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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금리 0% 시대에 접어든 미국


미국 내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정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문) 김정우 기자, 최근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가 금리를 기존의 1%에서 0%와 0.25% 사이로 내렸죠?

(답) 미국의 중앙은행은 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95년 역사상 최초로 기준금리를 1% 아래로 낮췄습니다.

(문) 금리를 낮춘 이유는 뭐죠?

(답) 먼저 청취자 여러분께 이 금리를 내렸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소개해 드릴까요? 간단하게 설명해 드리면 은행금리를 내리면 은행에 돈을 넣어서 받을 수 있는 이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은행에 돈을 넣으려는 사람들이 줄어 들거나 은행에 이미 돈을 넣어두고 있는 사람들도 이 돈을 빼서 상품을 사거나 다른 곳에 투자를 하겠죠? 또 은행에서 돈을 꾼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금리가 내려가면 매달 갚아야 하는 이자가 줄어드니까, 부담이 줄어 더 활발한 기업활동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각 나라의 중앙은행들은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보통 이 금리를 내립니다. 왜냐하면 금리를 내리면 금융기관에 들어있는 돈이 시중으로 풀려나가거나 기업의 이자부담의 줄어들어 기업활동이 활발해지기 때문에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그 반대의 경우죠? 경기가 너무 과열되거나 물가가 오르면 이 금리를 올려서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을 금융기관으로 모아, 경기를 냉각시키고 물가를 잡는 겁니다.

(문) 그렇다면 이번에 금리를 많이 내린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결정, 어려운 미국 경제를 살리겠다는 그런 조치군요?

(답) 그렇습니다. 미국에서는 금리를 결정할 때 영어로는 CPI, 한국말로는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합니다. 소비자물가지수란 현재 시중에서 팔리는 대표적인 물건들의 값을 가지고 만든 수칩니다. 한마디로 물가가 현재 어떤 수준에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 만든 지수죠? 그런데 최근에 발표된 1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0월과 비교할 때 1.7%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수치는 미국에서 소비자물가지수가 집계되기 시작한 지난 1947년 이후 가장 많이 떨어진 수치라고 합니다. 이렇게 물가가 떨어지는 현상은 경제학에서 쓰는 말로는 '디플레이션'이라고 부르죠? 그런데 약간 다른 방법을 사용하면 이 1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0월과 비교해서 약 1.9% 정도 떨어진 것으로 나왔다는데요, 이 수치는 대공황이 미국을 휩쓸던 1932년 이후 가장 많이 떨어진 수치라고 합니다.

(문) 경제가 좋을 때는 보통 시중에서 팔리는 물건값이 오르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현재 미국에서 물건값, 즉 물가가 떨어진다는 얘기는 경기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얘기죠?

(답) 네, 진행자께서 말씀하신대로,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이 물가가 떨어지게 되는데요,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물건값이 떨어지면 이 물건을 만들어서 파는 회사들의 수입이 줄어들게 되고, 수입이 줄어드는 회사들은 종업원들을 내보낸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돈을 덜 쓰게 될 것인데, 이렇게 소비가 줄면, 다시 회사들의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죠. 크레디트 유니온 내셔널 어소시에이션의 이코노미스트 마이크 쉥크 씨는 현재 미국은 이 물가가 떨어지는 정도가 너무 심해서, 미국 경제가 점점 심각한 하락의 소용돌이에 빠져가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문) 이런 미국의 경기침체는 물가지수뿐만이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분명하게 볼 수 있죠?

(답) 그렇습니다. 집을 새로 만드는 건수도 중요한 지푠데요, 11월 미국의 주택착공건수 역시 전달보다 18.9%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수치는 지난 1959년 이후 최저치로 나타나, 미국의 경기침체가 심각한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 그런데 김정우 기자, 이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 인하 조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더군요?

(답) 그렇습니다. 한마디로 너무 늦었다는 지적입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실지로 지난 8월 이후 무려 10차례에 걸쳐 금리를 끌어내려, 시중에 돈이 돌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허사였다는 얘깁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금리가 실질적으로 마이너스라고 말합니다.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말은 무슨 말인가 하면, 은행에 돈을 갖다 넣어도, 이자를 주기는 커녕, 오히려 은행에 돈을 주던가 아니면 원금을 손해본다는 말이죠? 그런 상황이면 은행에 돈을 넣어둘 사람이 없어서 돈이 은행밖으로 나간다는 말인데요, 이런 상황에서도 돈이 모자라 망하는 회사들이 생기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내린 조치가 약발이 별로 없을 것이란 주장이죠.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 같은 경우도 16일, 이 금리를 내려서 경기를 살리는 방법은 더는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문) 그렇지만, 미국의 증권시장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이자율을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다음 날 많이 올랐죠?

(답) 그렇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이 금리 인하를 회의적으로 보고 있지만 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이자율을 사실상 0%까지 낮춤으로써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사상 최악으로 평가되는 경기침체를 막겠다'는 그런 단호한 신호를 보낸 것이 시장에 심리적인 효과를 어느 정도는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번에 이자율, 즉 금리를 내린 다음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그 다음 단계로 특별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 주목되고 있습니다.

(문) 금리를 내리는 것 말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답) 네 오래된 방법이자, 아주 간단한 방법입니다. 바로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내서 시중에 푸는 방법입니다. 진행자께서는 혹시 현재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벤 버냉키 의장의 별명이 뭔지 아십니까?

(문) 벤 버냉키 의장의 별명, 바로 '헐리콥터 벤'이 아니던가요?

(답) 그렇습니다. 이 벤 버냉키 의장은 오래 전에 했던 한 강연에서 자신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면 헬리콥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서 돈을 뿌릴 수도 있다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서 그 이유로 '헬리콥터 벤'이란 별명이 생겼습니다. 이 말은 돈이 필요하면 돈을 찍어서 풀겠다는 그런 말이죠? 그런데 제 아무리 버냉키 의장이라도 그냥 돈을 찍어서 이 돈을 무작정 시중에 뿌릴 수는 없겠죠? 아마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찍어낸 돈으로 시중에 돌아다니는 기업이나 정부채권이나 각종 주택담보대출 관련 채권을 사서 돈을 풀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가장 심각한 문제가 돈이 없어서 경기가 가라앉은 것이기 때문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대대적으로 돈을 찍어서 풀어도, 물가가 오르거나 경기가 과열되는 것과 같은 문제는 한동안 없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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