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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겨레말 큰사전 편찬 사업 본격화


남북한이 통일시대에 대비한 겨레말 큰사전 편찬을 위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갑니다. 양측 언어학자들은 최근 평양에서 회의를 갖고 오는 2013년까지 사전 편찬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는데요,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 북측 관계자들은 최근 남북관계의 악화로 인한 사업 중단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겨레말 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는 남북한 학자들이 내년부터 겨레말 큰사전 편찬을 위한 집필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오는 2013년 사전을 펴내기로 합의했다고 29일 밝혔습니다.

남북한 언어학자들은 지난 13일부터 나흘 간 평양에서 열린 제16차 남북공동편찬회의에서 이 같은 계획을 확정하고, 남북관계의 경색 속에서도 남북언어 통합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겨레말 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한용운 부실장은 "통일시대에 대비해 남북한 사이에 이질화된 언어 규범을 다시 정비한다는 데 사전 편찬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북통일이 되고 나서 갑자기 규범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것은 너무 늦다고 생각합니다. 규범이 어느 정도 만들어져 있고 과도기가 필요한데, 북측에서도 남측 어휘를 알고, 아파트라든지 이런 말을 잘 모르죠. 그래서 그런 용어들을 어느 정도 서로 접하면서 어느 정도 충격 없이 받아들일 준비가 필요한데 그런 작업을 겨레말 큰사전 편찬사업회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남북 양측 언어학자들은 내년부터 해마다 8만 단어씩 뜻풀이 집필을 해 2013년 모두 32만 단어를 담은 사전을 펼 계획입니다.

남북 언어학자들은 이를 위해 1년에 4차례 열리는 남북 공동 편찬회의 때마다 양측이 분담해 집필한 단어들을 교환하고 검토해 차이를 좁혀가는 방식으로 뜻풀이를 완성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남북은 특히 이번 회의에서 연구집필을 위해 남측 학자들이 북한에 수 개월 간 장기 체류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남북 회의에 참석한 한용운 부실장은 "세 달에 한번씩 잠깐 만나서 토의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힘들어 남측 연구자들이 북한에 장기 체류하거나 양측이 제3국에 머물면서 연구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며 "일단 필요성엔 공감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한용운 부실장은 하지만 이번 회의에 참석한 북측 학자들이 "남측 당국이 6.15 남북 공동선언의 정신을 등한시하고 있다"며 최근의 남북관계 경색으로 사업이 중단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나타냈다고 전했습니다.

"6.15로 인해서 이 사업회가 출범했으니까 6.15 정신을 지켜 달라, 그런데 남측에선 6.15 정신을 등한시하거나 그렇게 하는 점이 있지 않느냐, 그런 거죠. 그래서 북측 편찬위원회도 어쨌든 당국의 지배를 전혀 안 받지 않으니까 6.15 관련 모든 사업들이 중단됐을 때 이 사업을 계속하기는 어렵죠."

겨레말 큰사전 사업은 지난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2005년 2월 남북 공동 편찬위원회가 결성되면서 구체화됐으며, 지난 해 11월 남북 총리회담에서도 주요 교류협력 사업으로 합의하는 등 남북관계의 굴곡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펼쳐 온 학술교류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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