 크게 뒤로 밀렸다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번 공동사설이 전체적으로 군사보다는 경제를 중시하는 논조였음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이와 함께 지난 해 공동사설에서 남북의 군사적 신뢰구축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운 미-한 연합연습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 문제 등이 이번엔 빠졌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내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의 오바마 새 행정부를 의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일단 오바마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좀 더 지켜본 뒤 전술을 선택하겠다는 북한의 유보적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이와 함께 공동사설의 맨 앞부분에 김정일 국방 위원장의 건재를 과시하는 내용을 넣었다는 점도 끊이지 않고 있는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의 통일부는 이번 공동사설이 한국 정부를 강한 어조로 비난하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도 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그 근거로 "군사적 긴장이 격화되는 상태에서는 남북관계 발전과 나라의 통일을 기대할 수 없다"고 한 표현과, "자주통일과 번영을 위해 화해하고 협력하는 기운이 강토에 차 넘치게 하며" 등의 문구를 제시했습니다.

또 미국에 대한 비난을 일절 하지 않고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언급하고 있는 점에서 예년과 차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신년 공동사설은 매년 1월1일 노동신문 등 3개 주요 신문을 통해 한 해의 정책방향과 주요 사업계획을 나라 안팎에 제시하는 북한의 공식 신년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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