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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 지난 한 해간 문화계 소식 정리


미국내 문화계 소식을 전해 드리는 '문화의 향기' 시간입니다. 세계를 강타한 미국 금융 위기,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당선,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폭탄테러, 그리고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국 쓰촨 성의 대지진과 버마의 태풍...... 정말로 다사다난 했던 해가 저물어 갑니다. 이렇게 엄청난 일들이 많아서일까요? 올해 기억에 남는 문화계 소식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은데요. 다들 허리띠를 졸라 매고 코앞에 닥친 일을 걱정해야 하는 마당에 연극 관람을 가거나 소설 책을 들쳐볼 여유를 갖기란 어려운 일이죠. 그래도 한해 미국 문화계에는 좋은 공연도 많았고, 좋은 책, 좋은 노래도 많이 나왔는데요. '문화의 향기', 오늘 시간에는 2008지난 동안의 문화계 소식, 부지영 기자와 함께 살펴 보겠습니다.

(엠씨) 부지영 기자는 올해 문화계 뉴스 중에 어떤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까?

(부) 네. 저는 뭐니 뭐니 해도 지난 2월 26일에 있었던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공연이 아닌 가 싶습니다. 미국 관현악단이 북한에서 연주한 것은 처음이었잖아요. 정말 역사적인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엠씨) 그렇죠. 음악을 통한 문화 외교로 조금이나마 북한의 문을 여는 기회가 됐다는 평을 받았죠.

(부) 네. 북한 관객들은 처음에는 다소 경직된 표정이었지만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조지 거슈인의 파리의 미국인 등 연주를 들으며 점점 표정이 풀렸구요. 나중에 아리랑이 연주되자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였다고 하는데요.

(엠씨) 네. 아리랑…… 너무나 잘 아는 곡입니다만 언제 들어도 가슴 뭉클하게 하네요. 더구나 미국 최고의 관현악단이 북한에서 이 곡을 연주했다고 생각하니까 의미도 깊구요.

(부)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한인들 만은 아닌 가 봅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연말에 선물할 만한 음반 33장을 뽑아서 발표했는데요. 그 가운데 1위로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공연 실황 DVD가 선정됐습니다. 음악 평론가 조지 타이런젤 씨는 추천 글에서 이 DVD를 보면 평양이 얼마나 먼 곳인지 새삼 느끼게 되겠지만, 뉴욕 필의 연주를 듣다 보면 누구나 평화와 화해의 감동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엠씨) 그렇군요. 저도 친지들 선물로 고려해 봐야겠네요. 뉴욕 필 공연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북한 측 조선국립교향악단의 뉴욕 공연도 추진되고 있죠? 내년 3월 공연 얘기가 나오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부) 그렇습니다. 그 밖에 고전 음악계 소식으로 미국의 유명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레너드 번스타인 탄생 90주년을 기념해 대대적인 행사가 열렸습니다. 뉴욕을 중심으로 번스타인의 생애와 음악을 돌아보는 연주회와 강연회 등이 개최됐는데요. 지난 90년에 타계한 레너드 번스타인은 음악인들 사이에서 '레니'란 애칭으로 불리죠. 올해 평양을 방문한 뉴욕 필하모닉과도 인연이 깊은데요. 1960년대 뉴욕 필하모닉의 음악 감독으로 재임했었습니다.

(엠씨) 그렇죠. 뉴욕 필하모닉이 지난 2월에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번스타인의 작품인 오페라 '캔디드'의 서곡을 연주했죠?

(부) 네. 뉴욕 필하모닉은 당시 번스타인을 기리는 뜻으로 지휘자 없이 연주를 했습니다. 또 올해 고전음악계 특이한 소식이라면 유튜브 오케스트라를 들 수 있겠네요.

(엠씨) 유튜브라면 인터넷 웹사이트잖아요? 인터넷 이용자들이 직접 찍은 비디오, 그러니까 동영상을 올려서 공유하는 웹사이트인데요. 유튜브 오케스트라라면 어떤 건가요?

(부) 아직 발족된 건 아니고 모집 단계인데요. 자신의 연주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올리면 그 가운데 단원들을 선발해서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연주회를 갖는다는 건데요. 중국계 작곡가 탠 던의 새 작품을 초연한다고 합니다.

(엠씨) 그러니까 전 세계 누구든지 응모할 수 있다는 거네요. 고전 음악계 소식 알아봤구요. 올 한해 대중음악 판도는 어땠습니까?

(부) 올해도 여전히 힙합과 R&B, 리듬 앤 블루스 음악이 대세였습니다. 힙합이란 말은 '엉덩이를 흔든다'는 말에서 나왔죠? 1980년대부터 뉴욕의 흑인들과 중남미계 청소년들 사이에서 발전한 음악과 문화를 일컫는데요. 음악은 주로 빠른 리듬에 맞춰, 자신의 생각이나 얘기를 중얼거리는 말하는 랩의 형태로 돼 있습니다. 미국의 음악전문지인 빌보드 잡지는 라디오 방송 횟수, 음반 판매량 등을 집계해서 매 주 인기 순위를 매기는데요. 올 한 해 최고의 인기곡으로 플로 리다의 노래 'Low'를 꼽았습니다. '낮은'이란 뜻인데요. 잠시 들어볼까요?

(엠씨) 이 노래는 티 페인이란 가수가 함께 불렀죠?

(부) 네. 초등학생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미국에서 올 한 해 많은 사랑을 받은 곡입니다. 그 밖에도 막대사탕이란 뜻의 'Lollipop' 등 힙합 곡이 2008년 최고의 인기곡 10곡 가운데 올라 있구요. 그런 가 하면 리듬 앤 블루스, 줄여서 R&B라고 하는데요. 리듬 앤 블루스 음악도 강세였습니다. 리듬 앤 블루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발전한 흑인 대중음악, 또 여기서 유래한 다소 처지는 분위기의 백인 음악을 말하는데요. 얼리샤 키즈의 'No One (아무도 아니에요)', 영국 가수 리오나 루이스의 'Bleeding Love (피처럼 흘러내리는 사랑)', 크리스 브라운의 'With You (당신과 함께)' 등 리듬 앤 블루스 노래들이 올해 최고의 인기곡들로 뽑혔습니다.

(엠씨) 그렇군요. 저는 올해 지난 팝이나 재즈를 즐겨 들었는데 빌보드와는 거리가 먼 것 같네요.

(부) 빌보드 인기 순위는 아무래도 청소년들이 많이 듣는 음악 중심이죠. 빌보드가 뽑은 올해 최고의 앨범 1위는 'No One'을 부른 얼리샤 키즈의 앨범이지만, 인터넷 음악 판매 사이트인 아이튠즈 통계를 보면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은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Viva La Vida'였습니다. '인생이여, 만세!', '인생예찬', 뭐 이런 뜻이죠. 그리고 한 때 미국 최고의 인기 가수였던 브리트니 스피어스, 여러 가지 사생활 문제와 기행으로 대중들에게서 잊혀지는 가 싶었는데요. 올해 보기 좋게 부활했습니다. 최근에 발표한 '서커스'란 제목의 앨범이 인기를 얻으면서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엠씨) 올해는 미국에서 사상 처음 흑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등 큰 변화의 물결이 밀어닥친 해라고 할 텐데요.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는데 배우들이나 가수들도 일조했죠.

(부) 네. 브루스 스프링스틴, 펄 잼, 스티비 원더 등 많은 유명 가수들이 일찍부터 오바마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구요. 선거자금 모금을 위한 공연을 여는 등 여러 면에서 선거운동을 도왔죠.

(엠씨) 그런가 하면 연극, 영화계에서도 피부색의 파괴가 있었다구요.

(부) 네. 원래 백인 배우들만 출연했던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같은 작품의 경우, 출연자 전원이 흑인 배우들로 꾸며진 공연이 있었는데요. 아주 생동적이고 재미있는 무대였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클리포드 오데트의 '시골 여자' 하면 1954년 영화를 떠올리게 되는데요. 모나코의 왕비가 됐던 그레이스 켈리, 가수로도 유명했던 빙 크로스비 등 백인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인데요. 빙 크로스비가 맡았던 역할을 이번에 흑인 배우 모간 프리먼이 맡아서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런가 하면 희극 영화 '트로픽 썬더 (열대의 천둥)'에는 백인 배우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흑인 역할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죠.

(엠씨) 올해 출판계는 어땠습니까? 올해 미국인들은 어떤 책을 많이 읽었나요?

(부) 미국의 대형 서점인 반스 앤 노블 사가 발표한 통계를 보면요. 소설, 비소설 부문을 합쳐서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책 1위는 스테파니 마이어의 'Breaking Dawn'입니다. '여명'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는데요. 흡혈귀와 인간 소녀의 사랑을 그린 연작 소설의 완결편입니다. 이 연작소설의 전편인 1권과 3권도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책 10위 안에 올랐습니다. 지난 8월 완결편이 나올 때 미 전역의 서점에서 대대적인 기념 행사가 있었는데요. 10대 소녀들의 환호성이 대단했습니다. 한번 들어볼까요?

(엠씨) 새벽 0시에 책 판매가 개시될 때까지 서점에서 몇 시간씩 기다렸다면서요. 대단한 열성 팬들이네요.

(부) 네. 이 소설 1권이 영화로 제작돼서 지금 상영되고 있는데요. 아주 인기입니다. 그리고 작가 스테파니 마이어는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중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 밖에 동화책 '음유 시인 비들의 이야기'가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책 2위에 올랐는데요. 5편의 짧은 동화로 구성된 이 책은 해리 포터 작가인 조앤 롤링이 자선을 위해 쓴 것인데요. 그리고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대학 교수의 마지막 강연 내용을 책으로 엮은 '마지막 강의'도 올해 미국인들이 많이 읽은 책의 하나였습니다.

(엠씨) 이와는 별도로 각 신문과 잡지도 올해 최고의 책 10권을 뽑았죠? 책 판매량 보다는 작품성이나 화제성에 더 초점을 맞춘 것 같던데요.

(부) 그렇습니다. 각 신문, 잡지 마다 선정한 책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일일이 다 소개해 드리긴 힘들구요. 전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책 중에 한인 작가 에드 박 씨의 소설이 포함된 게 눈에 띄네요. 에드 박 씨의 첫 소설 '사적인 날들 (Personal Days)'가 소설 부문 올해 최고의 책 6위에 올랐는데요. 정리해고 위협에 시달리는 뉴욕 직장인들의 애환을 밀도 있게 묘사했다는 평을 받은 책이죠. 어떤 내용인지 잠시 들어볼까요?

"정리해고 냄새가 날 때 마다…… 정리해고 냄새는 항상 나는 거지만 우리는 각자 절대 나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난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난 이미 착취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엠씨) 분위기가 심각한 것 같군요.

(부) 직장인들에게 최악의 악몽이라고 할 수 있는 정리해고 문제를 다뤘으니 만큼 그런 면이 있는데요. 하지만 심각한 것 만은 아니구요. 유머와 냉소, 풍자가 적절히 섞여 있습니다. 그 밖에 한인 화가 유태은 씨가 삽화를 그린 '우산 여왕 (The Umbrella Queen)'이란 그림책이 올해 최고의 어린이 책 10위에 올라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엠씨) 올해 문화계 아까운 손실도 많았죠? 많은 훌륭한 가수와 작가들이 세상을 떠났는데요.

(부) 네. '주라기 공원'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 '2001: 우주여행'의 작가 아서 클라크, 또 '끝없는 농담'의 작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러스 등이 세상을 떠났구요. 유명 가수 보 디들리, 제리 월러스, 또 포 탑스란 그룹의 단원이었던 리비 스텁스 등도 올해 유명을 달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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