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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특집] 탈북자 등 인권 문제


2008년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일주일 후면 어느덧 새해를 맞게 되는데요,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지난 주부터 2008년 한 해 주요 북한 관련 뉴스를 정리하는 연말특집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여덟 차례로 나눠 보내드리는 연말특집, 오늘은 여섯 번째 순서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어떤 움직임과 변화들이 있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김영권 기자 나와 있습니다.

문: 올 한 해 북한 인권과 관련해 자주 등장한 핵심 용어들(Key Words), 어떻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까?

답: '세계인권선언 60주년', '대북 삐라 살포 논란', 영화 '크로싱',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한 '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캠페인', 유엔총회가 4년 연속 채택한 '북한 인권결의안 ' 등으로 정리해 볼 수 있겠습니다.

문: 올해는 세계인권선언이 선포된 지 60주년이 되는 해라서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은 해가 아니었나 싶은데요. 지역별 분야별로 핵심적인 내용들을 정리해 보죠. 먼저 유엔부터 살펴볼까요?

답: 올 한해는 북한 인권과 관련해 유엔의 움직임이 비교적 활발한 한 해였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북한 인권결의안이 95개국이 찬성한 가운데 유엔총회에서 4년 연속 채택됐고, 지난 3월에는 유엔인권이사회가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의 임기를 1년 연장했습니다. 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여러 차례에 걸쳐 북한 내 전반적인 인권 상황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북한주민들이 누려야 할 다양한 권리들이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유린되고 있다는 지적을 국제사회가 거듭 확인하고 개선을 촉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관측통들은 말합니다.

문: 미국에서도 여러 움직임들이 있었죠?

답: 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역시 북한인권법이 4년 더 연장된 것입니다. 미국 의회는 만장일치로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을 채택해 지난 10월 발효됐는데요, 북한 인권 특사를 기존의 임시직에서 정규직 대사급으로 격상하고, 제 3국 내 탈북자 보호와 재정착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 추가됐습니다. 사실 북한인권법에 대해서는 그동안 상징성만 존재할 뿐 제대로 집행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었는데요, 바락 오바마 차기 행정부가 과연 얼마나 충실히 법을 이행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문: 부시 행정부가 핵 협상에 초점을 맞추면서 북한 인권 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일부 있지 않았습니까?

답: 네, 대표적인 게 지난 3월 국무부가 발표한 국가별 연례 인권실태 보고서인데요. 북 핵 협상을 담당하던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이 보고서에서 '억압정권' 등 북한 정부를 자극하는 문구를 삭제해 줄 것을 담당 부서인 민주주의인권노동국에 요청했는데 제대로 수용되지 않았습니다. 동아태국은 핵 협상 교착 국면을 풀기 위해 북한에 유화적 신호를 보내려는 의도였는데 담당 부서는 북한의 심각한 인권 유린 상황을 외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이런 내용은 뒤늦게 워싱턴포스트 신문 보도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또 캐서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의 인준이 반 년이나 연기된 것도 북한 인권 문제와 직접 연관이 돼 있어 관심을 끌었습니다.

: 스티븐스 대사는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강력히 추천해 지명이 됐는데, 적지 않은 곤혹을 치렀죠?

답: 그렇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에 줄곧 큰 관심을 기울여온 상원의 공화당 소속 샘 브라운백 의원은 스티븐스 지명자를 면담한 뒤 그가 북한 인권 문제를 주요 과제로 보지 않는 데 실망해 일부 의원들과 함께 인준을 거부했습니다. 국무부가 과도하게 핵 협상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기존의 불만이 표출된 거죠. 이 논란은 힐 차관보가 청문회에 출석해 인권 문제는 미-북 관계 정상화 과정의 핵심요소라고 강조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6개월이 지나서야 마무리됐습니다.

: 미국의 대북정책에 여러 시각이 존재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군요. 그런데, 올해는 미국과 한국 두 나라 정상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월과 8월에 각각 가진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두 정상은 특히 8월 정상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북한 내 인권 개선 의지를 재확인하고,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인권 상황 개선에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2기 행정부 들어 핵 협상에 초점을 맞췄지만 올해도 탈북자 조진혜 씨와 대북 삐라 보내기 운동을 펼치는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를 각각 만나 격려하는 등 인권 문제에 꾸준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 앞서 얘기가 나왔지만 북한 인권 문제를 바라보는 한국 정부의 시각이 크게 바뀐 것도 주목되지 않습니까?

답: 네, 과거와는 상당히 달라졌죠.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취임 초인 지난 2월 북한 내 인권 상황 개선을 핵심 국정과제로 설정해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4월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탈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유엔이 적극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구요. 유엔총회에서 4년 연속 채택된 북한 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처음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북한 정부의 강력한 반발을 사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이에 대한 대응보다는 북한주민들과 함께 하겠다는 진정성을 강조했습니다.

"북한 동포 여러분. 저는 꿈을 8천만 겨레와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다른 길이 있더라도 북한을 우회하거나 뛰어넘고 싶지 않습니다. 남과 북이 함께 모두 잘 사는 꿈을 결코 포기치 않을 겁니다."

: 앞서 탈북자 얘기가 나왔습니다만, 올해는 어느 때보다 중국 내 탈북자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높지 않았나 싶습니다.

답: 그렇습니다. 그 계기를 마련한 게 바로 베이징 올림픽인데요. 평화의 상징인 올림픽 개최국이 뒤에서는 탈북자를 체포해 강제북송하는 현실에 개탄한 인권단체들이 중국의 책임을 강조하며 다양한 운동을 펼쳤습니다. 특히 북한 자유를 위한 미주한인교회연합은 'Let My People Go-내 백성을 가게 하라' 란 구호를 내걸고 텔레비전과 신문 광고, 대형집회를 통해 미국 전역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벌였습니다. KCC 의장인 손인식 목사의 말입니다.

" 그 계기를 통해서 기도 운동과 침묵할 수 없다는 탈북자들을 기억하는 운동의 여파가 더 퍼져나가게 됐고, 중국 공관 앞에서 매주 촛불집회를 열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주목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지난 봄부터였죠.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미국 주요 도시들에서는 거의 매주 촛불집회와 시위가 열리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이 시위는 KCC 등 기독교 단체와 미국 안팎의 인권단체 연대인 북한자유연합이 주도했는데요. 특히 난민 지위를 받고 미국에 입국한 탈북 여성 조진혜 씨는 한 여름 뙤약볕 아래서 2주 이상 단식농성을 펼쳐 관심을 끌었습니다.

: 탈북자 얘기를 하니까 영화 '크로싱'이 떠오르는군요?

답: 네, 올해는 크로싱을 비롯해 한국 조선일보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천국의 국경을 넘다' 등 영상물과 '심마니', '나는 강을 건널 것이다', '북한 탈출' 등 다양한 탈북자 관련 책자들이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잇따라 출간됐습니다.

인권단체들은 북한 인권 문제가 이런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는 데 대해 상당히 고무돼 있는데요. 수단의 다르푸르나 티베트 인권 문제가 북한 인권 문제 보다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 배경에는 이런 매체의 역할이 컸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런 '크로싱' 같은 영화 한 편이 북한 인권운동가 수 백 명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내년 여름쯤에는 북한 요덕관리소를 배경으로 한 대규모 영화가 선 보일 예정이라고 하는데 기대가 되는군요. 자 이런 여러 변화와 진전에도 불구하고 정작 북한주민들의 인권 상황은 거의 개선의 기미가 없었다는 게 국제사회의 공통된 우려인데요, 내년에는 북한주민들의 인권 상황에 좋은 변화가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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